워드프레스닷컴의 모회사 오토매틱(Automattic)에서 일주일 사이에 벌어진 경영권 다툼이 창업자 매트 멀런웨그의 복귀로 일단락됐다. 오토매틱은 미국 동부시간 토요일 오후 5시 직후 테크크런치에 보낸 이메일에서 "매트 멀런웨그는 오토매틱의 회장 겸 CEO이며 이사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불과 며칠 전 이사회가 표결을 통해 그를 유급 휴직 상태로 밀어냈던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사회 주도의 축출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음을 보여주는 성명이다.
사흘 만에 뒤집힌 이사회 결정
발단은 이사회가 특별한 사유를 공개하지 않은 채 멀런웨그를 유급 휴직시키기로 결정한 데 있었다. 오토매틱은 수요일 테크크런치에 그가 "현재 휴직 중"이며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마크 데이비스가 이사회의 전폭적인 신뢰 아래 임시 CEO를 맡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 멀런웨그는 회사 슬랙에 이사회가 자신을 상대로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고, 결정 자체가 그에게는 기습에 가까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그는 회사 슬랙에서 다른 관리자들을 내쫓고 직원들에게 모든 문제가 정리됐으며 자신이 다시 회사를 통제하고 있다고 알렸다고 복수의 소식통은 전했다. 평소 욕설을 하지 않기로 유명했던 그가 슬랙에 "나는 이제 해적이다"라며 욕설을 곁들인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게 HR 문제라면 나를 좀 붙잡아 달라, 내 평소 담당자들은 마크 데이비스 쪽에 가 있으니까"라는 글도 올렸다. 테크크런치가 복귀 발언의 진위를 묻자 그는 블로그 글을 예고했지만, 정작 올라온 글은 하우스보트를 샀다는 내용이었다. 트롤링이냐는 질문에는 "나는 트롤이 아니라 해적이다, 당연하지"라고 답했고, X에는 이번이 자신이 겪은 다섯 번째 정도의 "쿠데타"일 것이라고 적었다.
여전히 유동적인 이사회 구성
회사가 언급한 '온라인 지지'는 멀런웨그가 자신의 X 계정에서 리포스트해 온 우호적 게시물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즉 복귀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된 것이 공식 절차보다는 여론 성격의 반응이라는 점은 짚어둘 만하다. 한편 창업 초기 CEO를 지냈고 현재 블루스카이를 이끄는 이사회 멤버 토니 슈나이더가 물러난다는 이야기도 나왔으나, 그는 개인 이메일과 블루스카이를 통한 문의에 답하지 않았다. 오토매틱 역시 금요일 반복된 문의에 응답하지 않았고, 이사회 구성은 여전히 유동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멀런웨그 본인도 복귀에 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실무자가 주목할 지점
이 사건은 단순한 경영진 내분을 넘어, 창업자에게 권한이 집중된 기업의 지배구조가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드러낸다. 이사회가 표결로 CEO를 교체하고 임시 CEO까지 지명했음에도, 창업자가 슬랙 관리자 권한을 장악해 사실상 조직 통제권을 되찾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조직의 실질적 통제력이 정관상의 의결 절차가 아니라 협업 도구의 관리자 권한, 커뮤니케이션 채널 장악 같은 운영 현실에 좌우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협업 플랫폼의 관리자 계정이 단순한 IT 편의 기능이 아니라 조직 권력의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보안·거버넌스 담당자가 곱씹어볼 대목이다.
워드프레스 생태계에 의존하는 국내 개발사와 서비스 운영자에게는 공급망 관점의 함의도 있다. 워드프레스닷컴, 우커머스, 젯팩 등 오토매틱이 관리하는 자산은 웹의 상당 부분을 떠받치고 있는데, 그 최상위 의사결정이 한 인물을 둘러싼 반복적 갈등에 크게 흔들린다면 이는 곧 플랫폼 로드맵과 지원 정책의 예측 가능성에 대한 리스크로 이어진다. 다만 현 시점에서 확인된 것은 멀런웨그가 CEO직을 유지한다는 사실과 이사회 구성 변동 가능성뿐이며, 애초 그를 휴직시킨 이유나 데이비스 임시 CEO 체제의 구체적 처리 방향, 슈나이더의 거취 등은 아직 공식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갈등의 표면적 봉합과 실제 구조적 안정은 별개의 문제인 만큼, 이사회 재편과 후속 공시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