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가 글을 써주는 시대,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들 때
혹시 이런 경험 있으세요? ChatGPT나 Claude한테 "이 회의록을 정리해서 보고서로 만들어줘"라고 시키고, 결과물을 받아서 살짝 다듬어서 상사에게 보냈는데, 며칠 뒤 상사가 "고마워, 이거 AI가 요약해서 봤어"라고 답한 적이요. 그 순간 머릿속에 작은 의문이 떠올랐을 거예요. "잠깐, 그러면 우리 둘 다 진짜로 한 일이 뭐지?" 라고요.
Happyfellow의 블로그에 올라온 "Simulacrum of Knowledge Work(지식 노동의 시뮬라크럼)"이라는 글이 바로 이 찜찜함의 정체를 짚어요. "시뮬라크럼(simulacrum)"이라는 단어는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가 쓴 용어인데, 쉽게 말하면 "원본이 없는 복제품", 또는 "원본인 척하는 가짜"예요. 글쓴이가 던지는 질문은 이거예요. AI를 통해 생성하고, AI를 통해 소비하는 문서들이 늘어나면, 우리의 "지식 노동"은 진짜 노동인가, 아니면 그저 노동의 흉내만 내는 시뮬라크럼인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냐면
생각해보면 요즘 회사에서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에요. 직원 A가 한 시간짜리 회의를 했어요. AI가 그걸 받아 적고 요약해줘요. 직원 A는 그 요약을 다시 AI한테 시켜서 "공식 보고서 톤으로 다시 써줘"라고 부풀려요. 이걸 메일로 동료 B에게 보내요. B는 메일이 너무 기니까 AI 비서한테 "세 줄로 요약해줘"라고 시켜요. 그래서 B가 실제로 읽는 건 다시 세 줄이에요.
자, 여기서 진짜 정보 전달은 어디서 일어났을까요? 회의가 한 시간이었고, 결국 B가 받은 건 세 줄이에요. 그 사이에 길어졌다 짧아졌다 한 모든 과정이 사실은 "있는 척"하는 의례 같은 거였어요. 글쓴이는 이걸 "문서가 진짜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일했다는 흔적을 만드는 의식(ritual)이 되어버렸다"고 표현해요.
왜 이게 위험한가
글의 핵심 통찰은 이거예요. AI가 만든 글을 AI가 읽는 루프에 빠지면, 인간의 판단과 책임은 점점 사라진다. 보고서를 직접 쓰는 과정에서 우리는 사실 글을 쓴다기보다 "생각을 정리"하고 있어요. 어떤 데이터를 강조할지, 어떤 결론을 낼지, 무엇을 빼야 할지 결정하면서 머릿속에 정보가 자리를 잡거든요. 그런데 AI한테 그 과정을 통째로 위임하면, 우리는 결과물을 "갖긴" 했지만 그 안의 논리를 "알지"는 못해요.
비유하자면 이런 거예요. 헬스장에 가서 운동기구에 앉아 있는데, 옆에 있는 누가 대신 무게를 들어주는 거예요. 운동 기록 앱에는 "100kg 10회 완료!"라고 찍히지만, 내 근육은 1g도 안 자랐죠. 우리는 "보고서를 썼다", "리뷰를 했다", "기획안을 만들었다"고 기록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 머릿속에 무엇이 남았는지를 따져보면 의외로 텅 비어 있을 수 있어요.
또 한 가지 위험한 점은 책임 소재의 증발 이에요. 어떤 결정이 잘못됐을 때, "AI가 그렇게 써줬어요"라고 말하는 순간 사람의 판단은 어디에도 없는 게 돼요. 의료, 법률, 금융처럼 중요한 분야에서는 이게 단순한 효율 문제가 아니라 윤리적·법적 문제로 번질 수 있어요.
그러면 AI를 쓰지 말라는 얘기냐, 그건 또 아니에요
글쓴이의 입장은 "AI를 끄자"가 아니에요. 오히려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자는 거예요. "이 문서가 정말 필요한가? 누가 읽나? 어떤 결정을 위한 거지?" 같은 질문이요. 만약 그 답이 "아무도 안 읽고, 아무 결정도 안 내리는 의례적 보고서"라면, AI로 효율화할 게 아니라 그냥 없애야 한다는 거예요.
반대로 정말 인간의 판단이 필요한 글, 예를 들어 전략적 의사결정이나 동료에게 진심을 전하는 피드백 같은 건 손이 좀 들더라도 직접 써야 한다는 거고요. AI는 그 사이의 진짜 "단순 잡무"에서만 빛을 발해야 한다는 게 글의 결론이에요.
비슷한 논의들과의 연결
이 글은 사실 새로운 화두는 아니에요.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Bullshit Jobs(불쉿 잡)'이라는 책이 이미 "존재 자체로 무의미한 일자리들"에 대해 다뤘고요, 칼 뉴포트의 'A World Without Email(이메일 없는 세상)' 같은 책도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일이 되어버린 현상"을 비판했어요. 거기에 AI라는 가속기가 붙으면서 문제가 한 단계 진화한 거예요. 예전에는 무의미한 일을 사람이 했다면, 이제는 무의미한 일을 AI가 양쪽에서 무한 생성·소비하는 시대가 된 거죠.
관련해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카네기멜런대가 최근에 발표한 연구도 있는데, AI를 많이 쓰는 직장인일수록 "비판적 사고"를 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결과였어요. 글의 주장과 정확히 맞물리는 데이터예요.
한국 개발자에게는 어떤 시사점이 있냐면
첫째, 우리 팀의 워크플로우를 한 번 점검해볼 만해요. 매주 쓰는 그 위클리 리포트, 정말 누군가 읽고 의사결정에 쓰나요? 아니면 "썼다는 사실" 자체가 평가받는 형식적 의례인가요? 후자라면 AI로 편하게 쓰는 것보다 양식 자체를 줄이거나 없애는 쪽이 진짜 생산성이에요.
둘째, 코드 리뷰나 PR 설명 같은 영역에서도 비슷한 함정이 있어요. AI가 PR 설명을 자동 생성해주고, 리뷰어가 AI한테 "이 PR 요약해줘"라고 하면, 결국 진짜 코드 변경의 의도와 위험성은 양쪽 다 모르는 채 머지가 되어버릴 수 있어요. AI는 보조도구로 두되, "내가 이 변경을 한 줄로 설명할 수 있는가" 라는 인간의 사고는 양보하지 않는 게 좋아요.
셋째, 개인의 학습 측면에서요, AI한테 "이 개념 설명해줘"라고 받기만 하는 학습은 쉽게 휘발돼요. 받은 설명을 닫고 나서 노트에 직접 다시 정리해보는 한 단계가 꼭 필요해요. 그 한 단계가 "AI 시대의 운동"이에요.
마무리
AI는 일을 빠르게 만들어주지만, 빠른 게 곧 좋은 건 아니에요. 우리가 진짜로 만들어야 할 가치가 뭔지를 자꾸 잊으면, 어느 순간 정말 중요한 결정 앞에서 "내가 아는 게 아무것도 없네" 하고 멍하니 서 있게 될 수도 있거든요.
여러분 회사에서는 "이건 진짜 AI한테 맡겨도 되는 일"과 "이건 사람이 직접 해야 하는 일"의 경계를 어떻게 그어두고 계신가요? 혹시 "AI한테 맡겼다가 후회한" 영역이 있으신가요?
🔗 출처: Hacker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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