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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없는 균근 네트워크는 어떻게 '거래'를 결정하는가

뇌 없는 균근 네트워크는 어떻게 '거래'를 결정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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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밑의 흙을 그저 죽은 물질로 여기기 쉽지만, 토양은 전혀 그렇지 않다. 지표 아래에는 균근(菌根, mycorrhizal) 균류의 거대한 네트워크가 뻗어 있고, 이들은 식물 뿌리와 끊임없이 광물을 주고받는다. 이 거래는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 뿐 아니라 매년 130억 톤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땅속에 붙잡아 둔다. 전 세계 화석연료 배출량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균류는 지구상 식물 종의 80% 이상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이 관계는 약 4억 5천만 년 전에 생겨났다. 과학자들을 오랫동안 괴롭혀 온 질문은 단순하다. 뇌도 중추신경계도 없는 생물이 누구와, 어떤 조건으로 거래할지를 대체 어떻게 '결정'하는가.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Vrije Universiteit)의 진화생물학자 토비 키어스(Toby Kiers)는 이 보이지 않는 세계를 드러내는 데 경력의 상당 부분을 쏟아 왔다. MacArthur 펠로이기도 한 그는 경제학과 게임이론의 개념을 빌려 오고, 형광 양자점(quantum dot)부터 이미징 로봇까지 동원해 균류와 식물이 어떻게 교역하는지를 추적한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 연구가 '개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까지 건드린다는 데 있다.

뿌리보다 오래된 파트너십

키어스의 설명에 따르면 'mycorrhizal'은 균류를 뜻하는 myco와 뿌리를 뜻하는 rhizal의 합성어다. 균류는 식물보다 먼저 땅을 디뎠고, 식물이 뿌리라는 기관을 진화시키기 전 수천만 년 동안 사실상 식물의 뿌리 역할을 대신했다. 식물은 광합성으로 대기에서 끌어온 탄소를 당과 지방 형태로 균류에게 내려보내고, 그 대가로 인과 질소를 받는다. 균류는 접근하기 어려운 광물을 몸 바깥에서 소화해 내는 데 능하다. 바위를 녹여 흡수 가능한 형태로 바꾸는 과정에는 박테리아 같은 다른 미생물과의 협력이 동반된다. 식물과 균류가 서로 다른 생물 계(界)에 속한 완전한 남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오래된 분업은 더욱 경이롭다.

양방향으로 흐르는 하나의 관

연구실이 집중하는 종류는 수지상(arbuscular) 균근 균류다. 머리카락보다 가는, 수 마이크론 굵기의 실 가닥이 격벽 없이 하나로 이어진 '열린 관' 구조를 이룬다. 격벽이 없어 일부 학자는 이를 지구상 가장 큰 세포라고 부른다. 키어스 팀은 투명한 토양에서 네트워크를 길러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암스테르담의 생물물리학 연구소 AMOLF와 함께 개발한 이미징 로봇으로 개별 노드를 추적한다. 한 번의 실험에서 좌로 갈지 우로 갈지, 다리를 놓아 융합할지를 결정하는 약 50만 개의 노드를 동시에 따라간다. 형광 표지를 붙이면 탄소가 관을 타고 말단까지 내려가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데, 같은 관 안에서 탄소는 아래로, 인·질소·물은 위로 동시에 흐른다. 북쪽과 남쪽으로 동시에 흐르는 강인 셈이다. 연구팀은 지방이 물과 섞이지 않는 성질, 지질 방울을 말단으로 끌어당기는 분자 모터, 그리고 압력을 조절하는 아쿠아포린(물 통로)의 개폐가 결합해 이 역설을 만들어 낸다고 본다.

중앙 제어 없는 전략적 행동

이 연구가 IT 실무자에게 던지는 함의는 생물학에 머물지 않는다. 균류 네트워크는 중앙 제어 장치 없이도 더 나은 파트너와 그렇지 않은 파트너를 구별하고, 더 비싼 값을 치르는 식물 쪽으로 자원을 재배분한다. 전형적인 분산 시스템의 라우팅·자원 할당 문제이며, 키어스가 게임이론과 경제학의 언어로 이 현상을 기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십만 개의 국소적 결정이 모여 전역적으로 합리적인 공급망을 이룬다는 점은, 명시적 조율자 없이 동작하는 시스템을 설계·검증하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동시에 낯선 사례다. 다만 '거래'나 '전략' 같은 표현이 어디까지 은유이고 어디부터 측정 가능한 메커니즘인지는 아직 열린 질문으로 남아 있다. 양방향 흐름의 물리적 원리도 연구팀이 '매일 생각하며 잠들고 깬다'고 말할 만큼 확정되지 않았다.

키어스는 개별 실험실을 넘어, 지하 네트워크의 생물다양성을 지도화하고 보호를 주장하는 연구자 공동체를 전 세계적으로 조직해 왔다. 균류가 기후와 토양, 심지어 열대우림 위 구름 형성에까지 관여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 보이지 않는 '지구의 순환계'를 데이터로 드러내는 작업은 측정 기술과 협업 구조 양쪽에서 여전히 초기 단계다. 발밑에서 벌어지는 교역을 관찰 가능한 대상으로 바꾸는 일 자체가 이 분야의 진짜 과제인 셈이다.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www.quantamagazine.org/how-do-fungi-keep-the-pl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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