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와의 1110억 달러 규모 합병을 완료했다. 합병을 막으려는 마지막 시도가 긴급 신청을 담당한 엘레나 케이건 연방대법관에 의해 어제 이유 설명 없이 기각되면서, 거래를 저지할 법적 수단은 사실상 모두 소진됐다. 새로 출범한 회사의 이름은 '스카이댄스'로, 파라마운트가 지난해 별도 거래로 인수한 회사의 이름을 따왔다.
이번 결합이 만들어낸 것은 단순한 몸집 키우기가 아니다. 거대 영화 스튜디오 두 곳에 더해 스트리밍 서비스 파라마운트+와 HBO 맥스, 방송사 CBS와 뉴스채널 CNN, 그리고 CBS 스포츠·TNT 스포츠를 아우르는 라이브 스포츠 포트폴리오와 방대한 콘텐츠 라이브러리가 한 지붕 아래로 들어왔다. 제작·배급·유통·스포츠 중계권까지 수직·수평으로 묶인 구조라는 점에서, 한국 OTT·방송 업계가 눈여겨볼 전형적인 미디어 통합 모델이다.
경쟁 제한 우려를 넘은 '타협으로서의 합의'
합병은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12개 주가 제기한 소송으로 한때 지연됐다. 지난 7월 캘리포니아 북부지법의 아라셀리 마르티네스-올긴 판사는 이 결합이 경쟁을 상당히 줄이고 반독점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가 지난달 소송을 합의로 마무리하고 나머지 주들도 이에 동참하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표현의 자유·미디어 옹호 단체들은 합의가 소송을 제기한 주 주민들에게 '사실상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며 거부를 촉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9월 30일 합의를 승인한 판사의 논리는 실무적으로 음미할 대목이 있다. 그는 통상의 합의가 '제기된 위반을 완전히 치유하거나 사건의 궁극적 쟁점을 반드시 해결하지는 않는다'며, 합의란 양측과 공공 모두에 어느 정도 불만을 남기더라도 재판까지 가는 위험·시간·비용을 줄이는 타협이라고 설명했다. 합의가 '더 멀리, 더 많이' 나아가길 바라는 기대만으로는 법원이 협상 결과를 뒤집을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 합의 내용은 국내 영화에 대한 최소 투자·개봉 기준 설정, 그리고 두 회사의 기본 케이블 채널에 대한 별도 배급 협상 유지 요건에 그쳤다.
별도로 스트리밍 가입자 등 소비자 5명이 낸 소송도 실패했다. 제9연방항소법원이 청구를 기각했고, 이들이 케이건 대법관에게 낸 긴급 저지 신청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편집권 독립성과 지배구조라는 뇌관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조항은 CBS 뉴스와 CNN을 위한 '편집 독립성 이사회' 설치 요구다. 다만 이사회 구성원을 스카이댄스가 선임하고 회사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돼 있어, 독립성 장치로서의 실효성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이 조항이 등장한 배경에는 두 매체의 독립 보도 능력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CNN의 마크 톰슨 CEO와 CBS 뉴스의 배리 와이스 편집국장은 합병 회사에서 직을 유지한다. 한편 파라마운트의 데이비드 엘리슨 CEO는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에게 CNN에 큰 변화를 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고, 지난해 파라마운트는 트럼프와 1600만 달러에 합의하고 CBS에 '편향 감시자'를 두기로 하며 스카이댄스 인수 승인을 얻은 바 있다. 미디어 통합이 보도 독립성과 정치적 영향력 문제로 곧장 번지는 양상이다.
규제 당국의 움직임도 기록해 둘 만하다. 법무부는 6월 합병을 승인했는데, 반독점 소송을 권고하는 쪽으로 기울어 있던 실무 변호사들이 놀랐다는 보도가 나왔다. 9월에는 FCC가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카타르 국부펀드에 대규모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의 자금 조달을 허용했다. 이들 국부펀드는 의결권 없는 주식을 보유하고, 엘리슨 가문과 레드버드 캐피털 파트너스가 의결권 주식 100%를 쥐는 구조다.
80억이 아니라 800억 달러의 숙제
화려한 자산 목록 뒤에는 무거운 부채가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스카이댄스는 약 800억 달러의 부채를 떠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엘리슨에게 스트리밍을 키우고 케이블 네트워크의 현금흐름을 지키며 극장 영화 성과를 개선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작용한다. 결국 이번 합병의 성패는 규모의 선언이 아니라, 자산을 실제 수익으로 전환해 거대한 이자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콘텐츠 라이브러리와 스포츠 중계권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쥐었지만, 그 무기를 운용할 재무적 여력과 편집 독립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함께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