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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을 기다린 재너두, AI 에이전트에서 이상적 사용자를 만나다

60년을 기다린 재너두, AI 에이전트에서 이상적 사용자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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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테드 넬슨은 '하이퍼텍스트'라는 단어를 만들며 프로젝트 재너두(Xanadu)를 통해 자신이 '도큐버스(docuverse)'라 부른 컴퓨팅의 비전을 제시했다. 그의 설계는 두 가지 원칙 위에 서 있었다. 절대 복사하지 말고 항상 참조하라(넬슨의 용어로 '트랜스클루전'), 그리고 절대 덮어쓰지 말고 항상 버전을 남겨라. 이 원칙대로라면 인용은 원본을 복제하지 않고 참조로 유지되어 출처와 정체성이 그대로 보존되고, 문서의 모든 버전이 사라지지 않는다. 시스템이 방대한 기록 관리 부담을 스스로 짊어지고, 사용자는 결코 잊지 않는 시스템의 혜택만 누리는 구조였다.

문제는 이 비전이 무한에 가까운 저장 공간과 이동해도 깨지지 않는 이름 체계를 전제로 했다는 점이다. 넬슨이 재너두에 매달린 수십 년 동안 둘 중 어느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1990년대 웹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때 개발자들은 재너두식 접근을 우회하고 단순함을 택했다. 웹의 링크는 그저 문자열이어서 대상이 이동하면 끊어진다. 기록 유지의 책임은 시스템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넘어갔지만, 대신 누구나 빠르게 무언가를 배포할 수 있었다. 재너두는 새 시대의 약속에서 컴퓨팅 역사상 가장 유명한 '베이퍼웨어'로 남았다.

넬슨은 평생 웹이 하이퍼텍스트의 납작해진 패러디라고 주장해 왔다. 그의 말은 옳았지만 대다수 사람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사람은 모든 링크를 따라가거나 모든 버전을 비교할 필요를 실제로 느끼지 않았고, 남들이 좇는 링크와 버전을 따라가는 데 더 익숙했다. 인간에게는 '납작한' 웹으로 충분했던 것이다.

에이전트라는 완벽한 사용자

Zed 블로그의 이 글이 던지는 흥미로운 관점은, 인간에게는 과했던 재너두의 특성이 AI 에이전트에게는 오히려 최적이라는 것이다. 에이전트는 사람이 한 번에 머릿속에 담을 수 없는 여러 겹의 맥락, 즉 인용 뒤에 놓인 출처, 그것을 둘러싼 논의, 실제로 실행된 코드에 붙은 스택 트레이스까지 함께 읽어낼 수 있다. 텍스트를 조각(fragment) 단위로 표현하면 코드가 바뀌어도 각 참조가 같은 구간에 손실 없이 붙어 있게 된다. 에이전트는 이 여러 차원을 동시에 읽고, 인간이 감사할 수 있도록 근거를 인용하며, 매번 참을성 있게 모든 링크를 따라간다. 다만 그 링크가 어딘가에 실제로 존재해야만 에이전트가 그것을 찾을 수 있다.

60년에 걸쳐 도착한 부품들

글쓴이는 오늘날 Zed가 Delta와 그 기반인 DeltaDB를 만들 수 있는 이유가, 지난 60년간 각기 다른 목적으로 개발된 기술들이 도큐버스의 빠진 조각을 채워줬기 때문이라고 정리한다. 중심 없는 세계의 시계 역할을 하는 램포트 타임스탬프(1978), 거짓말할 수 없는 이름을 만드는 머클 트리(1979)와 이를 대중화한 Git(2005), 조정 없이 수렴을 이루는 CRDT(2011), 1981년 수만 달러에서 지금은 1센트가 된 기가바이트 저장 비용, 2000년대 중반 상시 연결 광대역, 대화 중에 격리된 클라우드 머신을 즉시 띄우는 파이어크래커급 마이크로VM(2018), 그리고 입력하는 동안에도 다시 파싱할 만큼 빠른 트리시터(2018)와 상태로부터 화면을 매 프레임 새로 그리는 GPUI가 그것이다. 각 돌파구는 저마다 평범한 '본업'을 갖고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다음 시대 컴퓨팅의 토대가 됐다.

실무적으로 Delta의 핵심은 대화와 코드가 하나의 공유된 이력으로 함께 저장된다는 데 있다. 화면 위에서 파일은 여전히 1차원 문자열로 보이지만, DeltaDB는 그 밑에서 파일을 안정적 정체성을 가진 조각들로 표현한다. 이 정체성 덕분에 주변 코드가 바뀐 뒤에도 여전히 해석 가능한 '앵커', 즉 특정 구간에 대한 참조를 만들 수 있다. 행 번호가 한 스냅숏 안에서 텍스트의 위치를 가리킨다면, 앵커는 여러 스냅숏에 걸쳐 우리가 가리키는 구간이 무엇인지를 보존한다. 이전 에이전트가 반복해 읽고 수정하고 인용한 파일과 심벌은 다음 에이전트를 위한 이정표가 되고, 각 조각이 어떤 연산에서 나왔고 어떤 이전 상태 위에 쌓였는지 같은 인과 메타데이터를 통해 현재 코드뿐 아니라 그 유래와 축적된 판단까지 거슬러 탐색할 수 있다.

상호운용성이라는 교훈과 남은 한계

재너두에는 자초한 마지막 실패 요인이 있었다. 자신보다 못한 포맷과 섞이기를 거부한 것이다. Zed는 이 실수에서 배웠다고 밝힌다. Delta의 모든 스레드는 동시에 하나의 Git 브랜치이므로, Delta를 열지 않는 동료에게는 평범한 저장소로 보이고 파일이 실재하기에 기존 도구와도 자연스럽게 통합된다. 아직 전환할 준비가 안 된 사람들과는 저장소를 GitHub에 계속 미러링해 협업할 수 있으며, 오픈소스 IDE인 Zed 자체도 이 과도기에는 그 방식을 쓴다고 한다.

다만 이 글은 Zed 팀이 자사 비전을 서술한 에세이라는 점을 감안해 읽을 필요가 있다. 언급된 앵커·이정표·유래 추적 같은 기능이 실제 개발 현장에서 얼마나 유용한지, 저장 비용이 저렴해졌다 해도 모든 버전을 영구 보존하는 방식이 대규모 협업에서 성능과 관리 측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수치나 검증은 원문에 담겨 있지 않다. 글쓴이 스스로 목표가 재너두를 그대로 구현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그럼에도 인간의 기억과 주의력 한계에 맞춰 맥락을 납작하게 눌러온 관행이, 아무것도 머릿속에 담지 않고 모든 것을 읽어내는 에이전트라는 새로운 사용자 앞에서 재검토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은 한국의 IT 실무자에게도 짚어볼 만하다. 넬슨이 미처 상상하지 못한 마지막 의존성이 바로 그 '인공 독자'였다는 지적은, 기록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다시 꺼내게 한다.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zed.dev/blog/agentic-xana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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