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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니악보다 2년 먼저 있었다 — 2차대전을 이기게 한 비밀 컴퓨터 콜로서스

에니악보다 2년 먼저 있었다 — 2차대전을 이기게 한 비밀 컴퓨터 콜로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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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니악보다 2년 먼저 있었다 — 2차대전을 이기게 한 비밀 컴퓨터 콜로서스

“세계 최초의 컴퓨터”를 물으면 대부분 1946년의 에니악(ENIAC)을 떠올리는데요. 사실 그보다 2년 앞서, 전쟁 한복판에서 실전으로 돌아가던 전자식 컴퓨터가 있었어요.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이 독일군 암호를 깨기 위해 만든 콜로서스(Colossus)입니다. 최근 IEEE가 이 기계를 공학사의 이정표인 IEEE 마일스톤으로 지정하면서 다시 조명받고 있는데요, 30년 넘게 존재 자체가 극비였던 탓에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많은 이야기예요.

에니그마가 아니라 로렌츠 암호

블레츨리 파크 하면 앨런 튜링과 에니그마를 떠올리기 쉬운데, 콜로서스는 그 이야기가 아니에요. 튜링이 만든 봄브(Bombe)는 에니그마용 전기기계식 장치였고, 콜로서스가 상대한 건 훨씬 어려운 로렌츠 암호였거든요. 로렌츠가 뭐냐면, 히틀러와 독일군 최고사령부가 주고받던 텔레프린터 통신을 암호화하던 기계예요. 12개의 휠이 만들어내는 키 스트림을 평문에 XOR 연산으로 섞는 방식인데, 야전에서 쓰던 에니그마보다 구조가 복잡했어요. 대신 이걸 풀면 얻는 게 어마어마했죠. 일선 부대의 교신이 아니라 베를린의 전략 회의, 그러니까 히틀러의 생각을 직접 읽는 셈이었으니까요.

우체국 엔지니어가 만든 괴물

콜로서스를 설계한 사람은 유명한 수학자가 아니라 영국 우체국(GPO)의 전화교환 엔지니어 토미 플라워스였어요. 당시 전문가들의 상식으로는 진공관 수천 개를 쓰는 기계는 불가능했어요. 진공관은 전구처럼 잘 나가는 부품이라, 수천 개를 붙이면 몇 분마다 하나씩 죽어서 계산이 끝까지 갈 수 없다고 봤거든요. 그런데 플라워스는 전화교환기를 오래 다뤄본 경험으로 “진공관은 껐다 켰다 할 때 죽지, 계속 켜두면 의외로 오래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이 현장 지식 하나가 판을 바꿨죠.

1944년 2월에 가동을 시작한 마크 1은 약 1,600개의 진공관을 썼고, 노르망디 상륙 직전인 그해 6월에 투입된 마크 2는 약 2,400개까지 늘었어요. 암호문이 뚫린 종이테이프를 광학 센서로 초당 5,000자씩 읽어냈는데, 테이프가 시속 40km 넘는 속도로 달리는 수준이었어요. 마크 2는 내부에서 다섯 구간을 병렬로 처리해 실질적으로 초당 25,000자를 소화했고요. 1944년에 이미 하드웨어 병렬 처리를 한 거예요.

프로그래밍은 되지만, 저장 프로그램은 아니다

콜로서스는 플러그와 스위치로 불리언 연산을 조합해 작업을 바꿀 수 있는, 프로그래밍 가능한 전자식 기계였어요. 다만 프로그램을 메모리에 저장해두는 현대적인 저장 프로그램 방식까지는 아니었죠. 하는 일도 흥미로운데, 암호를 무차별 대입으로 깨는 게 아니라 암호문과 로렌츠 휠 패턴 사이의 통계적 상관관계를 계산해서 휠의 초기 위치 후보를 좁혀가는, 일종의 통계적 공격이었어요. 이렇게 해독한 정보는 노르망디 상륙 전에 “독일이 연합군의 기만 작전에 제대로 속고 있다”는 걸 확인하는 데 결정적으로 쓰였고요. 종전까지 총 10대가 만들어졌어요.

왜 아무도 몰랐을까

전쟁이 끝나자 콜로서스 대부분은 처칠의 지시로 해체됐고, 관련자 수천 명은 수십 년간 입을 다물어야 했어요. 존재가 공개된 건 1970년대 중반이에요. 그 사이 1946년에 화려하게 공개된 에니악이 “최초의 전자식 컴퓨터” 타이틀을 가져갔죠. 플라워스는 자신이 뭘 만들었는지 말할 수도 없었고, 개발에 사비까지 보탰지만 제대로 된 보상도 인정도 받지 못했어요. 1990년대에 토니 세일이 이끄는 팀이 콜로서스를 복원했고, 지금은 블레츨리 파크의 국립컴퓨팅박물관에서 실제로 돌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이번 IEEE 마일스톤 지정은 그 뒤늦은 공로 인정인 셈이죠.

우리에게 남는 것

이 이야기에서 눈여겨볼 건 두 가지예요. 하나는 “그건 안 된다”는 전문가들의 통념을 현장 경험에서 나온 데이터로 뒤집은 엔지니어링이고, 다른 하나는 기밀 유지가 기술사의 서술 자체를 바꿔버렸다는 점이에요. 우리가 아는 컴퓨터의 역사에도 이렇게 지워진 장이 더 있을지 몰라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만약 콜로서스가 종전 직후에 공개됐다면, 컴퓨터 산업의 흐름이 지금과 달라졌을까요?


🔗 출처: Hacker News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spectrum.ieee.org/colossus-computer-ieee-milest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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