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가 코드 작성부터 문서 요약까지 실무의 일상 도구로 빠르게 스며들면서, 정작 이 기술을 부르는 이름이 적절한가라는 해묵은 질문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개발자 리치 화이트하우스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 'Artificial Insanity'에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명칭이 오늘날 생성형 모델의 최전선을 설명하기에 부적절하다고 본다. 다만 그의 문제의식은 흔한 비판과 결이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인공(artificial)'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가짜', '진짜가 아니다'라는 뉘앙스를 트집 잡지만, 그는 적어도 그 단어에는 큰 불만이 없다는 입장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이름이 왜 중요한가
기술의 명칭은 단순한 라벨이 아니다. 어떤 단어로 부르느냐에 따라 사용자와 투자자, 규제 당국이 그 기술에 거는 기대의 크기와 방향이 달라진다. '지능'이라는 말이 붙는 순간 사람들은 그 시스템이 상황을 이해하고, 판단하고, 책임 있게 추론한다고 무의식적으로 가정하게 된다. 실제 동작 원리가 방대한 데이터에서 통계적 패턴을 학습해 다음 토큰을 예측하는 것에 가깝다 하더라도, 이름이 만들어내는 인상은 그보다 훨씬 앞서 나간다. 이 간극이 바로 명칭 논쟁이 단순한 말장난에 그치지 않는 이유다.'지능'이라는 단어의 무게
화이트하우스의 글이 겨누는 지점은 '인공'이 아니라 그 뒤에 붙은 개념 쪽에 가깝다. 'Artificial Insanity'라는 제목 자체가 intelligence(지능)를 insanity(광기)로 비튼 말장난인데, 이는 현재 모델들이 보이는 행동이 안정적인 지성이라기보다 종종 예측 불가능하고 종잡을 수 없는 양상에 가깝다는 저자의 시선을 드러낸다. 그럴듯한 문장을 유창하게 만들어내면서도 사실관계를 태연히 지어내는 이른바 환각(hallucination), 같은 질문에 다른 답을 내놓는 비일관성, 맥락이 조금만 바뀌어도 무너지는 추론은 '지능'이라는 단어가 약속하는 안정성과는 거리가 있다. 이름이 기술의 실제 성격을 과대 포장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인 셈이다.실무자에게 남는 질문
이런 논쟁이 현장의 개발자나 기획자에게 추상적인 철학 토론으로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명칭이 만들어내는 기대치는 프로젝트의 성패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인공지능'이라는 간판 아래 도입된 시스템은 종종 '알아서 판단하고 알아서 책임지는' 존재로 오해되고, 그 결과 충분한 검증 절차나 사람의 최종 확인 단계 없이 중요한 의사결정에 투입되기도 한다. 모델을 '지능'이 아니라 '매우 정교한 패턴 생성기'로 바라보면, 어디까지 맡기고 어디부터 사람이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계가 훨씬 명료해진다. 출력에 대한 검토 체계, 환각을 전제한 안전장치, 책임 소재의 명확화 같은 실무적 장치는 이런 관점에서 출발할 때 자연스럽게 따라온다.한국의 IT 조직이 생성형 AI를 도입할 때도 마찬가지다. 기술을 소개하는 언어가 곧 내부의 기대 수준을 규정하고, 그 기대가 예산과 일정, 리스크 관리 방식을 결정한다. '인간을 대체하는 지능'이라는 수사로 포장된 프로젝트와 '생산성을 보조하는 확률 기반 도구'로 정의된 프로젝트는 요구사항 정의부터 품질 검증 기준까지 완전히 다른 궤적을 그린다. 이름을 어떻게 부를지에 대한 성찰은 결국 기술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태도의 문제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