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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철자 개혁, '한 글자씩 천천히'라는 오래된 숙제

영어 철자 개혁, '한 글자씩 천천히'라는 오래된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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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철자는 발음과 어긋나기로 악명 높다. 옥스퍼드대 출판부 블로그에 매주 어원 칼럼을 쓰는 어원학자 아나톨리 리버먼은 최근 런던에서 열린 영어스펠링협회 회의를 계기로, 이 비합리적인 철자 체계를 '천천히, 아무도 화나게 하지 않으면서' 고치자고 제안했다. 그는 이 협회의 명예회장이기도 하다.

100년 넘은 운동, 그러나 제자리

영어스펠링협회는 1908년에 세워졌다. 당시에는 조지 버나드 쇼나 사전학자 월터 스키트 같은 인물들이 개혁을 지지했지만,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20세기의 혼란 속에서 철자 문제는 사소한 불편 정도로 밀려났다. 이후 컴퓨터와 맞춤법 검사기가 등장하고 AI까지 가세하면서 개혁의 동력은 더 줄었다. 런던 회의에서는 '1908년 이래 진전이 없으니 협회를 해산하자'는 자조 섞인 주장까지 나왔다고 한다. 결국 협회는 활동을 이어가되 철자뿐 아니라 넓은 의미의 문해력 문제까지 다루기로 했다.

리버먼의 진단은 분명하다. 역설적이게도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은 어느 때보다 많지만, 책을 읽는 사람은 줄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지금, 영어가 동서를 막론한 소통 수단이 된 시대이기 때문에 오히려 개혁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본다. 전 세계 사람들이 영어 읽기와 쓰기를 배우는 만큼, 불필요한 글자를 걷어내면 모두가 이득을 본다는 논리다.

최소주의 접근: 반발 없는 것부터

그가 내세우는 전략은 '최소주의'다. 이미 복잡한 철자를 힘들게 익힌 사람일수록 변화에 저항하기 마련이므로, 아무도 아쉬워하지 않을 글자부터 지우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acquire의 c, communal의 두 번째 m, sufficient의 두 번째 f처럼 발음에 영향을 주지 않는 중복 글자다. dumb·numb·thumb의 묵음 b를 떼거나, g 뒤의 모음 앞에서 gibberish를 j로 규칙화하는 식의 변화도 제안했다. 반면 colonel, fuchsia, through, laugh처럼 손대기 까다로운 '괴물' 단어들은 일단 그대로 두자고 했다. come, gone, eight, sure, sugar 같은 익숙한 단어를 건드리면 보수파가 들고일어날 테니 피하고, 여러 수십 년에 걸쳐 작은 걸음을 한 발씩 쌓자는 것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개혁의 추진 주체에 대한 현실 인식이다. 리버먼은 의원이나 입법기관은 철자 개혁에 관심이 없다고 단언한다. 실제로 영어권에는 철자를 규율하는 공식 기구 자체가 없다. 그래서 그는 교사 단체, 영어를 제2외국어로 가르치는 사람들, 그리고 대중문화에 기댄다. 잡지 편집자나 래퍼·코미디언·유명 인사 같은 '인플루언서'가 재미있는 방식으로 개혁을 알려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재미가 세상을 정복한다'는 표현이 그의 전략을 압축한다.

반론이 짚는 실무적 쟁점

이 글에 달린 반박들은 개혁 논의가 부딪히는 현실을 더 날카롭게 보여준다. 한 독자는 miscellany 같은 단어에서 글자를 빼면 어원의 단서가 사라지고 발음 변화까지 유발한다며 '나쁜 생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다른 이는 개별 단어를 고치기보다 알파벳 자체를 손보는 편이 이론적으로 더 간단하다고 지적했다. c는 k·s로, q는 k·kw로, x는 z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1908년 이래 성공하지 못한 이유, 즉 저항의 성격 자체를 더 연구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뉴욕 6번가의 공식 명칭이 '아메리카스 애비뉴'로 바뀐 지 80년이 되도록 시민들이 여전히 옛 이름을 쓰는 사례처럼, 사용 빈도가 높을수록 변화는 어렵다.

가장 실무적인 반론은 비용 문제였다. 한 지지자는 'head, said, any'처럼 규칙에서 벗어난 철자가 영어에 최소 3,000개 있고, 그중 약 1,000개는 읽기 학습을 극도로 어렵게 만든다고 적었다. 그런데 지난 수십 년간 학생들의 낮은 문해력은 철자 체계가 아니라 교육의 문제로만 돌려졌다는 것이다. 도로의 포트홀이 유발하는 피해는 누구나 알지만, 철자 결함이 치르게 하는 사회적 비용은 눈에 보이지 않아 외면당한다는 비유가 인상적이다.

정보 설계나 UX, 다국어 제품을 다루는 실무자에게 이 논쟁은 단순한 언어학 토론 이상의 함의를 준다. 표기 체계의 비일관성은 학습 비용이자 접근성 비용이며, 이를 바꾸려는 시도는 기술적 타당성만으로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리버먼 스스로 '일관성은 목표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full과 fill은 l이 둘인데 fulfil은 하나인 모순을 그냥 받아들이듯, 완벽한 체계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지점까지만 나아가겠다는 태도다. 러시아·독일·프랑스·스페인, 그리고 노아 웹스터의 미국식 철자처럼 개혁의 전례는 있다. 다만 그 길이 왜 100년 넘게 영어에서만 막혀 있었는지에 대한 답은, 이 글에서도 끝내 열린 채로 남는다.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blog.oup.com/2026/10/reforming-english-spel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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