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토론토의 중독·정신건강센터(CAMH)를 찾은 한 환자의 진료 기록에는 19년간 매일 복용해 온 클로나제팜(상품명 클로노핀)이 적혀 있었다. 자살 사고에 시달리던 그에게 담당 의사는 장기 복용을 문제 삼으며 약을 끊으라고 권했고, 3주 안에 완전히 중단하도록 짜인 감량(테이퍼) 지침을 건넸다. 혈압·심박 상승이나 발한, 드물게는 경련이 나타나면 911에 전화하라는 안내가 전부였다. 복용량을 줄인 지 이틀 만에 손 저림과 멈추지 않는 식은땀이 시작됐고, 일주일 뒤에는 운동도 글쓰기도 요리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증상은 흔히 말하는 '2~3주면 사라지는 금단'의 범위를 한참 벗어났다. 팔다리의 감각이 사라지는 지각이상, 수백만 개의 경보음 같은 이명, 불면, 과다발한, 자기 목소리가 낯설게 들리는 이인증, 빛과 소리에 대한 병적인 과민, 근육의 불수의적 떨림이 이어졌다. 이 증상들은 경추 신경병증(디스크), 관절염, 심지어 다발성경화증으로 잇따라 오진됐다. 저자가 겪은 것은 벤조디아제핀 금단 증후군(BWS)으로, 실제로 다발성경화증을 비롯한 여러 질환의 증상을 그대로 흉내 낼 수 있어 오진이 드물지 않다고 한다.
오래 전부터 있었던 경고
돌파구는 뜻밖에도 환자 커뮤니티에서 나왔다. 한 온라인 모임 참석자가 수술을 받지 말라며 '헤더 애슈턴'을 찾아보라고 귀띔한 것이다. 영국의 정신약리학자 애슈턴은 1999년 '벤조디아제핀: 작용 원리와 중단 방법'(통칭 애슈턴 매뉴얼)을 펴냈는데, 저자가 겪던 증상이 거기 빠짐없이 적혀 있었다. 경고는 더 오래됐다. 킹스칼리지런던의 맬컴 레이더 교수는 1970년대부터 위험을 알렸고, 1981년에는 '만들어지고 있는 유행병'이라 표현했으며, 1999년에는 '사람을 벤조디아제핀에서 떼어내는 것이 헤로인보다 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오랫동안 소수의 회의론자에 머물렀다.규모는 결코 작지 않다. 2015~2016년 데이터를 분석한 가장 최근 추정에 따르면 미국 성인 약 3,060만 명이 지난 1년간 벤조디아제핀을 복용했고, 그중 2,530만 명은 처방대로 사용했다. 애슈턴은 복용자의 10~15%가 장기화된 금단을 겪을 수 있다고 봤고, 서호주대의 숀 후드처럼 최대 40%까지 추정하는 연구자도 있다. 그러나 의대생이 벤조디아제핀을 배우는 시간은 몇 시간 남짓이다. 미국 FDA는 2020년에야 '임상적으로 유의한 신체적 의존'과 '생명을 위협하는' 금단 반응 가능성을 명시한 블랙박스 경고를 의무화했지만, 중독정신과 전문의 알렉시스 리트보는 처방자에게 이 경고를 교육할 공식 절차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뇌가 적응한다는 것
왜 이렇게 끊기 어려운가. 벤조디아제핀은 처음에는 몸속 '천연 진정제'인 신경전달물질 GABA의 작용을 강화해 효과를 낸다. 그러나 장기 복용하면 뇌는 GABA 수용체의 수와 민감도를 함께 줄이는 쪽으로 적응하고, 동시에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가 더 활발해진다. 약을 끊으면 억제력은 약해지고 흥분만 남은 신경계가 만성적으로 과흥분 상태에 빠진다. 수용체가 다시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며, 그때까지 일부 사람은 끊임없이 위험에 처한 듯한 생리적 감각에 시달린다. 한 동료지원 사이트의 비유처럼, 가속페달에는 벽돌이 묶여 있고 브레이크는 끊긴 자동차 같은 상태다.이 약이 '안전하다'는 인식은 치밀한 마케팅의 산물이기도 하다. 1955년 호프만-라로슈의 화학자 레오 스턴바흐가 합성했다가 방치했던 클로르디아제폭사이드는 동료가 우연히 재발견해 검증을 거친 끝에 1960년 '리브리움'으로 출시됐고, 바르비투르산염보다 안전한 대안으로 홍보됐다. 뒤이은 '바리움'을 맡은 아서 새클러는 '정신적 긴장(psychic tension)'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삶의 스트레스를 치료 대상으로 바꿔놓았다. 바리움은 미국 최초로 1억 달러를 벌어들인 약이 됐고 1969~1982년 최다 판매 약품 자리를 지켰다. 공교롭게도 새클러 가문은 2025년 오피오이드 위기에 대한 책임으로 65억 달러 배상 명령을 받았다.
실무적으로 남는 질문
이 기록이 던지는 교훈은 분명하다. 처방대로 복용했더라도 장기 사용 후 급격한 중단은 위험할 수 있으며, 금단은 몇 주가 아니라 몇 달, 몇 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애슈턴 매뉴얼이나 최근의 모즐리 처방중단 가이드라인이 강조하는 핵심은 '천천히, 환자 반응에 맞춰' 줄이는 완만한 감량이다. 반면 CAMH 같은 저명한 기관의 응급실조차 벤조디아제핀 금단으로 인한 증상을 인정하지 않고 명상과 운동을 권한 채 돌려보냈다는 대목은, 제도적 인식의 공백이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다만 이 글은 한 사람의 경험담이라는 한계를 지닌다. 장기 금단을 겪는 비율이 10~15%인지 40%인지조차 연구에 따라 크게 갈리고, 커뮤니티 특성상 최악의 사례가 과대 대표될 수 있다는 점은 저자 스스로도 인정한다. 그럼에도 수천만 명이 복용하는 약물에 대한 교육과 경고 전달 체계가 비어 있다는 사실, 그리고 '안전한 신경안정제'라는 브랜딩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약을 쓰는 쪽이든 끊는 쪽이든 반드시 염두에 둘 만한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