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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X 스펙트럼 넥스트로 노트북을 만든 메이커의 두 번째 도전

1982년 등장한 8비트 가정용 컴퓨터 싱클레어 ZX 스펙트럼은 영국 레트로 컴퓨팅 문화의 상징이다. 그 정신적 후계 기종인 ZX 스펙트럼 넥스트(Spectrum Next)는 FPGA 기반으로 원본 하드웨어를 재현하면서 HDMI 출력, 라즈베리 파이 연동 같은 현대적 확장성을 더한 커뮤니티 프로젝트다. 한 메이커가 이 넥스트를 노트북 형태로 만든 자작 프로젝트의 두 번째 버전을 공개했다. 공식 넥스트 팀이나 킥스타터와는 무관한 순수 개인 작업으로, 첫 버전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설계 사상을 바꾼 부품 선택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눈여겨볼 지점은 핵심 보드를 교체했다는 사실이다. 이전 버전은 스펙트럼 넥스트 개발 보드를 중심으로 설계했는데, 이 보드는 크기가 커서 노트북에 적합하지 않은 데다 구하기 어렵고 가격도 비쌌다. 새 버전에서는 이전에 진행했던 휴대용 기기 프로젝트에서 남은 소형 미니 PCB를 가져다 썼다. 작은 크기 덕분에 케이스 내부에 배선과 다른 부품을 넣을 여유가 생겼다. 이 미니 PCB도 정식 넥스트 PCB와 마찬가지로 라즈베리 파이 및 와이파이 모듈과 연동할 수 있어, 두 모듈과 함께 향후 펌웨어가 지원할 USB 장치를 대비한 USB 분배 보드까지 내장했다.

화면은 고장 난 중고 노트북에서 떼어낸 14인치 WXGA LED 패널을 재활용했다. 스펙트럼 넥스트와 연결해 시험한 결과 HDMI는 물론 VGA에서도 50Hz로 양호하게 출력됐다. 다만 이 패널을 구동하려면 별도의 VGA/HDMI/LCD 컨트롤러 보드가 필요한데, eBay 등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이런 보드는 노트북에 넣기엔 크다. 제작자는 쓰지 않는 DVI, 헤드폰 단자 같은 큰 소켓을 제거해 내부 높이 요구치를 조금이나마 줄였다.

키보드로는 모던 노트북 키보드 대신 진짜 스펙트럼 넥스트 키보드를 채택했다. 요즘 노트북 키보드만큼 얇지는 않지만 이 제작에는 충분히 얇았고, 본인이 선호하는 타건감이기도 했다. 다만 이 키보드는 두 번째 넥스트 본체에서 '임시로 빌려온' 것이라, 나중에 여분 키보드를 따로 구해 원래 자리로 돌려주려는 계획이다.

3D 프린팅과 전원 설계의 현실적 절충

케이스는 처음부터 새로 설계했고 조이스틱, USB, 전원 잭 컷아웃 정도만 이전 디자인에서 재사용했다. 부품 크기가 커서 먼저 CR-10S Pro 프린터로 시제품을 출력해 포트와 경첩 위치가 맞는지 확인했다. 검증이 끝난 뒤 STL 파일을 Shapeways에 보내 전문 출력을 맡기고, 받은 부품을 샌딩한 뒤 검은색으로 도색했다. 결과물은 현대 노트북처럼 얇지는 않은데, 이는 LCD 드라이버 보드나 키보드 같은 기성 부품을 그대로 끼워 맞춰야 했던 제약에서 비롯된 타협이다.

노트북다운 요소도 하나씩 더해졌다. 처음에는 전원을 연결해야만 쓸 수 있었지만, 12V UPS와 1만 mAh 배터리를 넣어 플러그 없이 약 6시간의 스펙트럼 구동 시간을 확보했다. 또 하나의 과제는 백라이트였다. 초기에는 LCD 백라이트가 항상 100%로 고정돼 조절이 불가능했는데, 이를 키보드로 제어하고 싶었다.

왜 라즈베리 파이가 아니라 아두이노였나

백라이트 제어에는 아두이노 나노를 썼다. 출력 핀 하나를 PWM 신호로 설정해 화면 밝기를 조절하고, 키보드 멤브레인 라인 일부를 아두이노 입력 핀으로 끌어와 특정 키 입력을 감지하는 방식이다. 심볼 시프트와 좌우 커서 키를 조합해, 심볼 시프트+왼쪽은 밝기를 낮추고 심볼 시프트+오른쪽은 높인다. 과거 LCD 터치스크린 싱클레어 C5를 만들 때 써본 부품이라는 점도 선택에 영향을 줬다.

여기서 드러나는 설계 판단이 실무자에게는 가장 참고할 만하다. 이 기능은 내장된 라즈베리 파이로도 구현할 수 있었지만, 그러려면 파이의 기본 소프트웨어를 수정해야 했다. 제작자는 표준 넥스트 배포판을 그대로 쓰고 싶었기에, 노트북 고유 기능은 별도의 아두이노가 전담하도록 분리했다. 범용 메인 시스템은 순정 상태로 유지하고 하드웨어 종속적인 부가 기능은 저렴한 마이크로컨트롤러에 맡기는 이 역할 분담은, 임베디드나 하드웨어 통합 작업에서 '공식 소프트웨어를 건드리지 않는다'는 원칙이 유지보수와 호환성 측면에서 왜 유리한지를 보여준다.

물론 이 프로젝트는 상업 제품이 아니라 1인 메이커의 취미 작업이라는 한계를 분명히 안고 있다. 두께, 재활용 패널 의존, 빌려온 키보드처럼 일회성 조건이 많고, 성능이나 생산성을 재는 벤치마크도 없다. 그럼에도 구하기 어려운 비싼 개발 보드 대신 남는 소형 PCB를 재활용하고, 기성 부품의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 공간을 확보하며, 기능을 어느 칩에 맡길지 명확히 가르는 일련의 결정은 제약 속에서 시스템을 통합하는 엔지니어링의 축소판으로 읽을 만하다.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www.dorchester3d.com/printing/blog/2020/11/zx-spec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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