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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지식 활동은 왜 공동체 없이 지속될 수 없는가

AI 시대, 지식 활동은 왜 공동체 없이 지속될 수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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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겸 블로거 페르난도 보레티(Fernando Borretti)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 'No Man Is an Island'는 생성형 AI가 개인의 지적 기여를 불필요하게 만든다는 다소 비관적인 주장을 담고 있다. 그의 핵심 논지는 단순하다. 개인의 지적 활동은 홀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인간들로 이루어진 지적 공동체 안에서만 지속될 수 있는데, AI가 바로 그 공동체를 해체하고 있고, 그 결과 개인적 지적 활동 자체도 점점 드물어진다는 것이다. 글쓴이는 지난 1년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벌어진 변화를 관찰한 경험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생산성은 올랐지만 담론은 얕아졌다

그는 클로드 코드(Claude Code)가 출시된 지 1년 남짓 만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한다. 물질적으로는 긍정적일 수 있다. 단위 노력당 산출물이 늘어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다만 그 대가로 코드베이스는 더 지저분해졌다고 본다. 반면 사회적 차원에서는 재앙에 가깝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예전에는 컴파일러, 타입 시스템, 논리 같은 주제를 이야기했다면, 지금은 '프롬프트', '하네스', '루프' 같은 말만 반복된다. 담론이 더 좁고 얕고 반복적으로 변했다는 지적이다.

여기서 그가 특히 우려하는 지점은 '인적 자본 형성'의 붕괴다. 프롬프팅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에 비하면 훨씬 얕은 기술이며, 배울 것이 없다는 것이다. 컴퓨터가 코드를 대신 짜준다면 애초에 코딩을 왜 배우겠는가. 좋은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 연습해야 했던 엄밀하고 체계적인 사고가 더는 요구되지 않고, '기계가 우리 대신 합리적으로 사고해 주니 우리는 그냥 분위기(vibe)에 맡기면 된다'는 태도가 퍼진다는 것이다. 이 대목은 최근 흔히 쓰이는 '바이브 코딩'이라는 표현을 비판적으로 뒤집은 문제 제기로 읽힌다.

왜 더 이상 공유하지 않게 되는가

두 번째 축은 공유지(commons)에 대한 기여가 무의미해진다는 주장이다. AI 이전에는 오픈소스 코드를 공개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는 블로그 글을 쓰고, 튜토리얼이나 교재로 남을 가르치는 일이 의미를 가졌다. AI 이후에는 그 의미가 사라진다. 글쓴이는 이를 단순히 깃허브 스타나 블로그 트래픽을 얻지 못하는 문제로 보지 않는다. 더 근본적으로는 '함께 기여할 공동의 인간적 프로젝트'라는 감각 자체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AI의 도움으로 자기만의 '정원' 같은 코드를 무한히 키울 수는 있지만, 정원을 나와 사람들과 거래하는 '시장(bazaar)'으로 갈 이유가 없어진다. 이런 조건에서는 무언가에 마음을 쓰거나 행동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의 분석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지적 활동을 떠받치는 두 가지 투입 요소다. 하나는 그 위에 쌓아 올릴 '공유된 성과물'이고, 다른 하나는 '동기'다. 공유된 성과물은 본질적으로 공동체적이다. 혼자서 기술 전체의 계보를 처음부터 다시 쌓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동기 역시 둘로 나뉜다. 우리는 내재적 동기를 가장 순수한 것으로 여기지만, 그것은 결국 감정이고 모든 감정처럼 일시적이고 짧다. 그래서 영감이 찾아오는 순간들 사이의 공백을 채우려면 인정과 평판 같은 외재적 동기가 필요하다. 논문을 인용하고 저장소에 기여하는 행위가 상대에게 '당신의 일이 쓸모 있다'는 확인을 주고, 그 확인이 다시 기여를 끌어낸다는 선순환 구조다.

공동체가 사라지면 남는 것은 '아무것도 아님'

보레티의 결론은 단호하다. 공동체가 없으면 각자 자기 일을 하는 고립된 개인들이 남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적 활동의 투입 요소가 말라붙기 때문이다. 아무도 공유 성과물에 보태지 않고, 내 활동의 혜택을 받을 동료도 없다. 수학에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그는 본다. AI가 정리를 증명하고 논문을 쓰고 설명하며 학생을 지도하고, 머지않아 인간보다 나은 교재를 쓸 수 있다면 사람이 논문이나 교재를 쓸 이유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는 AI가 오히려 외재적 동기로 움직이던 '클라우트 추종자'를 걸러내고 내재적으로 동기화된 소수만 남길 것이라는 낙관론을 소개하면서도, 이를 인간 본성에 맞지 않는 견해로 반박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다른 인간들 속에서만 번성할 수 있고, 세상에 기여하는 일에 마음을 쓰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 글은 데이터나 설문이 아니라 한 개인의 관찰과 사유에 기댄 에세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생산성 향상이나 코드 품질 저하에 대한 구체적 수치는 제시되지 않으며, '담론이 얕아졌다'는 진단도 측정값이 아니라 체감에 가깝다. 그럼에도 한국의 IT 실무자에게 던지는 질문은 묵직하다. 조직이 AI 도입으로 단기 산출을 극대화하는 동안, 신입 개발자가 체계적 사고를 훈련할 기회, 사내외 기술 커뮤니티에 지식을 환류하는 문화, 그리고 그런 기여를 인정해 주는 보상 구조가 함께 무너지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 볼 만하다. 개인의 의지만으로 지적 활동이 지탱된다는 통념을 의심하고, 동기와 공유 자산을 떠받치는 공동체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가 이 글이 남기는 실천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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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전체 보기 → https://borretti.me/article/no-man-is-an-is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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