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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셋 없이 '앉아서' 들어가는 VR, 규슈대의 발상 전환

헤드셋 없이 '앉아서' 들어가는 VR, 규슈대의 발상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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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VR)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떠올리는 장면이 있다. 투박한 고글을 쓴 채 제자리에서 어색하게 돌고, 허공에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잡으려 손을 뻗는 모습이다. 일본 규슈대학 연구진은 이 '머리에 쓴다(mounted)'는 전제 자체를 다시 묻기로 했다. 2026년 7월 19일 SIGGRAPH Emerging Technologies '26 논문집에 발표된 연구에서, 연구팀은 공중 결상(aerial imaging) 광학 기술을 적용한 전용 의자를 선보였다. 사용자는 머리에 아무것도 쓰지 않고 그저 의자에 앉는 것만으로 입체 가상 장면을 마주한다.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거창한 로드맵이 아니라 한 학생의 불평이었다. 규슈대 정보과학전기공학부의 후쿠시마 쇼고 준교수는 "VR에 오래 머무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토로하던 학생에게서 시작됐다"고 회고한다. 그 학생은 어떤 날은 VR 밖보다 안에 있는 시간이 더 길었고, 그 안에서 잠을 청하려 했지만 헤드셋 때문에 편한 자세를 잡기 어려웠다고 한다. 연구실은 기기를 더 가볍게 만드는 대신, 애초에 머리에 쓸 것이 없는 VR을 탐색하는 쪽을 택했다.

무게의 악순환을 끊는 접근

현재 대다수 VR 기기는 비교적 짧은 사용을 전제로 설계된다. 더 넓은 시야각, 더 높은 해상도, 더 큰 연산 성능은 모두 더 많은 하드웨어를 요구하고, 그만큼 머리와 목에 무게와 압박이 더해진다. 이는 VR이 일상 속에 얼마나 편안하게 녹아들 수 있는지를 근본적으로 제약한다. 성능을 끌어올릴수록 착용 부담이 커지는 악순환인 셈이다. 연구팀의 발상은 이 고리를 광학적으로 우회하는 데 있다.

기존 헤드셋은 눈 가까이에 둔 디스플레이와 렌즈를 통해 좌우 눈에 약간 다른 영상을 보여 주며 입체감을 만든다. 후쿠시마 팀은 같은 광학 효과를 수많은 미세 거울로 이뤄진 마이크로미러 배열을 써서 구현할 수 있음을 보였다. 각각의 거울이 좌우 눈에 서로 다른 영상을 향하게 함으로써, 물리적 화면이 아니라 공간에 떠 있는 듯한 상을 만드는 공중 결상 기법 위에 입체시를 올린 것이다. 이렇게 하면 시스템의 물리적 크기를 훌쩍 넘어서는, 극장처럼 확장된 장면을 좁은 의자 공간 안에서 경험할 수 있다.

의자가 곧 디스플레이

이 광학 원리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연구팀의 기여는 이를 실제로 '앉아서 둘러볼 수 있는'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끌어올린 데 있다. 광학 모듈을 의자에 탑재하고, 내장 자이로스코프가 의자의 회전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도록 했다. 사용자가 몸을 돌리면 그 움직임에 맞춰 입체 영상도 함께 변한다. 헤드셋을 쓰거나 별도 보정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가상 세계를 둘러볼 수 있다는 뜻이다. 구성이 컴팩트해 비교적 좁은 공간에서도 몰입형 경험을 만들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후쿠시마 준교수는 이 방식이 향후 VR 멀미를 줄이는 데도 쓰일 가능성을 언급한다. 헤드셋이라는 제약이 사라지면 더 큰 광학 부품이나 움직이는 기구를 자유롭게 넣을 수 있고, 이 유연성이 시각과 신체 감각의 불일치를 완화하는 새로운 접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멀미는 이 불일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기에, 설계 자유도 자체가 해법의 여지를 넓힌다는 논리다.

실무적으로 주목할 지점은 응용 범위다. 연구팀은 기술을 일상에 안착시킬 산업 파트너를 찾고 있으며, 차량 내 업무 공간, 상호작용형 박물관 전시, 원격 조종 건설 장비, 재난 대응 로봇 등을 잠재 활용처로 꼽는다. 고정형 좌석과 원격 조종이 결합되는 환경, 즉 조작자가 한곳에 앉아 오래 머무르며 넓은 시야를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비착용형 VR의 이점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

다만 현 단계는 SIGGRAPH의 'Emerging Technologies' 성격에서 알 수 있듯 상용 제품이 아니라 개념 실증에 가깝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해상도, 시야각, 지원 가능한 콘텐츠의 범위, 의자에 묶인 이동성 제약 같은 핵심 지표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앉은 자세와 몸통 회전에 기반한 추적이 걷거나 자유롭게 움직이는 VR 경험을 대체하기보다는 보완하는 성격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후쿠시마 준교수는 더 멀리는 두 사람이 같은 몰입 장면을 공유하는, '도라에몽의 어디로든 문' 같은 구상을 언급하며, 당연하게 여겨 온 전제를 의심하는 연구 문화를 강조했다. 기술적 숙련보다 관성에 질문을 던지는 태도가 다른 미래를 상상하는 출발점이라는 그의 말은, 성능 경쟁에 매몰된 VR 업계가 되새길 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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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전체 보기 → https://www.kyushu-u.ac.jp/en/researches/view/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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