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으로 돌아가기
TECH HACKER NEWS 오늘 8분 읽기 29 READS

"프로그래밍도 예술이다": AI 시대, 개발자가 저항해야 하는 이유

작가들은 파업을 벌였고, 수천 명의 미술가가 반대 공개서한에 서명했으며, 창작 업계는 저작권 소송을 쏟아내 이를 모아둔 전용 웹사이트까지 생겼다. 음악을 하는 유튜버들은 생성형 AI를 특히 혐오한다. 거의 모든 창작 분야가 이 기술을 거부하는 쪽으로 움직이는 셈이다. 그런데 유독 숙련된 프로그래머들만은 "코딩에 AI를 쓰는 건 괜찮다"고 믿는다. 파이썬 비동기 라이브러리 Twisted의 Deferred를 만든 글리프 레프코위츠(Glyph Lefkowitz)는 최근 글에서 이 간극을 파고든다. 개발자들도 AI 코딩을 싫어하고, 그것이 업계를 망가뜨린다고 느끼면서도, 결국 쓰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보기에 이런 체념의 근거는 "프로그래밍은 예술이 아니다"라는 전제다. 도구가 일을 해내고 그 일이 그저 기능적인 것이라면, AI를 쓴들 무슨 상관이냐는 논리다. 글리프는 정면으로 반박한다. 프로그래밍은 예술이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AI로 대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신비화'라는 착시

논의의 핵심은 '예술'을 무엇으로 보느냐다. 프로그램은 기능적이고 평범한 반면 예술은 표현적이고 초월적이라는 통념이 있다. 글리프는 이를 존 버거의 『다른 방식으로 보기』에 나오는 '신비화(mystification)' 개념으로 반박한다. 버거는 한 미술사가가 단체 초상화를 두고 "깊고 빛나는 검정의 미묘한 변조", "조화로운 융합" 같은 황홀한 수사로 묘사한 대목을 비판한다. 실상은 일거리가 필요했던 가난한 노화가가 관리들의 의뢰를 받아 돈을 받고 잘 그려낸 초상화일 뿐이라는 것이다. 아름답지만, 신성한 유물은 아니다.

우리 문화는 회화, 조각, 영화, 음악을 신비화하고 그 기능적 측면을 외면한 채 정서적 충격에만 주목한다. 미학적 성찰 자체는 가치 있지만, 그렇다고 창작이라는 노동이 다른 노동보다 신성하게 떠받들어질 이유는 없다. 소설가는 신비화하면서 저널리스트는 깎아내리고, 저널리스트보다 카피라이터를 더 낮게 보는 위계는 실은 상업과 기회의 우연일 뿐 본질적 차이가 아니다. 많은 유명 작가가 두 역할을 오갔다. 평범한 글을 다루는 일조차 더 순수한 예술적 작업을 위한 훌륭한 훈련이 되기 때문이다.

Deferred, 하나의 시

글리프는 자신의 경험으로 이를 뒷받침한다. 십대 후반 그는 스스로를 '코드 시인'이라 불렀다가 '허세'라는 조롱에 눌려 이력에서 그 표현을 지웠지만, 생각만은 버리지 않았다. 그가 가장 널리 알려진 발명인 Deferred는 RPC 클라이언트/서버 애플리케이션에서 모든 원격 호출마다 콜백과 에러백 인자를 넘겨야 하는 지루함에 대한 미학적 반응이었다. 두 콜백은 기능적으로 멀쩡했지만 보기 흉하고 다루기 번거로웠다. Deferred는 비동기 작업 실행에 관한 의도된 한 편의 시였고, 그 미학적 지향 때문에 영향력을 가졌다.

그는 이 기여를 과대평가하지 않는다. 시가 존재한다고 해서 위대한 시인 것은 아니고, 그저 시일 뿐이라는 것이다. 소프트웨어의 미학 문화는 순수 미술보다 민중 서사시에 가깝다. Deferred의 의미는 그 자체의 불멸성보다, MochiKit.Async에서 jQuery Deferred, 자바스크립트 Promise, 결국 async/await로 이어진 계보에 있다. 여러 장인이 각자 무언가를 더해 원형이 녹아 사라지는 긴 사슬이며, 그 자신도 E 언어의 Promise 등에서 크게 빚졌다고 밝힌다. 이런 의도적 미학 설계가 가능하려면 문제 영역을 오래 숙고해야 한다. 천 번의 콜백 인자를 수동으로 넘기는 지루함을 겪지 않았다면 그런 것을 만들 기술도 동기도 없었을 것이다.

평범함이 사라질 때

물론 대부분의 코드는 이렇지 않고, 그럴 수도 없다. 대부분은 기능적이고 일상적인 코드, 말하자면 카피라이팅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글도, 시각 예술도, 바에서 흘러나가는 배경 음악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점은 의도적으로 미학적으로 설계된 코드가 사회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중요해진다는 사실이다. 애벌슨의 유명한 말처럼 "프로그램은 사람이 읽도록 작성되어야 하고 기계가 실행하는 것은 부차적"이며, 페데리코 비티치의 연례 OS 리뷰나 모든 비디오 게임 리뷰가 곧 소프트웨어의 미학 비평이라는 점도 소프트웨어가 사용자에게 미적 영향을 준다는 증거다.

글리프의 우려는 여기서 실무적 함의로 이어진다. 소프트웨어 업계에는 비평적 독해 전통이 빈약하고, 리터러트 프로그래밍은 칭송받되 실천되지 않으며, 현대 개발 관행은 종종 사용자가 소프트웨어의 작동을 이해하기 더 어렵게 만든다. 이 문제들은 AI 이전부터 수십 년간 있었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악화시킬 이유는 없다. 만약 AI로 카피라이팅과 그래픽 디자인, 지루한 커스텀 워드프레스 테마 개발 같은 '평범한 작업'을 전부 지워버리면, 사람이 기량을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방대한 연습과 숙고의 실전 기회도 함께 사라진다. 진짜 실력은 교육이 아니라 대부분 현장에서 길러져 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추상화와 자동화를 거부하자는 말은 아니다. 프로그래밍 자체가 작은 아이디어를 더 큰 것으로 조합하는 추상화의 예술이다. 문제는 AI로 이해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이해 자체를, 창의적 의사결정 과정 전체를 제거할 때 발생한다. 그는 확률로 비유한다. 평범한 프로젝트 하나가 위대함에 이를 가능성이 가령 0.1%라면, 단일 프로젝트를 AI로 처리한들 큰 손실은 없다. 그러나 모든 프로젝트를 그렇게 하는 습관을 들이면 그 희박한 가능성의 총합은 '가끔은 반드시'에서 '결코 없음'으로 떨어진다. 어떤 용도를 얼마나 거부할지는 각자의 몫이지만, 다른 창작 매체에서 저항할 가치가 있는 만큼 소프트웨어에서도 저항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프로그래밍은 특별하지 않다. 그저 예술이고, 예술은 가장 인간적이기에 가장 보편적인 것이라는 주장이다.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blog.glyph.im/2026/10/programming-isnt-special.html
SHARE
NEXT · CHOOSE

변화를 읽었다면,
내가 만들 수익 구조를 고릅니다.

정보를 더 모으는 데서 멈추지 않고, 광고·외주·판매·중개·구독 중 내 상황에 맞는 출발점을 정해보세요.

21가지 수익 구조 살펴보기 →
처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