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00년 전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태양을 도는 여러 행성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당대의 천동설을 서로 다른 몸에서 떼어 붙인 괴물, 훗날 메리 셸리가 『프랑켄슈타인』에서 되살려낸 창조물에 비유했다. 부분 하나하나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전체로 보면 기괴한 짜깁기라는 것이다. 천동설은 하늘의 겉모습에 직접 맞추기 위해 설계됐다. 행성이 배경별에 대해 멈추고 거꾸로 도는 역행 운동을 보이면, 그 자리에 다이얼을 하나 더해 행성이 지구 둘레를 돌다 잠시 멈추고 뒤로 갔다가 다시 나아가도록 만들었다. 반면 코페르니쿠스는 그런 역행이 시차(視差) 때문일 수 있음을 알아챘다. 우리 궤도가 외행성에 가까워졌다가 그 곁을 지나쳐 갈 때, 행성의 겉보기 위치가 배경별에 대해 밀려 보이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코페르니쿠스 자신은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이 훗날 동원할 물리학을 전혀 몰랐고, 그의 모형 역시 원 궤도를 고집한 탓에 천동설만큼이나 많은 손잡이와 다이얼을 필요로 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의 기여는 태양 중심 관점이 '더 적은 다이얼'로 같은 현상을 설명할 잠재력을 지녔음을 알아본 데 있다. 실제 물리적 틀과 최소한의 다이얼은 이후 한 세기에 걸쳐 디게스, 케플러, 갈릴레이가 채워 넣었고, 마침내 뉴턴이 만유인력이라는 단 하나의 법칙으로 사과가 떨어지는 일과 조석, 행성 운동을 한꺼번에 설명했다. 여기서 드러난 통찰은, 우리의 중심에서 벗어난 위치와 행성들의 불균일한 운동 같은 '깨진 대칭'이 겉모습을 복잡하게 만들 뿐, 그 밑바탕의 존재론은 오히려 더 단순하다는 것이다.
표준우주모형이라는 짜깁기
원문 저자는 오늘날의 표준우주모형이 뉴턴·아인슈타인의 간결한 설명보다 오히려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에 더 닮았다고 본다. 현상은 정확히 기술하지만, 그 정확성이 하나하나 억지로 끼워 넣은 임시방편(ad hoc patch)의 합성물에서 나온다는 지적이다. 한 세기의 발전에도 이 모형은 정작 '우리 우주가 왜 팽창해야 하는가'에는 답하지 못한다. 아인슈타인과 빌럼 더 시터가 제시한 기본 틀에서 우주는 감속하려는 경향에도 불구하고 팽창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우리가 보는 모든 은하와 빛은 팽창을 거스르며 속도를 늦추는 쪽으로 작용하고, 팽창을 미는 요소는 겉모습에 맞추기 위해 덧붙인 다이얼일 뿐이라는 얘기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감속 경향이 빅뱅 시점에서 수학적으로 무한대로 발산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모형이 내놓는 유일한 '설명'은, 우주가 자신의 자연스러운 경향을 관성으로 밀어붙일 만큼 어마어마한 초기 속도로 시작했다는 것뿐이다. 이미 한 세기 전 영국 천문학자 아서 에딩턴은 이 아인슈타인–더 시터 모형을 두고 "그 가능성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런 이론이 대체 어떤 지적 만족을 준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불평했다.
땜질에 또 땜질
프톨레마이오스 모형이 이심원과 대심점을 덧붙였듯, 표준모형도 데이터에 맞추기 위한 장치를 계속 더해 왔다. 빅뱅 직후의 급팽창(인플레이션)은 찰나의 지수 팽창으로 지평선 문제와 공간 평탄성 문제를 지워 주지만, 정작 최초의 팽창 문제는 손대지 못한다. 그 뒤 오랫동안 우주는 복사와 물질에 의해 감속했다고 보며, 이는 기본 틀과 잘 맞는다. 그리고 수십억 년이 지나 팽창을 미는 암흑에너지가 유의미해지면서 팽창이 다시 가속으로 돌아섰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과 암흑에너지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이심원·대심점처럼 나중에 덧댄 보정이다. 암흑에너지는 빅뱅 시점에는 효과가 0이라 최초의 팽창을 설명할 수 없고, 인플레이션은 이미 팽창 중인 우주 안에서만 일어날 수 있어 팽창의 근본 원인으로 끌어오면 순환논증이 된다.
최근에는 암흑에너지라는 땜질 자체에 두 갈래 균열이 생겼다. 초기 우주에서 측정한 팽창률과 후기 우주에서 측정한 팽창률 사이의 간극(허블 텐션)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은하 군집과 초신성 대규모 관측은 시간에 따라 약해지는 암흑에너지를 시사하는 것으로 읽힌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애초에 설명된 적 없는 척력에 '진화하는 다이얼'을 하나 더 붙인 진화형 암흑에너지 모형을 내놓고 있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임시방편이 또 다른 임시방편을 필요로 할 때, 그것은 기반 모형이 틀렸다는 강력한 신호다.
무엇을 대칭으로 가정하고 있는가
저자의 대안적 주장은 우주가 팽창하는 이유를, 붕괴한 물질이 팽창하는 우주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 — 즉 팽창은 붕괴를 반대편에서 읽은 것이라는 착상에 있다. 다만 원문에서 이 논지는 충분히 전개되지 않은 채, 코페르니쿠스의 교훈을 되짚는 데 무게가 실린다. 물리학은 본질적으로 자연에서 대칭이 어떤 방식으로 깨지는지를 알아보는 작업이다. 태양이 자전하기 때문에 적도 부근이 부풀고, 그 부풀기와 자전 속도를 재면 밀도 분포처럼 재기 어려운 성질을 추정할 수 있다. 완벽히 원운동하는 태양과 균일한 하늘만 있다면 지구가 도는지 태양이 도는지 구별할 수 없지만, 지구가 타원 궤도를 돌고 하늘에 별들이 흩어져 있다는 '깨진 대칭'이 더해질수록 천동설은 다이얼을 자꾸 늘려야 하고 태양중심설은 그 어긋남을 저절로 흡수한다.
이 대목이 IT·엔지니어링 실무자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관측(데이터)에 정확히 들어맞도록 파라미터를 계속 추가해 정합성을 확보하는 방식은, 어느 순간 기반 가정 자체가 틀렸다는 사실을 가릴 수 있다. 정확도가 높다는 것과 구조가 옳다는 것은 다른 문제이며, 보정이 또 다른 보정을 요구하기 시작하면 모형의 전제를 의심하는 편이 낫다. 다만 이 글은 검증된 이론이 아니라 표준모형에 대한 문제 제기이자 관점의 재편 요청이라는 점은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저자가 내세운 '붕괴의 반대편으로서의 팽창'이 실제로 더 적은 다이얼로 우주를 설명하는지는 코페르니쿠스가 그랬듯 이후의 수식과 관측이 채워야 할 몫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