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작센주의 작은 마을 글라스휘테는 세계적인 기계식 시계 산지로, '글라스휘테/SA'라는 원산지 표기는 실제로 그곳에서 제작된 시계에만 법으로 허용될 만큼 보호받는다. 미디어 아티스트 니클라스 로이는 2026년 기계식 손목시계 제조사 노모스(NOMOS)로부터 이 마을의 아티스트 레지던시 초청을 받았고, 그곳에서 주운 쓰레기와 잡동사니만으로 작동하는 진자 시계 '글라스휘테 트래시 클록(Glashütte Trash Clock)'을 만들었다. 그의 고조부 앙리 로이(1833~1910)와 증조부 에두아르 로이(1860~1942)가 스위스 라쇼드퐁 출신 시계공이었다는 가족사가 이 작업의 동기가 됐다. 결과물은 약 30분간만 작동해 초와 분만 표시하고, 분침이 12시에 닿을 때마다 공을 울리며, 에너지가 바닥나기 직전 외부 '랜덤 장치'를 작동시킨다.
이론을 재료 제약 안에서 구현하기
이 프로젝트의 흥미로운 지점은 원리가 아니라 구현 방식에 있다. 진자의 진동 주기는 추의 무게가 아니라 길이와 중력가속도만으로 정해진다는 사실, 약 1미터 길이의 '초진자'가 한쪽으로 1초, 되돌아오는 데 1초가 걸린다는 사실은 호이겐스(1629~1695)가 1656년에 이미 정리한 고전이다. 로이는 교회를 작업실 삼아 사다리에 접이식 나무 자를 매달고 끝에 플라스틱 물병을 추로 달아 초진자를 만들었다. 핵심 부품인 탈진기(escapement)는 탈진 바퀴와 앵커로 구성되는데, 진자가 한 번 흔들릴 때 바퀴를 반 톱니씩만 전진시키는 동시에 매번 진자를 살짝 밀어줘 멈추지 않게 한다. 30개 톱니의 바퀴를 쓰면 초당 한 번 흔들릴 때 바퀴가 1분에 정확히 한 바퀴 돌아, 그 축을 그대로 초침으로 쓸 수 있다.
로이는 앵커를 구부린 금속 막대로, 탈진 바퀴의 톱니를 클립으로 만들었다. 동력은 판지로 만든 배럴에 끈을 감고 노모스 공장에서 주운 고철을 채운 페인트 통을 추로 매달아 얻었으며, 길에서 주운 장난감 조립 세트의 도르래로 복활차를 꾸며 추의 이동 거리를 절반으로 줄여 작동 시간을 두 배로 늘렸다. 분침용 감속 장치는 톱니바퀴 대신 원판 마찰 바퀴로 대체했다. 정밀하지 않은 시계이니 약간의 미끄러짐은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실무적으로 보면, 이는 요구 정밀도를 먼저 규정한 뒤 그 수준에 맞춰 공정과 부품을 가장 단순하게 선택한 설계 사고의 전형이다.
공 울림과 '지금 혹은 영원히'
공을 울리는 장치는 별도의 추(고무 장화)로 독립 구동되며, 두 개의 홈을 가진 드럼과 핀 달린 트리거 레버, 비닐봉지로 만든 날개로 공기 저항을 주는 플라이로 구성된다. 분 바퀴의 캠이 레버를 천천히 들어 올려 먼저 '경고(warning)' 단계를 거치고, 약 2분 뒤 레버가 캠의 날카로운 모서리에서 떨어지며 망치가 유리병을 때린다. 상승 구간은 완만해 타격 시점이 모호하지만 하강은 급격해 울리는 순간을 정밀하게 맞출 수 있다는 2단 설계는, 모호한 입력에서 명확한 트리거 시점을 뽑아내는 엔지니어링적 발상이다. 여기에 로이는 'NOW'와 'NEVER'를 적은 룰렛을 더해, 페인트 통이 끝까지 내려오면 철사 장치가 풀리며 룰렛이 돌아가는 '랜덤 합병증(complication)'을 붙였다.
측정과 시간 척도라는 더 큰 주제
주목할 부분은 검증 방식이다. 로이는 진자에 검은 테이프를 붙이고 전체 작동 시간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뒤, 작은 프로그램으로 테이프의 움직임을 추적했다. 그 결과 이 시계의 '1초'는 평균 1.004초(±0.001초)로 오차 0.4% 수준이었다. 값싼 카메라와 영상 추적만으로 물리 장치의 성능을 정량화한 이 접근은, 고가 계측기 없이도 재현 가능한 측정 환경을 구성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이 시계를 GMT와 UTC 개념을 섞은 새 시간 척도 'GTC'의 기준 시계라고 농담처럼 선언하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가 IT 실무자에게 남기는 더 큰 울림은 마지막 서술에 있다. '지금 몇 시인가'라는 질문에 사실 하나의 답이 없다는 것이다. 태양 관측을 1년 평균 낸 GMT와, 전 세계 원자시계의 출력을 평균한 국제원자시(TAI)는 처음에는 일치하지만 점차 어긋나며 그 편차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지구 자전은 균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NTP 동기화, UTC, 윤초 처리, 분산 시스템의 시간 정렬을 다루는 개발자에게 익숙한 골칫거리의 근원과 맞닿아 있다. 쓰레기로 만든 0.4% 오차의 시계가 역설적으로 상기시키는 것은, 완벽한 정밀도보다 '어떤 시간을 기준으로 삼을 것인가'라는 정의의 문제가 먼저라는 점이다. 다만 이 글은 작가 개인의 제작기이자 교양 수준의 설명에 머물며, TAI와 천문 시각의 편차가 왜 예측 불가능한지에 대한 기술적 해명까지는 다루지 않는다는 한계도 함께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