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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라서 4,400년 전 재판관 부자(父子) 무덤 발굴…채색 벽화 그대로 남아

사카라서 4,400년 전 재판관 부자(父子) 무덤 발굴…채색 벽화 그대로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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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관광유물부는 지난 9월 7일, 수도 카이로에서 남서쪽으로 약 40킬로미터 떨어진 사카라 유적에서 약 4,400년 전에 조성된 마스타바(단층 직사각형 분묘) 한 기를 발굴했다고 발표했다. 이 무덤은 고왕국 제5왕조 말기, 제드카레 이세시 파라오 치세에 만들어진 것으로, 두 개의 장례 예배당을 품고 있다. 북쪽의 큰 예배당은 유민(Younmin)이라는 고위 관리의 것이며, 남쪽 예배당은 그의 아버지 이티(Ity)를 위해 조성됐다. 2026년 발굴 시즌에 확인된 이 유적은 카탈루냐 자치대학교의 조셉 세르베요 아우토리가 이끄는 스페인-이집트 합동 조사단이 조사했다.

무덤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벽면에 새겨진 명문(銘文)이다. 유민은 재판관이자 법정 책임자였고, 청원과 민원을 심사하는 서기들의 수장을 맡았다. 그의 아버지 이티 역시 서기 행정에 속해 농경지와 봉헌물 관리를 담당했다. 단순히 지위의 위세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분쟁과 청원, 공식 요청이 국가 상층부로 전달되던 행정 체계 안에서 이들이 실제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벽에 남은 색, 그리고 '가짜 문'의 의미

가장 시각적으로 두드러지는 것은 유민의 예배당이다. 발굴단은 장례 문구와 봉헌 문형(供物 定型文), 무덤 주인의 정형화된 초상을 새긴 건축 정면부를 확인했다. 주변 벽에는 농경 활동과 봉헌 행렬을 묘사한 고급 부조가 남아 있는데, 상당수가 원래의 채색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런 장면은 일상의 삽화가 아니라, 죽은 이가 사후에도 계속 공급을 받도록 보장하는 장례 체계의 일부였다. 곡물과 가축, 식량 생산, 봉헌자의 모습은 일상 경제 활동을 영원한 의례적 풍요로 전환하는 장치였던 셈이다.

비교적 훼손이 심한 남쪽 이티의 예배당에서도 봉헌을 묘사한 채색 장식과 함께 '가짜 문(false door)'이 확인됐다. 이름과 달리 이 문은 실제로 열리도록 만든 것이 아니라, 산 자의 세계와 죽은 자의 세계를 잇는 상징적 경계였다. 사람들은 그 앞에 봉헌물을 놓았고, 죽은 이는 상징적으로 그곳을 통해 나와 공물을 받는다고 여겼다.

'알려져 있었으나 조사되지 않은' 무덤이라는 역설

이번 발굴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이 마스타바가 완전히 미지의 존재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유적이 자리한 마리에트 묘역은 19세기 프랑스 이집트학자 오귀스트 마리에트가 1860~1863년 조세르의 계단식 피라미드 북서쪽 마스타바 지대를 발굴하면서 붙은 이름이다. 마리에트 이후 이 지역에서는 1903~1904년 마거릿 앨리스 머리, 1930년대 윌리엄 스티븐슨 스미스의 제한적 작업만 있었을 뿐, 대규모 현대적 조사는 오래도록 이어지지 않았다. 2022년 체코 조사단이 서쪽 구역에서, 2023년 스페인-이집트 합동 조사단이 동쪽 구역에서 작업을 시작하며 비로소 본격적인 재조사가 이뤄졌다.

이집트 최고유물위원회에 따르면, 이 마스타바의 위치는 마리에트 시대부터 지도상에 표시돼 있었지만 포괄적인 현대 고고학 방법론으로 발굴·기록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한 세기 전에 작성된 고고학 지도는 구조물의 존재만 기록할 뿐, 그 건축 구조나 명문, 연대, 주인이 누구인지까지 밝히지는 못한다. 이미 '알려진' 장소로 여겨지던 곳을 현대적 발굴과 기록 기법으로 다시 찾았을 때 새로운 발견이 나올 수 있음을 이번 사례가 보여준다. 실무적으로 이는 유적 데이터가 '기재됨'과 '규명됨'을 구분해야 함을 뜻한다. 목록에 올라 있다는 사실이 조사가 끝났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카라는 고대 이집트 수도 멤피스의 주요 묘역 중 하나로, 조세르의 계단식 피라미드를 비롯해 왕들의 피라미드와 관리·사제·엘리트 계층의 수천 기 무덤이 밀집한 곳이다. 피라미드가 왕의 권력을 기록한다면, 유민과 이티의 무덤 같은 유적은 토지를 관리하고 청원을 받고 기록을 남기며 국가를 실제로 굴린 사람들의 자취를 전한다. 합동 조사단은 두 예배당의 발굴과 학술적 기록을 마쳤고, 보존 전문가들이 새로 드러난 건축물과 부조, 남아 있는 안료를 안정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마리에트 시대부터 기록에만 머물러 있던 무덤이, 4천여 년 전 한 가문의 2대가 이집트 행정에 어떻게 복무했는지를 이제야 벽면으로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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