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암스트롱은 자신의 글 'Worth Building'에서 겪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사소한 불편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가끔 도메인의 DNS 레코드나 등록 정보를 확인해야 하는데, 컴퓨터 앞이라면 dig나 whois를 쓰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검색창에 '도메인 조회 도구'를 입력하고 아무 사이트나 들어가 도메인을 붙여넣는다. 문제는 그렇게 찾은 도구 대부분이 느리고, 각종 광고와 상품 유도에 파묻혀 있으며, 간단해야 할 작업을 불쾌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예전 같았으면 그는 그냥 참고 썼을 것이다. 고칠 수도, 직접 만들 수도 있었지만 짜증의 크기가 들이는 노력을 정당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암스트롱이 이 도구들을 '못 만든 것'으로 깎아내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그 도구들이 다른 목적에 맞게 아주 잘 만들어졌다고 본다. 도메인 조회는 아무도 돈을 내고 묻지 않는 질문이다. 그래서 검색 상단에 뜨는 무료 도구는 대개 영업 깔때기(sales funnel)가 정당화하는 것들이다. 조회를 하러 온 사람은 언젠가 도메인이나 호스팅을 살 잠재 고객이고, 페이지는 '도메인 조회 도구'라는 검색어에서 상위에 노출되고 무언가를 팔도록 설계된다. 다시 말해 우리가 검색으로 만나는 도구는 '발견되도록 만들어진' 도구일 뿐, 조회 자체를 잘하는 것이 그 도구의 수익원이었던 적은 없다.
계산식이 바뀐 주말
이 지점에서 암스트롱은 LLM이 바꿔놓은 계산식을 꺼낸다. 그는 자신이 실제로 쓰고 싶은 도구를 원했고, Claude Code를 열어 heade.rs라는 도구를 만들었다. 세 번의 프롬프트와 약 한 시간 만에 DNS와 등록 레코드, 실시간 지연시간, 이메일 설정, HTTPS 정보를 보여주는 첫 동작 버전을 Cloudflare에 배포했다고 한다. 나머지 하루는 애니메이션, 그래픽, 자신이 보기 좋은 인터페이스 등 '느낌을 좋게 만드는 일'에 썼다. 운영 비용은 한 달에 커피 한 잔 값도 되지 않는다. 핵심은 이 도구가 무언가를 팔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냥 좋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예전이라면 이런 프로젝트에는 정당화가 필요했다. 시간을 들일 만큼 자주 쓸 것인가, 몇 주가 걸릴 일이라면 다른 사용자, 가격 책정, 수익 구조까지 고민해야 했다. 작은 불편이 훨씬 큰 약속으로 부풀어 오르는 것이다. 그러나 주말 하나는 정당화하기가 훨씬 쉽다. 그는 단지 그것이 존재하기를 원했고, 그 이유만으로 충분했다고 말한다.
문턱이 낮아진다는 것의 양면
암스트롱이 끌어내는 일반화는 명료하다. 과거 몇 시간이면 프로그래머는 스크립트 한 편을 얻었지만, 이제는 다듬어진 앱을 얻는다. 그리고 비프로그래머는 '아무것도 아닌 것' 대신 '무언가'를 얻는다. 더 많은 사람이 문턱을 넘고, 더 많은 아이디어가 문턱을 넘는다. 개인적 불편을 푸는 작은 도구, 그저 궁금한 괴상한 발상,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혹은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질 것 같아서 만드는 것들 말이다. 청중이 단 한 명이어도 된다는 대목은 이 글의 정서를 압축한다.
다만 그는 같은 경제학이 반대 방향으로도 작동한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는다. heade.rs는 '도메인 조회 도구'라는 검색어에서 상위에 오르지 못할 것이고, 비슷하게 만들어진 대부분의 것들도 마찬가지다. 소프트웨어 제작이 싸지면 더 많은 사람이 무언가를 내놓게 되고, 붐비는 피드 속 또 하나의 데모는 손가락으로 쉽게 넘겨진다. 더 많은 사람에게 닿고 싶다면 여전히 관심을 가질 이유를 줘야 한다. 그는 누군가가 무엇에 짜증이 났고, 무엇을 만들었으며, 그 과정에서 어떤 선택에 마음을 썼는지 설명할 때 더 흥미를 느낀다고 말한다. 이야기가 그 물건을 써볼 이유를 준다는 것이다.
실무자가 가져갈 지점
한국의 IT 실무자 입장에서 이 글은 단순한 '바이브 코딩' 자랑담이 아니라 도구를 만드는 의사결정의 임계값이 어떻게 이동했는지에 대한 관찰로 읽힌다. 과거에는 사내에서 겪는 사소한 불편을 두고 '이걸 만들 가치가 있나'라는 질문이 곧 사용 빈도, 유지보수 부담, 다른 사용자 확보 가능성까지 끌어들이는 큰 결정이었다. LLM 기반 개발은 그 비용 구조를 주말 단위로 끌어내려, 외부에 팔 필요도 범용화할 필요도 없는 '나를 위한 내부 도구'를 현실적인 선택지로 만든다. 동시에 암스트롱은 과대 포장도 경계한다. 한 시간 만에 동작 버전이 나왔다는 것이지 완성이라는 뜻은 아니며, 하루의 대부분은 여전히 감각과 디테일을 다듬는 사람의 손에 들어갔다.
그가 남겨둔 균형 감각은 특히 음미할 만하다. 그는 4년 전 자신을 위해 만들기 시작한 Paragraph가 다른 사람들도 쓰고 싶어 하면서 예상치 못한 곳으로 이어졌고, 공유하길 잘했다고 돌아본다. 그러면서도 heade.rs가 꼭 그 경로를 따를 필요는 없다는 점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가끔 도메인을 조회할 때 쓰는 작은 도구로 남더라도, 그것은 여전히 만들 가치가 있었다는 것이다. 모든 도구가 스스로를 먹여살려야 한다는 전제를 내려놓을 때, 무엇을 만들지에 대한 판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이 글은 조용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