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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의 언어를 AI로 해독한다는 것: 프로젝트 CETI가 던진 질문

고래의 언어를 AI로 해독한다는 것: 프로젝트 CETI가 던진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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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밑에서 오가는 향유고래의 소리를 사람의 언어처럼 읽어낼 수 있을까. 해양생물학자이자 교수인 데이비드 그루버는 그것이 실제로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믿는다. 그가 설립한 프로젝트 CETI(고래류 번역 이니셔티브·Cetacean Translation Initiative)는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을 동원해 향유고래의 의사소통을 해독하려는 시도다. 누군가에게는 우리 시대 가장 대담한 과학적 도전으로,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름답지만 헛된 노력으로 비친다. 정작 그루버 본인은 이것을 자연스러운 다음 단계로 여긴다.

그루버의 출발점은 거창한 이론이 아니라 관찰하는 태도였다. 뉴저지에서 자란 그는 풀밭에 쪼그려 앉아 개미를 들여다보던 아이였다. 미래의 곤충학자가 가질 법한 냉정한 호기심이라기보다, 작은 생물과의 교감에 가까운 감정으로였다. 또래보다 뒷마당의 작은 생명과 더 쉽게 통하던 예민하고 서툰 아이의 기질은 그에게서 떠나지 않았고, 오히려 그의 연구 방법이 되었다. 그의 학문적 여정은 미생물학에서 시작해 생물해양학, 박테리아와 원생동물의 상호작용, 어류, 상어, 바다거북, 그리고 시각 정보의 소통에 이르기까지 굽이쳐 왔다.

라벨 없는 언어라는 문제

기술적으로 보면 이 과제가 흥미로운 이유는 분명하다. 일반적인 기계번역은 두 언어가 나란히 정렬된 방대한 병렬 말뭉치를 전제로 한다. 어떤 문장이 어떤 문장에 대응하는지 이미 알고 있는 데이터가 있어야 모델이 둘 사이의 사상을 학습한다. 그러나 고래의 소리에는 그런 정답지가 없다. 어떤 신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려주는 사전도, 사람이 붙여 둔 라벨도, 다른 언어로의 대응쌍도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 소리가 사람의 언어와 같은 의미에서 '언어'인지조차 확정되어 있지 않다.

이는 지도학습에 익숙한 실무자에게 낯설면서도 본질적인 상황이다. 결국 이런 작업은 대량의 음향 데이터에서 반복되는 단위를 스스로 찾아내고, 그 단위들이 어떤 맥락(개체, 무리, 행동, 시점)에서 나타나는지와 연결 지어 구조를 추정하는, 라벨 없는 패턴 발견의 문제에 가깝다.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 채 '어떤 규칙성이 있는가'부터 쌓아 올려야 한다는 점에서, 정답이 주어지지 않은 영역에서 모델을 어떻게 신뢰할 것인가라는, 현업에서도 반복되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

실무자가 눈여겨볼 지점

한국의 데이터·AI 실무자에게 이 프로젝트가 주는 함의는 고래라는 소재 자체보다 작업의 구조에 있다. 첫째, 정답 라벨이 없는 도메인에서 가치를 만들어내려면 비지도적 표현 학습과 도메인 지식의 결합이 필수라는 점이다. 생물학자가 쌓아 온 관찰 없이는 모델이 찾아낸 패턴이 무엇을 뜻하는지 해석할 수 없고, 반대로 모델 없이는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신호를 훑을 수 없다. 둘째, 데이터 수집 자체가 연구의 절반이라는 사실이다. 야생의 소리를 장기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개체·맥락 정보와 함께 정렬해 두는 데이터 파이프라인이 모델의 성패를 좌우한다.

동시에 한계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이 시도가 '헛된 노력'이라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해독할 만한 의미 구조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보장이 없고, 설령 규칙성이 발견되더라도 그것을 사람의 개념으로 번역하는 순간 우리가 보고 싶은 의미를 투사해 버릴 위험, 즉 과도한 의인화의 함정이 도사린다. 패턴의 존재와 의미의 존재는 다른 문제이며, 통계적으로 유의한 구조가 곧 '대화'를 뜻하지는 않는다. 이 간극을 메우는 작업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신중한 검증과 해석의 몫이다.

그런 불확실성을 감수하면서도 이 프로젝트가 의미 있는 이유는, 가장 큰 언어 장벽을 넘어서려는 시도 자체가 우리가 다른 생명을 어떻게 이해하려 하는지를 되비추기 때문이다. 인간의 건강과 지구의 건강이 분리될 수 없다는 그루버의 문제의식은, 기술을 더 많은 자동화가 아니라 더 넓은 공감의 도구로 쓸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풀밭의 개미를 들여다보던 아이가 던진 질문이, 바다 가장 깊은 곳의 소리에 도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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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전체 보기 → https://blue-continuum.com/the-man-who-listens-to-wha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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