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게임을 '구매'했지만 정작 소유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불만이 제도적 논의로 번지고 있다. 뉴욕 15선거구의 리치 토레스 하원의원이 'Power To The Players Act'를 발의했다. 이 법안은 연방거래위원회(FTC)가 게임 소유권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도록 지시해, 소비자에게 불리한 영업 관행을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핵심은 두 가지다. 게임을 구매하면 '플레이할 수 있는 라이선스'가 아니라 게임 자체에 대한 소유권을 소비자에게 부여하고, 온라인 기능이 있는 게임은 이를 지원하는 서버를 종료하기 전에 오프라인 모드를 제공하도록 요구한다는 것이다.
라이선스인가 소유인가
이 문제의 본질은 '구매' 버튼을 눌렀을 때 소비자가 실제로 무엇을 손에 넣는가에 있다. 진행 중인 집단소송에서 소니 측 변호인은, 구매 버튼을 클릭하는 행위가 소비자로 하여금 게임을 영구적으로 사용할 권리를 얻는다고 생각하게 만들지는 않으며 어디까지나 철회 가능한 라이선스일 뿐이라는 취지로 방어 논리를 폈다. 바꿔 말하면 업체가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어느 시점에든 거둬들일 수 있는 일회성 임대료에 가깝다는 것이다. 토레스 의원의 법안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해, 언제든 회수 가능한 라이선스가 아니라 실질적인 소유를 보장하려 한다.
게임 가격이 그 어느 때보다 비싸졌음에도 사실상 유효기간이 존재한다는 점, 그리고 게임 내부의 공격적인 수익화 구조는 전 세계 플레이어들의 비판을 받아 왔다. 이런 흐름에 나선 것은 토레스 의원이 처음은 아니다.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 존 케인도 최근 'Protect Our Games Act'를 발의해, 게임사가 오프라인 모드나 커뮤니티 서버를 제공하거나 최소 25%의 환불을 하도록 요구했다.
왜 지금인가: The Crew와 NBA 2K25
소유권 논쟁에 불을 붙인 상징적 사례가 2024년 유비소프트의 온라인 전용 레이싱 게임 The Crew다. 서버 유지 부담을 이유로 종료되면서, 최근에 이 게임을 구매한 이용자조차 더는 플레이할 수 없게 됐다. 유비소프트는 커뮤니티 서버를 세울 방법도, 오프라인 모드도 제공하지 않았는데, 싱글플레이 캠페인마저 유비소프트 서버 연결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토레스 의원이 법안 발표에서 직접 언급한 NBA 2K25도 마찬가지다. 출시 2년 만에 온라인 서버가 종료되고 디지털 스토어에서 내려가면서, 기존 구매자는 핵심 기능을 쓸 수 없게 되고 신규 이용자는 구매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EA·2K·소니가 매년 내놓는 스포츠 게임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오버워치2가 출시되며 1편을 별도 구매·실행 가능한 형태로 남기지 않고 통째로 대체해 버린 것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거론된다.
The Crew의 종료는 'Stop Killing Games' 운동을 촉발했다. 이 운동은 게임 서비스 종료 이후에도 오프라인 모드, 피어투피어 방식의 패치, 커뮤니티 서버 호스팅 등을 통해 게임을 계속 작동 가능한 상태로 남겨둘 것을 요구한다. 동시에 게임을 소유가 아니라 회수 가능한 라이선스로 판매하는 업계 관행 자체에 반발한다. 토레스 의원의 법안은 서버 종료 전 오프라인 모드 제공과 실질적 소유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이 운동의 요구와 상당 부분 맞닿아 있다.
실무적으로 남는 과제
다만 법안의 구체적 정의와 세부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토레스 의원이 언급한 '양도권'이 디지털 구매에까지 의무로 적용되는지는 불분명하며, 현실적으로는 물리 매체 사본에 더 밀접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소유'란 무엇이고 소유자가 자신의 사본에 대해 어떤 권리를 갖는지를 법이 엄밀히 정의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 정의가 느슨하면 업체들은 또 다른 형태의 제약을 설계할 여지를 갖게 된다.
이 논쟁의 배경에는 '사는 것이 소유가 아니라면, 불법 복제도 절도가 아니다'라는 구호가 자리한다. 일부 플레이어는 DRM이 없어 게임 구동이 느려지지 않고 업체가 임의로 무력화할 수 없는 영구 사본을 제공한다는 이유로 불법 복제본의 경험이 더 낫다고까지 말한다. 뒤집어 보면, 정식 구매가 실제로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한다면 기꺼이 돈을 내겠다는 소비자 심리이기도 하다. 법안이 목표를 얼마나 실효성 있게 구현할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게임 산업이 향해 온 방향을 교정하려는 분명한 신호라는 점은 분명하다.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면서도 통제권은 공급자가 쥐는 구조가 게임을 넘어 구독형 소프트웨어 전반의 쟁점이라는 점에서, 국내 개발사와 서비스 기업에도 남의 일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