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으로 돌아가기
TECH HACKER NEWS 오늘 8분 읽기 30 READS

집밥 같은 소프트웨어: 나만을 위한 앱을 하룻밤에 만드는 시대

집밥 같은 소프트웨어: 나만을 위한 앱을 하룻밤에 만드는 시대
SOURCE IMAGE · HACKER NEWS

2020년 로빈 슬론(Robin Sloan)은 가족을 위한 메신저 앱 '부프스눕(BoopSnoop)'을 만든 경험을 글로 남겼다. 다운로드 수는 단 네 건이었지만 그는 이를 대성공이라 불렀다. 앱도 집에서 지은 밥 한 끼가 될 수 있다는 것, 규모나 사용자 수가 없어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요리하듯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요지였다. 다만 그 앱을 만드는 데 일주일이 걸렸고 그중 절반은 코드 서명 문제에 허비됐다. 슬론은 "더 나은 세상이라면 iOS용 하이퍼카드 같은 유연한 도구로 하루 만에 만들었을 것"이라고 적었다.

6년이 지난 지금, 그 에세이는 다시 회자되고 있다. 타리크(Thariq)는 X에 "개인용 소프트웨어는 2020년엔 조금 일렀지만 2026년에는 정말로 집밥이나 손편지만큼 개인적일 수 있다"고 썼고, 리 로빈슨(Lee Robinson)도 AI가 '개인 컴퓨팅'을 실제로 개인적인 것으로 만들었다며 아내와 함께 사용자 프로필도 구독 등급도 없는 육아 기록 앱을 만든 사례를 소개했다. 이 흐름을 직접 실험한 개발자 AJ 왁스먼(AJ Waxman)의 글은, 슬론이 바라던 세상이 어떤 형태로 도착했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로 보여준다.

PDF 한 장이 살아 있는 일정표가 되기까지

왁스먼은 지난 반년간 지나칠 정도로 많은 개인 맞춤형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수면 컨설턴트가 보내준 계획서는 깨어 있는 시간, 낮잠 상한, 낮잠이 실패했을 때의 대응 같은 조건부 로직으로 가득한 PDF였다. 그는 저녁 시간을 일주일 투자해 이를 앱으로 옮겼고, 이제 그와 아내, 보모가 하나의 실시간 일정을 공유한다. 낮잠이 짧게 끝나면 일정이 스스로 다시 짜인다.

피트니스 앱은 더 촘촘하다. 그의 주간 러닝 일정을 알고 있어 그날 아침 달린 거리와 강도에 따라 하루 칼로리 목표를 조정하고, 장거리 러닝 전후에 추가로 먹어야 할 탄수화물과 단백질 양을 알려주며, 전날 밤 탄수화물 로딩을 상기시킨다. 매일 저울로 재는 여덟 가지 재료의 스무디 레시피까지 알고 있어 그날 훈련량에 맞춰 각 재료의 양을 조정한다. 러닝 앱은 정형화된 훈련 템플릿을 버리고 스트라바 기록과 대회 결과에서 모든 것을 도출한다. 심박수 존조차 나이 공식이 아니라 실제로 뛴 대회 데이터에서 계산한다. 이런 개인화의 핵심은 반복되는 하나의 패턴이다. 여러 출처의 데이터를 한곳에 모으고, LLM이 그 전체 그림에서 통찰을 만들어낸다. 왁스먼의 피트니스 앱은 각기 다른 앱에 흩어져 있던 영양·수면·체중·훈련 데이터를 합쳐, 어느 하나만으로는 불가능했던 조언을 제공한다.

비용은 낭떠러지처럼 떨어졌다

전체 운영비는 월 160달러 수준이다. 클로드 코드 맥스 100달러, 앤트로픽 API 사용료 10달러, 버셀 20달러, 네온 30달러다. 앱 구독료를 모두 합친 것보다 비쌀 수 있지만 대부분은 어차피 유지할 클로드 구독료이고, 네온과 API 비용은 개인 앱이 아니라 nycjazz.guide나 Claude Code Daily 같은 조금 더 큰 프로젝트에서 나온다. 대부분 서비스에 넉넉한 무료 구간이 있어 앱 한두 개라면 월 20달러대 에이전트 코딩 구독과 5~10달러의 모델 API 비용으로도 충분하다.

중요한 변화는 만드는 비용이다. 수면 앱은 저녁 일주일, 피트니스 앱은 주말 하나, 재즈 퀴즈는 아이들을 재운 뒤 하룻저녁이면 됐다. 1~2년 전이라면 만들 엄두조차 내지 않았을 것들이다. 이제 병목은 기술이 아니라 상상력이다. 유지보수도 놀라울 만큼 쉽다. 슬론의 에세이에는 "어머니 요청으로 기능을 하나(1) 추가했다"는 연례 업데이트 농담이 있는데, 이는 변경 한 번이 Xcode와의 싸움을 뜻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지금은 열에 아홉은 피드백 스크린샷 한 장을 클로드에 건네면 해결된다.

사라져도 괜찮은 앱, 그리고 API의 재발견

이 방식은 소프트웨어를 대하는 태도까지 바꾼다. 수면 앱은 넉 달쯤 쓰다가 아이가 밤새 잘 자게 되자 은퇴시켰다. 몇 달을 들여 만들었다면 아까웠겠지만 일주일이면 됐기에, 필요할 때 제대로 작동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다. AI는 거대 시장을 파생 앱으로 넘치게 하는 동시에, 어떤 회사도 만들지 않을 작은 시장을 열어준다. NYC 재즈 팬을 위한 사이트, 클로드 코드 개발자를 위한 사이트처럼 사업이 되기엔 작지만 섬길 가치가 있는 대상 말이다. 그래서 좋은 API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다. 왁스먼은 API가 더 낫다는 이유로 크로노미터에서 팻시크릿으로 갈아탔고, 그의 앱은 스트라바·오우라·위딩스·팻시크릿에서 데이터를 끌어온다. 통합 품질은 API 설계 수준에 정확히 비례한다.

한계도 분명하다. 이 방식은 여전히 대다수에게 지나치게 기술적이다. 터미널과 데이터베이스, 배포 파이프라인에 익숙해야 한다. 다만 그 장벽이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 샘 올트먼은 최근 휴대폰에서 한 문단짜리 메시지로 챗GPT에 아홉 친구의 여행 계획과 조율용 사이트, 초대 이메일 초안을 한 번에 요청해 성공했다고 밝혔다. 도구가 그 방향으로 간다면 개인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 개발자용 환경은 곧 필요 없어질 것이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이 즐거움이 중독적이라는 것이다. 에이전트 코딩에는 슬롯머신 같은 구조가 있다. 프롬프트 하나만 더 넣으면 다음 기능이 열리니 계속 잡아당기게 된다. 건강을 개선하려 만든 앱 때문에 정작 잠을 여러 번 망쳤다는 왁스먼의 고백은 그 아이러니를 잘 보여준다. 그럼에도 방향은 뚜렷하다. 자신의 맥락을 아는 앱을 한 번 써보면 범용 앱은 고장 난 것처럼 느껴진다. '진짜로 개인화된' 경험이 소비자의 새로운 기본 기대치가 되는 순간, 슬론이 바라던 iOS용 하이퍼카드는 더 낯선 형태로 이미 도착해 있다. 원하는 것을 평범한 문장으로 설명하면 에이전트가 만들어주는 세상이다.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www.ajwaxman.com/writing/software-for-one
SHARE
처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