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penWrt이 자기 손으로 라우터를 만들었어요
우리가 집이나 사무실에서 쓰는 공유기(라우터) 있잖아요. 겉보기엔 그냥 안테나 달린 플라스틱 상자 같지만, 사실 그 안에는 작은 리눅스 컴퓨터가 들어 있어요. 인터넷 신호를 받아서 여러 기기에 뿌려주는 일을 하는 거죠. 문제는 제조사가 넣어준 소프트웨어(펌웨어)가 대부분 기능이 제한적이고, 2~3년만 지나면 보안 업데이트도 뚝 끊긴다는 거예요.
이런 아쉬움을 채워주던 게 바로 OpenWrt예요. 이게 뭐냐면, 시중에 파는 공유기에 갈아 끼울 수 있는 리눅스 기반 오픈소스 펌웨어거든요. 제조사가 버린 공유기도 OpenWrt를 올리면 최신 보안 패치를 받고, 광고 차단이나 VPN, 트래픽 관리 같은 고급 기능까지 쓸 수 있어요. 20년 넘게 이어져 온 프로젝트예요.
그런데 이번엔 조금 특별해요. OpenWrt가 남의 하드웨어에 얹히는 걸 넘어서, 처음으로 자기들이 직접 설계한 라우터 하드웨어 ‘OpenWrt One’을 내놨거든요.
뭐가 들어있나
핵심 부품을 보면 MediaTek의 Filogic 820(MT7981B) 칩을 쓰고, WiFi 6를 지원해요. 2.5기가비트 랜포트 하나에 1기가비트 랜포트 하나, USB 3.0, 그리고 NVMe SSD를 꽂을 수 있는 M.2 슬롯까지 있어요. 램은 1GB고요. 공유기치고는 꽤 넉넉한 사양이라, NAS처럼 파일 서버로도 써볼 수 있어요.
제가 제일 재밌다고 생각한 부분은 ‘절대 벽돌이 안 된다(unbrickable)’는 설계예요. 벽돌이 된다는 건 펌웨어 업데이트하다 잘못돼서 기기가 아예 안 켜지는, 문진(벽돌)처럼 쓸모없어지는 상황을 말하거든요. OpenWrt One은 저장 공간을 두 개(NAND + NOR 플래시)로 나눠서, 한쪽이 망가져도 다른 쪽으로 부팅해 복구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펌웨어 실험을 겁 없이 할 수 있는 거죠.
또 하나, 모든 설계 도면과 회로도가 공개돼 있어요. 진짜 오픈소스 하드웨어인 거예요.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똑같이 만들 수도 있고요.
업계 맥락에서 보면
비슷한 걸로는 GL.iNet 같은 회사가 OpenWrt를 미리 깔아 파는 여행용 미니 공유기가 있고, 터리스(Turris) 프로젝트도 오픈소스 지향 라우터를 만들어요. 하지만 OpenWrt One은 OpenWrt 프로젝트 ‘본진’이 직접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달라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사람들이 하드웨어까지 통제하니까, 호환성 문제로 골치 아플 일이 거의 없어요. 게다가 판매 수익 일부가 소프트웨어 자유 보호 단체(Software Freedom Conservancy)로 가서 프로젝트 지속에도 보탬이 돼요.
한국 개발자에게
네트워크 공부하는 분들한테는 최고의 실습 장비예요. 방화벽 규칙 짜보고, VLAN 나눠보고, 홈 서버 띄워보고… 리눅스가 통째로 돌아가니까 SSH로 들어가서 뭐든 만져볼 수 있거든요. IoT나 엣지 컴퓨팅 쪽을 다루는 분이라면 M.2 슬롯과 넉넉한 램을 활용해 작은 엣지 노드로 실험해보기도 좋고요.
정리하면, 소프트웨어 프로젝트가 ‘우리가 원하는 하드웨어는 우리가 만든다’고 선언한 상징적인 제품이에요. 여러분은 공유기 펌웨어, 기본 그대로 쓰시나요 아니면 커스텀 펌웨어 올려서 쓰시나요? 이런 오픈 하드웨어에 관심 있으세요?
🔗 출처: Hacker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