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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진짜 중심은 케빈 베이컨이 아니었다 — 데이터가 말하는 연결망의 과학

할리우드의 진짜 중심은 케빈 베이컨이 아니었다 — 데이터가 말하는 연결망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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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베이컨의 6단계"는 할리우드의 오래된 놀이다. 아무 배우나 골라 함께 출연한 영화를 징검다리 삼아 여섯 단계 안에 케빈 베이컨까지 연결하는 게임이다. 로버트 드 니로는 베이컨과 한 단계, 킬리언 머피는 두 단계 떨어져 있는 식이다. 통념상 베이컨은 워낙 다작한 배우라 모든 길이 그에게로 통한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데이터 저널리즘 매체 더 푸딩(The Pudding)이 16만 9천 명 규모의 배우 데이터셋을 분석한 결과, 이 통념은 사실과 거리가 있었다.

'원격도'라는 척도와 뜻밖의 1위

분석의 핵심 지표는 '원격도(remoteness)'다. 특정 배우로부터 다른 모든 배우까지 평균 몇 단계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값이 낮을수록 할리우드 연결망의 중심에 가깝다는 의미다. 케빈 베이컨의 원격도는 2.28로, 임의의 배우가 평균 2.28단계만에 그에게 닿는다. 나쁘지 않은 숫자지만 전체 배우 가운데 175위에 불과하다. 할리우드의 실제 중심은 원격도 2.09를 기록한 새뮤얼 L. 잭슨이었다. 윌럼 더포(2.13), 로버트 드 니로(2.14)가 그 뒤를 이었다. 베이컨의 역대 최고 순위는 영화 '슬리퍼스' 출연 이후인 1996년의 108위였다.

이 분석이 흥미로운 이유는 '중심'이 고정된 값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움직인다는 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더 푸딩은 1980년부터 2025년 말까지 연도별 원격도를 계산하는 일종의 타임머신을 만들었다. 잭슨은 2006년에 이미 왕좌에 올라 있었고, 상위 100명 중 여성은 16명뿐이었다. 가장 높은 순위의 여성은 21위 니콜 키드먼이었다. 중심은 특정 시기에 다작하며 넓은 출연진과 얽힌 배우에게로 자연스럽게 옮겨간다.

중심을 결정하는 두 변수

무엇이 원격도를 좌우하는가. 가장 직관적인 변수는 출연 편수다. 잭슨은 데이터셋 전체에서 가장 많은 영화에 출연했고, 그다음인 니콜라스 케이지가 96편이었다. 그러나 편수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나탈리 포트만과 애나 켄드릭은 출연 편수가 비슷한데도 원격도 차이가 컸다. 결정적 차이는 '함께 일한 상대'에 있었다. 포트만은 다작 배우들과 더 자주 호흡을 맞췄고, 가장 많이 연결된 배우 250명 중 포트만의 공동 출연자는 켄드릭의 거의 세 배였다. 즉 같은 편수라도 더 많은 '거물'과 함께 찍으면 중심에 가까워진다. 그래서 두 번째 핵심 변수로 '공동 출연자 영화 편수'(가장 다작한 공동 출연자 50명의 평균 편수)가 등장한다.

이 두 변수는 한 배우의 경로를 가늠하는 실마리가 된다. 예컨대 데뷔 15년 차에 16편을 찍은 시드니 스위니는, 같은 시점에 똑같이 16편이던 드 니로(최종 87편)의 길을 갈 수도, 27편에 그친 체비 체이스의 길을 갈 수도 있다. 흥미롭게도 47년 경력의 케빈 베이컨은 헬렌 미렌, 진 해크먼과 비슷한 편수를 가졌다. 분석팀의 표현을 빌리면, 베이컨이 20년 일찍 태어났다면 할리우드의 중심이 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다음 세대의 중심은 누구인가

더 푸딩은 이 모델로 미래를 예측했다. 대상은 1997년 이후 출생(Z세대)이면서 최소 5편에 출연한 배우 99명이다. 과거 비슷한 데이터를 가졌던 배우들의 경력 궤적을, 편수와 경력 연차의 유사도에 따라 가중 추출해 각 배우의 출연 편수와 공동 출연 궤적을 모사했다. 이 시뮬레이션을 1만 번 반복해 가장 자주 1위에 오른 인물을 가렸다.

결과, 클로이 그레이스 모레츠가 Z세대의 차기 새뮤얼 L. 잭슨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전체 시뮬레이션의 10% 이상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다만 압도적 우세는 아니었다. 모레츠의 중앙값 원격도는 2.19, 예상 출연 편수 중앙값은 66편으로, 통산 116편에 원격도 2.09를 기록한 잭슨의 수치와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실무자에게 남는 시사점과 한계

이 작업은 네트워크 중심성(centrality) 지표를 대중적 소재에 입힌 사례로 읽을 만하다. 단순 활동량(출연 편수)만으로 영향력을 재지 않고, '누구와 연결되었는가'라는 연결의 질을 함께 본다는 점은 추천 시스템, 조직 내 협업 분석, 영향력자 탐색 등 연결망 데이터를 다루는 현장에 그대로 통한다. 유사 궤적을 가중 추출해 반복 시뮬레이션하는 방식 역시 과거 사례가 충분할 때 쓸 수 있는 실용적 예측 기법이다.

동시에 명확한 한계도 있다. 예측은 과거 배우들의 궤적이 반복된다는 가정에 기대므로, 산업 구조나 제작 방식이 달라지면 빗나갈 수 있다. 모레츠의 우위가 10% 남짓에 그친다는 점 자체가 불확실성이 크다는 신호다. 잭슨도 언젠가 새 영화 출연이 줄며 신인들과의 연결이 끊어져 중심에서 밀려날 테지만, 그 교체가 '언제' 일어날지는 이 모델도 답하지 못한다. 결국 데이터는 중심이 옮겨간다는 방향성은 보여주되, 시점까지 확정해 주지는 않는다는 점을 함께 기억할 필요가 있다.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pudding.cool/2026/10/kevin-ba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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