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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가 남아돈다 — 와인 수요 급감이 캘리포니아 산지를 흔들다

포도가 남아돈다 — 와인 수요 급감이 캘리포니아 산지를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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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철을 맞은 캘리포니아 와인 산지에서 올해는 익숙한 풍경이 사라졌다. 잘 익은 포도를 거두는 대신, 사갈 사람을 찾지 못한 농가들이 멀쩡한 포도를 밭에 그대로 떨어뜨리고 있다. 소비자의 음주 습관이 바뀌면서 와인 수요가 급락했고, 산업 전체가 시장이 원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조용 포도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와인 판매는 20% 넘게 줄었고, 그 여파로 포도 가격이 떨어지면서 캘리포니아 포도밭의 약 4분의 1이 생산에서 빠졌다.

샌와킨밸리 로다이 인근에서 3대째 포도를 재배하는 빌 베리힐(68)의 사례는 이 위기가 개별 농가에 어떤 의미인지 보여준다. 그는 500에이커 가운데 200에이커에서 자란 포도의 매수자를 찾지 못했고, 수확이 끝나면 50에이커의 포도밭을 갈아엎을 계획이다. "확실히 손해를 볼 겁니다. 얼마나 크게 보느냐가 문제일 뿐이죠"라고 그는 말했다. 벌써 3년째 적자다. 잘 자란 올해 빈티지를 땅에 버리는 심정을 그는 "그동안의 노력이 전부 하수구로 흘러가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계약 없는 수확, 무너진 거래 구조

약 500개 농가를 대표하는 얼라이드 그레이프 그로워스의 제프 비터 회장에 따르면, 캘리포니아는 팬데믹 정점기에 약 60만 에이커의 포도밭을 보유했지만 이 중 약 25%에서 양조용 포도 재배가 중단되거나 밭이 제거됐다. 더 큰 문제는 거래 구조 자체가 흔들렸다는 점이다. 예년에는 수확기에 들어설 때 작황의 70~80%가 매수 계약을 확보한 상태였지만, 올해는 약 절반이 계약 없이 수확기를 맞았다. 운이 좋으면 계약이 없는 포도를 농축 시럽 제조업체에 손해를 보고 넘기는 정도다.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밭에 남긴다.

로다이의 운영 관리자 카일 콜린스는 이 충격이 농가에만 머물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팔리지 않는 포도는 밭에서 일하는 농장 노동자의 임금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지역 상권과 경제 전반에 낙수 효과처럼 타격을 준다는 것이다. 미국 와인의 80% 이상을 생산하는 캘리포니아에서 수십 년간 꾸준히 성장해 온 산업이 방향을 급격히 튼 셈이다.

수요는 왜 무너졌나

와인 소비 감소는 여러 힘이 겹친 결과다. 카베르네, 진판델, 샤르도네 등에 익숙했던 베이비붐 세대가 시장에서 고령화로 이탈하는 반면, 젊은 세대는 건강과 비용을 이유로 술을 덜 마신다. 게다가 와인은 이제 크래프트 맥주, 증류주, 캔 칵테일, 하드셀처, 그리고 대마초와도 경쟁해야 한다. 팬데믹 초기였던 2021년, 식당이 문을 닫고 사람들이 집에서 술을 비축해 마시며 판매가 정점을 찍은 뒤로 하락세가 뚜렷해졌다. 퍼스트시티즌스뱅크(옛 실리콘밸리뱅크)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와인 케이스 판매량은 2020년 4억2,700만 상자에서 2025년 3억2,900만 상자로 23% 줄었고, 총 지출액도 940억 달러에서 740억 달러로 22% 감소했다.

남는 재고를 수출로 해소하기도 어렵다. 세계 와인 소비 자체가 줄고 있는 데다, 미국의 생산 비용이 아르헨티나나 호주보다 높기 때문이다. 국제와인기구(OIV)에 따르면 2025년 세계 와인 소비는 전년 대비 2.7%, 2018년과 비교하면 14% 감소했고, 특히 유럽과 중국의 하락 폭이 컸다. 여기에 관세까지 겹치며 미국산 와인의 최대 해외 시장이던 캐나다로의 수출이 줄었다.

실무적 함의와 남은 질문

이 사례는 특정 산업의 불황을 넘어, 수요가 구조적으로 축소되는 시장에서 공급이 어떻게 재편되는지를 보여준다. 농가들은 손실을 감수하고 수확하거나, 포도를 방치하거나, 아몬드·호두·피스타치오·올리브처럼 수요가 있는 작물로 밭을 전환하는 선택지 사이에서 저울질하고 있다. 이는 한 번 심으면 수확까지 수년이 걸리는 영년생 작물 특성상 되돌리기 어려운 결정이며, 보수적으로 잡아도 공급 조정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수만 에이커가 정리됐음에도 여전히 포도는 과잉 생산되고 있다.

퍼스트시티즌스뱅크의 와인 전략가 롭 맥밀런은 "다음 회복 단계는 공급과 수요를 맞추는 것에 더해, 이제는 다른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는 일"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생산량 감축을 넘어 제품과 시장을 재정의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다만 시장이 언제 바닥을 칠지, 전환 이후 산지의 경제적 기반이 어떻게 재구성될지는 아직 열린 질문으로 남아 있다. 조부가 약 100년 전 포도 농사를 시작했다는 베리힐은 손해를 보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포도 키우는 걸 사랑합니다. 핏속에 있어요." 그러나 애정만으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그 자신도 장담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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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전체 보기 → https://www.kqed.org/news/12101534/california-farmers-a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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