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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화로 그린 위상수학: 브라우저에서 되살아난 NPR 렌더링

수학 교재의 삽화는 오랫동안 손으로 그린 펜화의 몫이었다. 조지 프랜시스의 1987년 저작 『A Topological Picture Book』은 뒤집힌 구(스피어 이버전), 보이 곡면(Boy's surface), 모랭 곡면처럼 눈으로 좇기 힘든 곡면을 윤곽선과 이중 곡선, 성긴 해칭만으로 설득력 있게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최근 공개된 웹 데모 'A Topological Picture Book, Rendered'는 바로 이 손그림의 화풍을, 실시간으로 돌려 볼 수 있는 3D 렌더러로 옮겨 놓았다. 마우스로 모델을 자유롭게 돌리고(시프트를 누르면 굴리기), 스크롤로 다가가며, 슬라이더에서 손을 떼면 해칭이 다시 그려진다. 픽셀이 아니라 '획(stroke)'으로 이루어진 그림이라는 점이 이 작업의 핵심이다.

곡면을 획으로 바꾸는 파이프라인

내부 동작은 비사실적 렌더링(NPR) 연구의 축적을 그대로 조립한 형태다. 먼저 음함수로 정의된 곡면(zero set)을 마칭 테트라헤드라(marching tetrahedra) 방식으로 삼각형 메시로 만들고, 법선은 함수의 그래디언트 ∇f에서 얻는다. 실루엣은 화면에 흔히 쓰는 엣지 검출이 아니라 메시 위에서 n·v = 0이 되는 지점, 즉 시선 방향과 법선이 직교하는 자리를 찾아 구한다. 보간된 법선을 쓰기 때문에 이 점들이 매끄러운 곡선으로 이어지고, 경계선과 자기교차 몰입에서 생기는 이중 곡선도 같은 방식의 체인으로 더해진다. 이렇게 모인 선들은 붓끝(broad-nib) 모델을 흉내 낸, 폭이 변하는 테이퍼드 리본으로 그려진다. 그림자 쪽과 관찰자 쪽으로 갈수록 선이 굵어지고, 일관된 손떨림까지 얹는다.

화면이 아니라 물체 위에 새기는 해칭

가려짐 처리는 GPU에서 결정된다. 숨은선을 점선으로 표시하는 별도 패스를 두고, 앞쪽 윤곽선 아래에는 한쪽만 비치는 '종이 후광(halo)'을 깔아 뒤편 선을 끊어 준다. 1979년 애플의 헤일로드 라인 기법을 그대로 되살린 셈이다. 명암을 표현하는 해칭은 주곡률(principal curvature) 선장을 따라 흐르는 스트림라인으로, 빌드 시점에 세 단계 밀도로 미리 그려 둔다. 어두운 영역에서만 두 번째 주방향을 따라 교차 해칭이 들어가고 하이라이트는 종이의 여백으로 남긴다. 주목할 대목은 주방향을 곡률의 크기가 아니라 '부호'로 정렬한다는 점이다. 덕분에 κ₁ = −κ₂가 되는 자리에서도 두 해칭 계열이 끊기지 않고 이어진다. 무엇보다 해칭을 화면 좌표가 아닌 물체 좌표에 고정했기 때문에, 모델을 돌려도 선이 표면 위를 미끄러지듯 헤엄치는(swimming) 현상이 생기지 않는다.

실무자가 눈여겨볼 지점

이 데모가 흥미로운 이유는 결과물의 아름다움만이 아니다. 참고 문헌으로 명시된 헤르츠만·조린의 곡면 해칭(SIGGRAPH 2000), 조바르·르페르의 균등 간격 스트림라인, 프라운 등의 실시간 해칭, 살리스버리의 펜앤잉크 일러스트레이션 등은 지난 30여 년의 NPR 연구 지형을 압축해 보여 준다. 잉크가 획의 시작점에 고이거나 종이 결로 번지는 효과가 실제 종이 텍스처가 아니라 섬유 같은 노이즈로 게이팅된 리본의 부산물이라는 설명은, 사실적 자산 대신 절차적 규칙으로 손맛을 만들어 내는 접근의 좋은 예다. 기술 문서 삽화, 수학·공학 교육 콘텐츠, WebGL 기반 인터랙티브 시각화를 고민하는 개발자라면 '화면 공간 대 물체 공간' 획 배치의 트레이드오프를 실물로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다만 범용 도구로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대상은 ∇f를 계산할 수 있는 음함수 곡면이나 보이·모랭·토러스 매듭처럼 매개변수화가 알려진 특수 곡면에 맞춰져 있고, 해칭과 실루엣을 빌드 시점에 미리 트레이싱하는 구조라 임의의 일반 3D 자산을 그대로 넣기는 어렵다. 크사이드가 정리한 브라이언트–쿠스너 매개변수화가 기계 정밀도까지 검증되었다는 서술처럼, 수학적 정확성을 확보하려면 수치 검증이 함께 따라붙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 작업은 오래된 손그림의 관습을 코드로 재현하는 일이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형태를 '이해시키는' 렌더링이라는 오래된 문제에 여전히 유효한 답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e-infinity.space/pictur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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