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으로 돌아가기
TECH HACKER NEWS 5분 읽기 24 READS

쥘 베른이 묻어둔 소설: 기계는 맞혔으나 사람은 틀렸다

쥘 베른이 묻어둔 소설: 기계는 맞혔으나 사람은 틀렸다
SOURCE IMAGE · HACKER NEWS

공상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쥘 베른은 보통 미지의 섬, 심해, 지구 내부, 달 뒷면처럼 아직 가보지 못한 공간을 향해 상상력을 뻗었다. 그런데 1863년, 그는 거의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을 했다. 공간이 아니라 시간을, 그것도 약 한 세기 뒤인 1960년의 파리를 정면으로 바라본 것이다. 그가 던진 질문은 단순했다. 과학과 기계, 상업과 효율에 대한 19세기의 신앙이 끝까지 논리적으로 밀고 나아간다면, 문명은 어떤 모습이 될까. 그 답으로 쓴 소설이 바로 『20세기 파리』였다.

결과물은 우리가 아는 베른과 너무 달랐다. 모험과 낙관 대신 차갑고 어두운 미래가 그려졌고, 출판인 피에르쥘 에첼은 출간을 거부했다. 예언이 설득력 없고 어조가 지나치게 암울하다는 이유였다. 베른은 원고를 서랍에 넣어두었고, 이 소설은 131년 동안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가족 금고에서 원고가 발견되어 프랑스에서 책으로 나온 것은 1994년의 일이다.

기계는 맞고 사람은 틀렸다

이 소설이 오늘날 다시 읽히는 이유는 단순한 문학사적 호기심 때문이 아니다. 베른은 1960년의 기계 문명을 상당히 정확히 그려냈다고 평가받는다. 산업과 상업, 효율의 논리가 도시를 지배하는 방향성 자체는 그가 내다본 그대로 흘러갔다. 그러나 그가 결정적으로 틀린 지점이 있다. 그는 그런 세계에서 시(詩)가, 예술과 인문적 감수성이 소멸할 것이라 보았다. 기계가 승리하면 사람의 문화는 자리를 잃는다는 전제였다. 현실의 파리는 기계를 받아들이면서도 끝내 자신의 시인들을 놓지 않았다.

기술을 다루는 사람이라면 이 어긋남이 낯익을 것이다. 미래 예측에서 가장 맞히기 쉬운 것은 하드웨어의 궤적이다. 성능은 올라가고, 비용은 내려가며, 자동화는 확산된다. 이런 물질적 추세는 선형적으로 외삽하기 쉽고, 그래서 베른처럼 뛰어난 관찰자는 수십 년 뒤의 기계 풍경을 꽤 맞힐 수 있다. 반면 가장 자주 틀리는 것은 사람 쪽이다. 새로운 도구 앞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끝까지 지키는지, 어떤 문화가 사라지는 대신 어떤 문화가 새로 생겨나는지는 거의 예측되지 않는다.

실무자에게 남는 질문

이 교훈은 지금의 IT 현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AI와 자동화가 특정 직무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은 베른이 기계를 맞힌 방식과 닮아 있다. 기술 역량의 상승 곡선은 비교적 정직하게 예측된다. 그러나 '그러므로 사람의 판단과 창의, 협업 문화는 밀려날 것이다'라는 두 번째 추론은 베른이 시인의 소멸을 단정한 것과 똑같은 함정이다. 기계의 진보로부터 사람의 퇴장을 자동으로 연역하는 순간, 예측은 가장 크게 빗나간다.

실무적으로 이 이야기가 던지는 요구는 분명하다. 기술 로드맵을 그릴 때 성능과 비용 곡선만 신뢰할 수 있는 축으로 두고, 사람의 행동과 조직 문화는 '확실히 이렇게 바뀐다'가 아니라 '어떻게든 적응하며 변형된다'는 열린 변수로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디스토피아적 전제는 설계와 투자 판단을 왜곡하기 쉽다. 효율의 논리를 극단까지 밀어붙인 미래를 상상하되, 그 안에서 사람이 지켜낼 것까지 함께 계산에 넣어야 한다.

물론 이 소설 한 권으로 미래 예측의 방법론을 세울 수는 없다. 한 명의 작가가 한 번 시도한 외삽이 어디까지 맞고 어디서 틀렸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일 뿐, 통계적 근거는 아니다. 다만 131년 만에 금고에서 나온 이 원고가 전하는 메시지는 묘하게 선명하다. 기계가 어떻게 바뀔지를 묻는 것만으로는 미래의 절반밖에 그리지 못한다. 나머지 절반은, 그 기계와 함께 사람이 무엇을 끝내 버리지 않는가에 달려 있다.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blue-continuum.com/verne-paris
SHARE
NEXT · CHOOSE

변화를 읽었다면,
내가 만들 수익 구조를 고릅니다.

정보를 더 모으는 데서 멈추지 않고, 광고·외주·판매·중개·구독 중 내 상황에 맞는 출발점을 정해보세요.

21가지 수익 구조 살펴보기 →
처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