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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론 러니어가 짚은 VR의 실패: 기술을 아는 방식대로만 팔았다

재론 러니어가 짚은 VR의 실패: 기술을 아는 방식대로만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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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과학자이자 '가상현실의 아버지'로 불리는 재론 러니어(Jaron Lanier)가 팟캐스트 스타토크(StarTalk) 특별판에 출연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그리고 AI를 둘러싼 통념을 정면으로 되짚었다. 진행자 닐 디그래스 타이슨, 공동 진행자 게리 오라일리, 코미디언 네긴 파사드가 함께한 이 대화에서 러니어는 AI를 인간과 독립된 별개의 '생명체'가 아니라 사람들의 협업 산물로 봐야 한다는 관점, 그리고 데이터 존엄(data dignity)이라는 대안적 사업 모델을 화두로 던졌다. 다만 대화의 상당 부분은 그가 직접 이름 붙인 가상현실 산업이 왜 기대에 미치지 못했는가로 향했고, 여기에 실무자가 새겨들을 만한 통찰이 담겨 있다.

이름을 붙인 사람이 내놓은 자기비판

러니어는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기술책임자실 소속으로, 명함에는 'Prime Unifying Scientist'라는 직함이 적혀 있다. 그는 이 직함이 두족류(cephalopod) 인지 연구 이력과 맞물린 농담이라고 밝혔다. 주목할 대목은 그가 회사 자체를 비판하되 회사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점만 분명히 하면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다는 계약을 맺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구글의 빈트 서프 정도를 비슷한 사례로 꼽으며, 실리콘밸리에는 이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뷰에서 상대가 정작 중요한 부분에서 입을 닫는 경우가 실리콘밸리에서는 '90%쯤' 된다는 그의 표현은, 기술 담론이 얼마나 홍보에 물들어 있는지를 겨냥한다.

왜 VR은 VR이 되지 못했나

러니어의 핵심 진단은 명료하다. 가상현실 산업은 지난 5년간 공개된 수치를 근거로 수천억 달러, 넉넉잡아 약 4분의 1조 달러(약 250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타이슨은 이를 두고 인류가 달에 가는 데 든 비용에 맞먹는 규모라고 짚었다. 그러나 그만한 투자에도 VR 헤드셋에서 제대로 쓸 만한 3D 디자인 프로그램 하나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러니어의 지적이다. 그는 1970년대에 노트북을 보여줬다면 누구나 '문서 편집'을 떠올렸을 텐데, 4분의 1조 달러를 쓰고도 워드프로세서가 없다면 놀랍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VR에서 3D 설계가 바로 그 '없는 워드프로세서'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원인으로 그는 기업들이 VR을 자신이 이미 팔 줄 아는 물건으로 억지로 만들었다는 점을 든다. 애플은 큰 아이패드나 영화관으로, 메타는 소셜네트워크로 밀어붙였고, 게임 업계는 게임에 가뒀다. 게임은 어느 정도 통하지만 좁은 영역에 그친다. 러니어 본인은 애초에 VR을 현실의 대체물로 구상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오히려 헤드셋을 벗었을 때 익숙해진 현실이 다시 경이롭게 보이는, 일종의 '입가심'이자 비교 기준으로서의 가치를 봤다는 것이다. 그는 1980년대 초기 VR 시절 헤드셋을 쓴 사람 앞에 몰래 꽃이나 광물을 두고, 벗은 순간 처음 보는 듯 감탄하던 반응을 예로 들었다.

실무자가 가져갈 두 가지 교훈

첫째는 접근성 문제다. 러니어는 VR 멀미(motion sickness)에 특히 취약한 집단이 거의 예외 없이 여성, 그리고 백인이 아닌 사람들, 그중에서도 대체로 동아시아계라고 밝혔다.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이는 한국 시장과 직결되는 대목이다. 특정 사용자군이 구조적으로 불편을 겪는데도 그 문제가 오래 방치돼 왔다면, 제품 검증과 사용자 테스트 표본이 얼마나 편향돼 있었는지를 되묻게 한다. 한 대형 기업의 헤드셋 프로그램 책임자가 '멀미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고 장담했다는 일화를, 러니어는 신뢰보다 회의의 시선으로 전한다.

둘째는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의 관계다. 막대한 자본이 곧 올바른 제품을 보장하지 않는다. 조직이 아는 판매 방식에 신기술을 끼워 맞추면, 기술 고유의 잠재력은 오히려 사장된다. 이는 지금 AI 열풍에 그대로 적용된다. AI를 인간과 분리된 신비로운 존재로 포장하기보다 사람들의 데이터와 노동이 축적된 협업의 결과로 이해하자는 러니어의 제안, 그리고 그 기여에 정당한 대가를 돌려주는 데이터 존엄 논의는, 신뢰할 만한 AI 제품을 설계하려는 실무자에게 실용적인 출발점이 된다.

다만 한계도 분명하다. 이 대화는 학술 발표가 아니라 대중 팟캐스트의 토론이며, 투자 규모 수치나 멀미 취약 집단에 관한 언급은 정밀한 통계 인용이라기보다 러니어 개인의 관찰과 추정에 가깝다. 그의 진단이 VR 산업 전반을 대표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기술을 만든 당사자가 그 실패를 공개적으로 해부한다'는 점에서, 낙관 일색의 마케팅 언어에 익숙해진 업계에 유용한 균형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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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전체 보기 → https://singjupost.com/startalk-there-is-no-ai-really-its-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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