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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아닌 취미로서의 프로그래밍, 즐겨도 괜찮다

일이 아닌 취미로서의 프로그래밍, 즐겨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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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가 코드 작성의 경제학을 바꿔 놓으면서, 개발자 커뮤니티에는 묘한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 손으로 코드를 짜는 일에 더는 의미가 없다거나, 성장에 투자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식의 체념이다. 개발자 크리스 킬(Chris Kiehl)은 자신의 블로그 글 'It's still ok to enjoy programming'에서 이런 분위기에 대한 짧지만 분명한 반론을 내놓았다. 요지는 간단하다. 프로그래밍은 여전히 즐거운 일이고, 그 즐거움을 누리는 데 경제적 정당화는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의 논리와 삶의 논리는 다르다

글쓴이는 업무 환경에서 순수하게 손으로 작성한 코드의 가치가 달라졌다는 점 자체는 부정하지 않는다. 회사에서 개발자는 사업적 가치를 생산하도록 보수를 받는 존재이고, 그 맥락에서 AI가 바꿔 놓은 비용 구조는 현실이다. 그러나 그는 '일은 삶이 아니다'라는 구분을 분명히 한다. 인터넷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사람들이 가장 침울하며, 그 침울함은 전염성이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업무의 경제 논리를 삶 전체의 논리로 확장할 때 문제가 생긴다는 지적이다.

구체적인 사례로 그는 주말에 여전히 재미로 프로그래밍을 한다고 밝힌다. 요즘은 게임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중인데, 현재 수준은 충돌 판정이 엉망인 버그투성이 벽돌깨기(Breakout) 클론 정도라고 솔직히 적는다. 그는 이것을 손으로 직접 짠다. Claude 같은 도구가 단번에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은 그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핵심은 결과물이 아니라 문제와 씨름하고 그것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쓸모를 따지지 않는 탐구의 가치

흥미로운 대목은 그가 게임 작업에서 자꾸 옆길로 샌다고 고백하는 부분이다. 지난 주말에는 Agda 같은 의존 타입(dependently typed) 언어의 아이디어를 가져와 자바에서 타입 안전성을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지 탐구했다. 그는 이 작업에 '아무런 목적도 없다'고 인정한다. 그저 '특정 문제를 바라보는 흥미로운 사고방식' 정도로 분류해 둘 뿐이다. 언젠가 업무에서 쓰일 수도, 영영 쓰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가 한 이유는 탐구 자체가 즐거웠기 때문이다.

모든 시도가 즐거웠던 것은 아니다. 몇 주 전 재귀 스킴(recursion schemes)을 공부할 때는 몇 시간 동안 벽에 머리를 박는 느낌이었고, 끝내 그 아이디어가 무엇이 가치 있는지조차 아직 모르겠다고 적는다. 그러나 그는 프로그래밍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이디어들은 수년간 머릿속에서 숙성된 뒤에야 비로소 선명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모노이드(Monoid) 하나를 두고 논문이 쓰이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는 것이다. 어려운 것을 이해하는 일 자체가 보상이 된다는 태도다.

체념의 스트림에서 빠져나오기

그가 이 글을 쓴 동기는 '이제는 이런 것을 즐기면 안 될 것 같은' 이상한 사회적 압박을 점점 더 느꼈기 때문이다. 인간으로서 계속 성장하는 데 더는 의미도 기쁨도 없다는 식의 분위기다. 그는 이 '파멸의 스트림(doom stream)'을 많이 소비할수록 '어차피 의미 없다'는 생각이 자기 안에도 스며든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그 생각은 접속을 끊는 순간 사라진다고 덧붙인다. 즉, 체념은 기술 변화의 필연적 결론이 아니라 특정한 정보 환경이 만들어 내는 심리 상태에 가깝다는 관찰이다.

한국의 실무자 입장에서 이 글은 AI 도구 도입을 거부하라는 주장이 결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읽어야 한다. 글쓴이 스스로 이른바 '바이브 코딩'을 무척 즐긴다고 밝히며, 코드 한 줄 들여다본 적 없는 앱 묶음을 운영하고 있고 들여다보면 질겁할 것 같다고 농담하듯 적는다. 그 방식의 프로그래밍도 그 나름의 독특한 방식으로 즐겁다는 것이다. 그가 지키려는 것은 손코딩이라는 특정 방법이 아니라, 생산성과 무관하게 배우고 탐구하는 행위 자체의 자리다.

물론 이 글은 개인 블로그의 에세이이자 한 개발자의 주관적 경험담이라는 한계를 지닌다. 데이터나 설문이 아니라 취미 개발자로서의 감상이며, 업무 현장에서 AI 도입으로 인한 역량 평가나 생산성 압박을 실제로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답은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AI가 다 해 주는데 왜 배우느냐'는 물음에 지친 실무자라면, 업무의 효율 논리와 개인의 성장·호기심을 분리해서 바라보는 이 관점이 작은 균형추가 될 수 있다. 여가의 탐구가 언젠가 업무의 도구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그 여부와 무관하게 즐거움은 그 자체로 정당하다는 결론은 충분히 곱씹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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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전체 보기 → https://chriskiehl.com/article/it-is-still-ok-to-enjoy-prog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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