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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 XP 정품 박스 안에 PC를 넣은 2003년의 괴짜 프로젝트, 그리고 Mini-ITX가 바꾼 것들

가끔 오래된 프로젝트가 다시 발굴돼서 돌아다니는 걸 보면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죠. 이번에 다시 회자된 건 2003년에 mini-itx.com이라는 사이트에 올라온 "Windows XP Box"라는 프로젝트예요. 이름 그대로예요. 윈도우 XP 소매용 종이 상자, 그러니까 당시 매장에서 팔던 그 파란 박스 안에 실제로 부팅되고 작동하는 PC를 통째로 집어넣은 거예요. 20년 넘게 지난 지금 봐도 "저게 된다고?" 싶은 물건인데, 단순한 장난으로 넘기기엔 그 뒤에 꽤 재미있는 하드웨어 역사가 깔려 있어요. 오늘은 이 프로젝트를 핑계 삼아 Mini-ITX라는 규격이 뭐였고, 왜 그 시절에 이런 개조 문화가 꽃피었는지, 그리고 그게 지금 우리가 쓰는 미니 PC와 어떻게 이어지는지 이야기해 볼게요.

Mini-ITX가 뭐냐면

2003년에 PC라고 하면 대부분 책상 옆에 세워두는 커다란 타워 케이스였어요. 그 안에 들어가는 메인보드 규격이 ATX인데, 가로세로가 대략 30cm에 24cm쯤 돼요. 그런데 2001년에 대만의 반도체 회사 VIA가 Mini-ITX라는 규격을 발표해요. 크기가 17cm × 17cm, 그러니까 CD 케이스보다 조금 큰 정사각형이에요. 여기에 CPU, 메모리, 그래픽, 사운드, 랜까지 다 올라가 있었어요.

이게 가능했던 건 VIA가 자체 개발한 C3라는 저전력 CPU 덕분이에요. 성능은 당시 펜티엄에 한참 못 미쳤지만, 전력을 워낙 적게 먹어서 팬 없이 방열판만으로 식힐 수 있었어요. 팬이 없다는 건 소음이 없다는 뜻이고, 전력이 적다는 건 작은 어댑터로도 돌아간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EPIA라는 이름의 VIA 보드는 "어디에든 넣을 수 있는 컴퓨터"의 대명사가 됐죠. 당시 mini-itx.com에 올라온 프로젝트 대부분이 이 보드를 기반으로 했어요.

종이 상자 안에 PC를 넣으려면

이제 XP 박스 프로젝트로 돌아와 볼게요. 소프트웨어 상자니까 두께가 손가락 몇 개 정도밖에 안 돼요. 여기에 PC를 넣으려면 부품 하나하나가 납작해야 해요. 메인보드는 당연히 Mini-ITX고, 저장 장치는 노트북용 2.5인치 하드디스크, 광학 드라이브도 노트북용 슬림 타입을 써야 해요. 전원이 가장 골치인데, 일반 파워서플라이는 상자보다 크니까 외부 어댑터에서 직류를 받아 보드에 맞게 변환하는 작은 DC-DC 전원 보드를 써야 해요. 요즘 PicoPSU라고 부르는 그 부류예요.

그리고 종이 상자라는 게 문제예요. 열에 약하고, 구조적으로 부품을 지탱해 주지 못하고, 정전기 차단도 안 돼요. 그래서 이런 프로젝트는 대부분 상자 안쪽에 얇은 판이나 프레임을 덧대서 골격을 만들고, 통풍구를 눈에 안 띄게 뚫고, 포트가 상자 밖으로 나오도록 뒷면을 정교하게 잘라내는 작업이 들어가요. 즉 "박스에 넣었다"는 한 줄 뒤에 배선, 발열, 기구 설계까지 손으로 다 풀어낸 노동이 숨어 있는 거예요.

그 시절 mini-itx.com 갤러리 문화

mini-itx.com은 이런 프로젝트를 모아 보여주는 곳이었어요. 토스터 안에 PC를 넣은 사람, 오래된 라디오나 게임기 껍데기에 넣은 사람, 장난감 우주선을 케이스로 쓴 사람까지 있었어요. 지금으로 치면 레딧의 SFF 커뮤니티나 유튜브 케이스 모딩 채널 같은 역할이었죠. 중요한 건 이게 단순히 웃기려는 게 아니었다는 점이에요. 보드가 작아지니까 "컴퓨터는 반드시 이런 모양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졌고, 사람들이 그 자유를 실험한 결과가 이 갤러리였어요.

그 실험이 어디로 이어졌냐면

지금 돌아보면 이 흐름은 꽤 또렷하게 이어져요. 2012년 말에 인텔이 NUC라는 손바닥만 한 PC를 내놓았고, 같은 해에 라즈베리 파이가 나오면서 "카드 한 장 크기의 컴퓨터"가 학생과 취미가들 손에 들어갔어요. 애플의 맥 미니는 조용한 고성능 미니 PC를 대중화했고, 요즘은 Minisforum이나 Beelink 같은 회사들이 내놓는 미니 PC가 게이밍까지 커버해요. 홈랩 커뮤니티에서 중고 미니 PC 여러 대로 쿠버네티스 클러스터를 짜는 것도 흔한 풍경이 됐고요. 2003년에 종이 상자에 PC를 욱여넣던 사람들이 원했던 "작고 조용하고 어디든 놓을 수 있는 컴퓨터"가 이제 그냥 기본값이 된 거예요.

한국 개발자에게 주는 시사점

이 프로젝트에서 실무 기술을 배울 건 없어요. 대신 다른 걸 얻을 수 있어요. 소프트웨어만 하다 보면 하드웨어를 블랙박스로 여기기 쉬운데, 이런 프로젝트는 컴퓨터가 결국 보드와 전원과 발열의 물리적인 조합이라는 걸 다시 떠올리게 해줘요. 요즘은 진입 장벽도 훨씬 낮아요. 라즈베리 파이 하나로 시작해도 되고, 중고 Mini-ITX 보드와 PicoPSU를 조합해 자작 NAS나 홈 서버를 만드는 것도 주말 프로젝트로 충분해요. 그리고 뭔가를 직접 만들면서 겪는 삽질은 코드에서 겪는 삽질과 놀랄 만큼 닮아 있어서, 문제를 쪼개고 제약 안에서 해법을 찾는 감각을 다른 각도에서 단련해 줘요.

마무리

한 줄로 정리하면, 윈도우 XP 박스 PC는 장난처럼 보이지만 "컴퓨터의 모양은 정해져 있지 않다"는 걸 몸으로 보여준 프로젝트였고, 그 정신은 오늘의 미니 PC와 홈랩 문화로 이어졌어요.

여러분은 직접 만들어 본 가장 이상한 컴퓨터가 있나요? 아니면 지금 홈랩이나 자작 NAS로 쓰는 장비는 뭔지 궁금해요.


🔗 출처: Hacker News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www.mini-itx.com/projects/windowsxp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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