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 파크스(Clara Parkes)의 책 『Vanishing Fleece: Adventures in American Wool』은 미국 양모 산업의 현장을 따라가며 양털 한 뭉치가 실이 되는 과정을 기록한다. 사전 사이트 워드닉(Wordnik)은 흥미로운 책에서 단어를 골라 소개하는 "Five Words From…" 시리즈에서 이 책이 담고 있는 다섯 개의 전문 용어를 짚었다. 얼핏 낯선 방직 용어들이지만, 하나의 원료가 표준화된 제품으로 가공되는 공정과 그 과정에서 쓰이는 화학·기계의 원리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들여다볼 가치가 있다.
섬유를 고르게 만드는 공정
첫 단계의 목표는 뒤엉킨 섬유를 최대한 나란하고 균일하게 만드는 것이다. 금속 핀들 사이로 섬유를 통과시키고, 두껍거나 얇은 구간을 기계적으로 보정하는 오토레벨러(auto-leveler)를 거친다. 여러 통(canister)에서 나온 섬유를 함께 흘려보내 색과 굵기를 한층 더 고르게 섞기도 한다. 흥미로운 대목은 기름의 양이다. 이른바 울른(woolen) 방식이 섬유를 뭉쳐두기 위해 상당한 양의 기름을 썼던 것과 달리, 이 공정에서는 섬유를 매끄럽게 하고 정전기를 잡는 데 필요한 소량의 기름만 쓴다. 이렇게 마무리 공정을 통과해 나온, 아직 꼬임이 없는 섬유 다발을 '슬라이버(sliver)'라 부르며, 철자와 달리 '슬라이-버'로 발음한다. 약간의 꼬임이 들어가는 로빙(roving)과 구분되는 지점이 바로 이 '꼬임의 유무'다.
염색을 가능하게 하는 화학 처리
천연 염료는 그냥 담근다고 섬유에 달라붙지 않는다. 색을 영구적으로 고착시키려면 '매염(mordanting)'이라는 선처리가 필요하다. 이 과정은 염료가 양모 섬유에 이온 결합(ionic process)으로 붙을 수 있도록 화학 반응의 조건을 만들어 주는 핵심 단계다. 실무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매염제는 명반, 즉 황산알루미늄(alum, aluminum sulfate)이다. 색을 입히는 화려한 공정 이전에, 색이 '왜' 붙는가를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단계가 먼저 있다는 점이 이 용어의 핵심이다.
또 하나의 화학 처리는 '카보나이징(carbonizing)', 곧 탄화 공정이다. 양모에 섞여 들어간 식물성 이물질을 산으로 제거하는 방법으로, 양모를 황산에 담가 식물 조각을 태워 없앤다. 산은 식물성 물질만 태울 뿐 양모 섬유 자체는 손상시키지 않으며, 이후 고온에서 건조하면 남은 이물질을 기계적으로 털어낼 수 있다. 다만 파크스는 이 공정을 미국 내에서 더 이상 제공하는 곳이 없다고 전한다. 하나의 가공 기술이 산업 구조 변화 속에서 통째로 사라진 사례인 셈이다.
양이라는 동물의 취약함
나머지 두 단어는 가공이 아니라 양 자체에 관한 것이다. 양이 오래 털을 깎지 않고 방치될수록 '캐스팅(casting)'의 위험이 커진다. 균형을 잃고 등으로 넘어가 뒤집히는 상태를 말하는데, 딱정벌레와 달리 양은 한번 이렇게 되면 스스로 몸을 되돌리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면 반추위(rumen)에 가스가 차오르며 횡격막을 눌러, 양이 서서히 질식하게 된다. 인간이 털을 깎아 주는 일이 단순한 생산 행위가 아니라 동물의 생존과 얽혀 있음을 드러내는 단어다. 이 밖에도 양과 유사한 가축이 겪는 질환으로 staggers, orf, dunt, loor, charbon, cratches 같은 이름들이 열거된다.
마지막 단어 '루잉(rooing)'은 지금과는 다른 과거의 방식을 가리킨다. 원래 양은 인간의 도움 없이도 봄마다 스스로 털갈이를 했고, 빠진 털은 덤불이나 울타리 기둥에 걸리거나 양을 돌보던 사람의 손에 뽑혀 나왔다. 이렇게 털갈이 중인 양에게서 손으로 털을 뽑아 모으는 행위가 바로 루잉이다. 셰틀랜드 지역에서는 이렇게 손으로 뽑은 털을 카이지(caizies) 또는 피어리 쿠비(peerie cubbies)라 부르는 짚 바구니에 담아 모았다.
다섯 단어를 잇대어 보면 하나의 흐름이 보인다. 사라져가는 것은 양털만이 아니라, 슬라이버를 만들고 카보나이징을 수행하던 공정과 루잉으로 털을 거두던 오래된 방식, 그리고 그 모든 단계를 부르던 어휘 자체다. 낯선 용어를 정확히 이름 붙여 두는 일은, 그 기술과 지식이 완전히 잊히기 전에 붙잡아 두는 최소한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