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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그리스어로 말했다: 성경의 '원본'을 다시 묻는 70인역 이야기

신은 그리스어로 말했다: 성경의 '원본'을 다시 묻는 70인역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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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이란 무엇인가. 얼핏 자명해 보이는 이 질문은 파고들수록 답하기 어려워진다. 오늘날 기독교 성경은 흔히 히브리어 구약을 재배열한 뒤 그리스어 신약을 더한 것으로 여겨지고, 우리가 영어나 한국어로 읽는 성경도 구약은 히브리어에서, 신약은 그리스어에서 충실히 옮겨진 것이라 전제한다. 그러나 티모시 마이클 로(Timothy Michael Law)의 『신이 그리스어로 말했을 때(When God Spoke Greek)』는 초기 교회의 성경이 신약뿐 아니라 구약까지 통째로 그리스어였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케빈 하트(Kevin Hart)가 서평한 이 옥스퍼드대 출판부 책(240쪽)은, 그 그리스어 구약인 '70인역(Septuagint, LXX)'이 단순한 번역이 아니라 초기 교회에는 하나님 말씀의 계시 그 자체였다고 말한다.

72명의 번역자와 '일흔'이라는 이름

라틴어 '셉투아긴타'는 '일흔'을 뜻하며, 이 명칭은 요세푸스(기원후 약 37~100년)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그가 참고한 '아리스테아스의 편지'는 3세기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 2세(필라델포스)가 각 지파에서 여섯 명씩 72명의 유대 학자를 알렉산드리아로 불러 토라를 그리스어로 옮기게 하고, 그 대가로 많은 유대인 노예를 풀어주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학자들은 인근 섬에서 72일 만에 번역을 마쳤다고 한다. 다만 현대 연구자들은 이 편지가 실은 기원전 2세기에 한 유대인이 디아스포라 유대인의 지혜를 드높이고 프톨레마이오스 통치에 대한 충성을 북돋우려 지은 것으로 본다. 요세푸스가 72를 70으로 줄이면서 '70인역'과 약칭 'LXX'가 굳어졌다.

70인역은 기원전 3세기 초·중반 알렉산드리아에서 토라 번역으로 시작해, 역사서와 예언서, 지혜서 등이 기원전 2세기에 이집트나 팔레스타인에서 차례로 옮겨진 '진행형' 작업이었다. 하트가 강조하듯, 성경(scripture)과 정경(canon)은 다르며 초기 몇 세기 동안 유대교와 기독교의 정경은 확정되지 않았다. 공유되던 문서, 일부 공동체만 포함시킨 문서, 배제된 문서가 뒤섞여 있었고 배열조차 일정하지 않았다. 오늘날에도 에티오피아 유대인과 랍비 유대교, 개신교와 가톨릭의 정경은 서로 다르며, 에티오피아 정교회는 에녹 1서와 희년서를 정경으로 삼는다.

계시가 된 번역

이 방대한 번역이 왜 등장했는지는 헬레니즘 시대(기원전 330년 알렉산드로스의 다리우스 3세 격파부터 기원전 30년 악티움 해전까지)라는 배경 없이는 이해할 수 없다. 그리스 문화와 공용 그리스어(코이네)가 북아프리카에서 서아시아까지 퍼졌고, 코이네는 70인역과 신약의 언어가 되었다. 예수의 일상어는 아람어였지만 필요할 때 코이네를 썼을 것이며, 복음서 저자와 바울은 히브리어 성경이 아니라 70인역을 인용했다. 유대인과 초기 기독교 공동체가 이를 '참된 계시'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훗날 3세기 알렉산드리아의 오리게네스가, 이어 히에로니무스가 70인역을 히브리어 본문과 대조했다. 히에로니무스는 히브리어와 그리스어에서 라틴어로 다시 옮겨 불가타의 토대를 놓았지만, 구약조차 여러 그리스어 판본에 기댔기에 히브리어에서 직접 옮긴 정도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아우구스티누스는 70인역이 이미 수백 년간 교회의 성경이었다며 새 번역이 교회를 분열시킬 것이라 반대했다. 그럼에도 불가타는 70인역에서 번역된 옛 라틴어 성경(베투스 라티나)을 밀어냈고,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것도 있었다.

사해문서가 뒤집은 '원본'의 지위

1947년 사해문서가 발견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그전까지 학자들은 11세기 레닌그라드 사본과 10세기 알레포 사본에 의존했는데, 사해문서에는 그보다 훨씬 오래된, 그리고 통용 히브리어 성경과 다른 본문이 담겨 있었다. 놀랍게도 이 옛 사본들은 종종 70인역과 일치했다. 결론은 분명했다. 오늘날의 히브리어 성경은 곳곳에서 더 이른 본문을 개정한 것이며, 70인역은 그 이전 단계의 흔적을 보존한다는 것이다. '원본'이라 여겨온 것이 실은 여러 판본 중 하나일 수 있다는 이 통찰은, 하나의 텍스트가 어떻게 전승·수정·정본화되는지를 다루는 모든 이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차이가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견해가 갈린다. 안넬리 아이멜레우스는 히브리어 성경과 70인역이 공통의 신학적 비전을 공유한다고 본다. 반면 저자 로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출애굽기 15장 3절에서 히브리어가 '주는 용사'라 하는 대목을 70인역이 '주는 전쟁을 부수시는 분'으로, 시편 9편 21절에서 '민족들이 자신이 인간임을 알게 하소서'를 '그들 위에 입법자를 세우소서'로 옮긴 예를 든다. 하나님을 전사가 아닌 평화의 조성자로, 두려움이 아닌 법을 가져오는 분으로 그린다는 것이다. 바울이 로마서 9장 25~26절에서 호세아 1장 10절과 2장 23절의 그리스어 본문을 택해 하나님의 약속을 이방인에게까지 넓힌 것도 같은 맥락에 놓인다.

번역이 곧 개정이고 판본의 선택이 곧 신학의 방향을 바꾼다는 점에서, 70인역 연구는 텍스트를 다루는 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만하다. 다만 한계도 분명하다. 이 분야는 오랫동안 신학교와 대학 바깥은 물론 학계 안에서조차 주목받지 못했고, 히에로니무스 이래 히브리어 본문의 권위가 좀처럼 도전받지 않은 탓이다. 2007년 출간되어 2009년 수정된 영역본 NETS로 이제 성경과 70인역을 나란히 놓고 읽을 길이 열렸고, 로의 책은 전문가 집단 바깥의 독자를 위한 첫 입문서라는 점에서 그 문턱을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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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전체 보기 → https://lareviewofbooks.org/article/of-gods-and-language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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