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졸업'(1967)은 더스틴 호프만을 스타로 만들었다. 그러나 정작 촬영장에서 그의 머릿속을 채운 것은 성공이 아니라 "나는 지금 실패하고 있다"는 감각이었다. 로스앤젤레스 샤토 마몽 호텔 수영장에 내려갔을 때, 종려나무 사이에서 햇볕을 즐기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황금빛 신들" 같았고, 그는 자신이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느꼈다. 당대 최고로 꼽히던 감독 마이크 니콜스의 주연을 맡고도, 그는 다시는 수영장에 내려가지 않았다.
어울리지 않는 배역
호프만의 불안에는 근거가 있었다. 원작 소설 속 벤저민 브래독은 육상 스타이자 전교 수석, 토론팀 주장인 부유한 'WASP' 청년이었다. 반면 그는 누가 봐도 "민족적으로 보이는" 외모의 배우였다. 에이전트가 니콜스의 관심을 전했을 때 그는 오디션조차 보고 싶지 않았다. 전화기 너머에서 니콜스가 "그럼 누가 이 역에 맞느냐"고 묻자, 호프만은 탁자 위 타임지 표지에 실린 금발의 운동선수 같은 청년을 가리켰다. 유대인이라서 맞지 않는다는 그의 말에 니콜스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답했다. "어쩌면 그는 속은 유대인일지도 모르죠." 제작진은 거의 2년간 로버트 레드퍼드와 캔디스 버건 같은 '이상적인 커플'을 염두에 두고 배역을 찾다가, 거의 마지막에야 호프만과 캐서린 로스에게 닿았다. 호프만 자신도 탐색 초기에 오디션을 봤다면 결코 배역을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역설적이게도 그 무렵 호프만은 연극에서 막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오프브로드웨이 '어?(Eh?)'로 거의 매일 밤 기립 박수를 받았고, 뉴욕타임스 예술면 표지에 얼굴이 실렸다. 그는 할리우드를 7년 전속 계약으로 미녀들을 가둬 두는 곳으로 보았고, 영화의 돌파구는 트뤼포·부뉴엘·안토니오니·고다르 같은 유럽 거장들에게 있다고 여겼다. 등산으로 치면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 참에, 니콜스가 헬기를 타고 나타나 전혀 다른 봉우리로 가자고 손짓한 셈이었다.
메이크업 의자 위에서
스크린 테스트는 그 자체로 시련이었다. 48시간 안에 열 쪽 분량의 대사를 외우느라 이틀을 뜬눈으로 보냈다. 전설적인 분장사 웨스트모어 형제들은 몇 시간에 걸쳐 그의 눈썹을 뽑아 둘로 나누고, 두꺼운 목을 가리려 터틀넥을 입혔다. 니콜스가 특유의 노래하는 듯한 말투로 "그 코는 어떻게 하죠?"라고 묻는 순간, 그는 "저들이 내 얼굴에서 유대인을 지우려 한다"고 생각했다. 10분짜리 장면을 한 테이크로 찍으려는 니콜스를 안심시키려다, 오히려 땀으로 미끄러운 감독의 손을 잡고서 그가 자신보다 더 불안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영화의 편집자는 그의 테스트 영상을 두고 "못생긴 소년"이라 했고, 각본가 벅 헨리는 브래독 가족을 "서핑보드 가족"이라 부르며 호프만을 '유전적 격세유전'으로 합리화했다고 회고한다. 심지어 소품 담당자는 주머니에서 떨어진 지하철 토큰을 주워 주며 "얘야, 이거 필요할 거다"라고 말했다.
성공과 자기의심 사이
합격 통보조차 어긋났다. 태평양 시간과 동부 시간을 혼동한 그는 일요일 아침 9시에 니콜스를 깨웠고, 긴 침묵 끝에 "자네가 됐네"라는 말을 들었다. 훗날 니콜스는 전기 작가에게, 호프만에게는 "엘리자베스 테일러에게서만 보던 그 비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듯한데 실은 모든 것을 해내는 무언가가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로서는 파격적인 3주간의 리허설이 주어졌고, 니콜스는 "캐릭터를 연기하려 하지 말고 제로에서 시작하라"고 주문했다. 호프만은 여성 약사 앞에서 콘돔을 사지 못하던 자신의 수치심을 호텔 프런트 장면에 끌어왔고, 긴장하면 숨을 참던 형 로니의 버릇을 벤저민의 연기에 녹였다. 최종 편집본 곳곳에서 새어 나오는 "삑" 소리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리허설에서 더없이 자상하던 니콜스는 막상 촬영이 시작되자 딴사람처럼 굳어 있었다. 서른다섯의 앤 밴크로프트를 조명하는 방식을 감추려 아무도 러시(일일 촬영분)를 볼 수 없었고, 배우들이 기댈 것은 감독의 기분뿐이었다. 호프만은 어항 앞 장면을 하루 종일 찍으면서도 자신이 무엇을 표현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고, 매 순간 해고될 것 같았다고 적는다.
이 글이 일하는 사람에게 남기는 것은 영화 제작의 뒷이야기가 아니라, 외부의 성공과 내부의 실패감이 얼마나 쉽게 어긋나는가에 대한 기록이다. 가장 큰 커리어의 도약 앞에서 당사자는 자격 미달의 사기꾼이 된 기분에 시달렸고, 주변의 초기 평가도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동시에 니콜스의 연출법 — '약사 앞의 수치심'처럼 추상적 요구를 당사자의 구체적 경험으로 번역해 주는 방식 — 은 좋은 리더가 사람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여준다. 다만 이것은 수십 년 뒤 한 배우가 자신의 기억에 의지해 쓴 주관적 회고이며, 글 자체도 한 장면 한가운데에서 끊긴다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끝내 남는 것은 완성된 결과물의 광채가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내내 스스로를 의심했던 한 사람의 솔직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