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바르샤바의 도심을 1미터 단위의 '복셀(voxel)'로 쌓아 올린 인터랙티브 3D 지도가 공개됐다. 복셀은 3차원 공간을 작은 정육면체 블록으로 나눠 표현하는 방식으로, 평면 폴리곤 모델과 달리 도시 전체를 레고 블록처럼 조립한 듯한 질감을 만들어낸다. 이 프로젝트는 바르샤바의 상징인 문화과학궁전(Palace of Culture) 주변을 걸어 다니며 둘러볼 수 있게 했고, 날짜와 시각, 날씨를 바꾸거나 거리의 보행자에게 '빙의'해 그 시점으로 도시를 바라보는 기능까지 담았다.
세 가지 공개 데이터를 겹쳐 쌓다
이 지도가 흥미로운 지점은 결과물의 외형보다 그것을 만든 재료에 있다. 건물과 도로의 형태는 누구나 편집·활용할 수 있는 지도 데이터베이스 OpenStreetMap에서 가져왔고, 건물의 높이와 지형의 입체감은 항공 레이저 측량 방식인 LiDAR 데이터로 채웠다. 여기에 바르샤바시가 운영하는 가로수 데이터베이스를 더해, 실제 도시에 서 있는 나무의 위치까지 복셀 블록으로 옮겼다. 서로 다른 출처의 공개 데이터를 하나의 좌표계 위에 겹쳐 쌓아 하나의 장면으로 통합했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시각화 토이가 아니라 공개 데이터 결합의 한 사례로 읽을 수 있다.
개별 데이터는 이미 널리 쓰이지만 셋을 동시에 맞물리는 작업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OpenStreetMap의 건물 윤곽, LiDAR의 높이 값, 도시의 수목 좌표는 각기 해상도와 갱신 주기, 정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성격이 다른 소스를 1미터 격자라는 공통 단위로 재샘플링해 블록으로 환원하면, 좌표 오차나 데이터 공백이 눈에 보이는 형태로 드러난다. 복셀화는 표현 방식인 동시에 데이터의 품질과 정합성을 눈으로 확인하게 해주는 도구이기도 하다.
게임에서 빌려온 표현 문법
제작자는 영감의 출처로 마인크래프트, 복셀 에디터 매지카복셀(MagicaVoxel), 그리고 던전 키퍼(Dungeon Keeper)를 꼽았다. 마인크래프트식 블록 월드의 친숙함, 매지카복셀 특유의 작고 정갈한 복셀 미학, 던전 키퍼처럼 위에서 세계를 내려다보며 조작하는 감각이 한데 섞인 셈이다. 실제 측량 데이터를 게임의 표현 문법으로 번역했다는 점에서, 이 프로젝트는 지도를 '정보'가 아니라 '공간'으로 체험하게 만든다. 날짜·시각·날씨를 바꾸면 그림자와 분위기가 달라지고, 보행자 시점으로 전환하면 추상적인 조감도가 거리의 눈높이로 내려온다.
실무자에게 주는 시사점
국내 실무자 관점에서 이 작업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지금은 OpenStreetMap, LiDAR, 지자체 공공 데이터 같은 재료가 이미 공개돼 있고, 이를 브라우저에서 돌아가는 인터랙티브 3D로 엮는 일이 소수의 개인 프로젝트 규모에서도 가능해졌다는 사실이다. 한국에서도 국가공간정보포털이나 각 지자체가 수치지형도, 항공 LiDAR, 가로수 대장 등을 제공하고 있어, 비슷한 재료로 특정 지역을 입체화하는 접근을 시도해볼 여지가 있다. 디지털 트윈, 도시 시뮬레이션, 부동산·관광 서비스처럼 공간을 다루는 분야에서 '데이터를 겹쳐 쌓는' 파이프라인 자체가 하나의 재사용 가능한 패턴이 된다.
다만 한계도 함께 짚어야 한다. 대상 범위는 바르샤바 도심으로 한정돼 있어 도시 전체나 다른 지역으로 확장했을 때의 처리 비용과 성능은 별개의 문제다. 복셀화 과정에서 1미터 격자에 맞춰 형태가 단순화되므로 실제 건물의 세부나 정확한 치수를 기대할 수 있는 결과물은 아니며, 바탕 데이터의 오차와 공백도 그대로 반영된다. 또한 이 지도는 특정 시점의 공개 데이터 스냅숏을 기반으로 하므로, 도시가 바뀌면 다시 갱신해야 최신 상태를 유지한다.
그럼에도 이 프로젝트의 가치는 완성도보다 접근 방식에 있다. 흩어져 있던 공개 데이터를 모아 누구나 걸어 다닐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 보여줌으로써, 공공 데이터가 통계표나 레이어가 아니라 체험 가능한 도시로 번역될 수 있음을 구체적으로 증명한다. 자신이 사는 도시의 데이터로 비슷한 실험을 해보고 싶은 개발자에게는 좋은 출발점이 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