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서 일어나 어두운 복도를 걷고 냉장고 속 아침거리를 떠올리는 몇 초 사이에, 우리 뇌는 공간을 탐색하고 기억을 꺼내며 몸의 상태까지 점검한다. 이 놀라운 유연성의 상당 부분은 전기에서 나온다. 뇌는 전체 에너지의 약 절반을 뉴런이 언제든 발화할 수 있도록 대기시키는 전기화학적 기울기를 유지하는 데 쓴다. 이 집단적 전기 활동은 마치 경기장에서 관중이 팔을 들어 올리며 만드는 파도처럼, 뇌의 한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번져 나가는 '진행파(traveling wave)'로 관찰된다.
오랫동안 신경과학자들은 이 파동을 단순한 평면파, 즉 뇌가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 정도로 해석해 왔다. 엔진이 돌아갈 때 나는 소리처럼, 있긴 하지만 그 자체로 정보를 담지는 않는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인간과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은 이 파동이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며,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핵심 방식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MIT의 인지신경과학자 얼 K. 밀러는 관련 연구가 '이 파동이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이것이 피질이 정보를 처리하는 주요 양식'이라는 인식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평면파를 넘어선 다양한 파동의 모양
2026년 4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실린 연구에서 시카고대학의 조슈아 제이컵스와 아누프 다스 등이 포함된 연구팀은 한 지점에서 뻗어 나가는 '소스파', 한 곳으로 수렴하는 '싱크파', 그리고 소용돌이 형태의 나선파 등 다양한 파동을 관찰했다. 흥미롭게도 서로 다른 행동 과제가 서로 다른 파동 패턴과 연결되어 있었다. 뉴런 간 연결 자체가 바뀌는 데는 보통 며칠에서 몇 달이 걸리지만, 행동은 수 초 단위로 적응해야 한다. 상당수 연구자들은 이 대규모 파동 패턴이 깨어 있는 삶의 요구에 맞춰 뇌를 실시간으로 재조직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뇌의 전기 활동을 측정하는 시도는 1920년대 두피 위 전극을 이용한 뇌전도(EEG)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주의를 기울이거나 기억하거나 잠들 때 알파·베타·감마·세타로 불리는 파동의 주파수가 달라진다. 그러나 두개골 바깥에서의 측정은 해상도에 한계가 있다. 제이컵스의 연구실은 두개내 기록을 전문으로 하는데, 심한 뇌전증 환자가 발작 진원을 찾기 위해 뇌 안에 전극을 삽입한 경우 환자 동의를 얻어 한 영역에 약 100개의 전극으로 고해상도 시공간 데이터를 확보한다.
언어 과제와 공간 과제에서 갈린 파동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두 가지 기억 과제를 수행했다. 하나는 화면에 본 단어를 떠올리는 단순한 언어 기억 과제였고, 다른 하나는 가상 환경을 돌아다니며 마주친 사물의 위치를 기억하는 복잡한 공간 과제였다. 연구팀은 깨어 있는 인간에게서 처음으로 두 가지 새로운 파동을 관찰했다. 연못에 돌을 던졌을 때처럼 동심원으로 퍼지거나 한 영역으로 모여드는 파동, 그리고 태풍이나 물이 빠지는 변기처럼 시계 방향 혹은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나선파다. 제이컵스는 회전하는 파동이 언어 과제보다 공간 과제에서 더 자주 나타났다며, 이는 회전파가 더 복잡한 기억 행동에 유리함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제이컵스와 우마 모한이 참여해 2024년 네이처 휴먼 비헤이비어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피질을 앞뒤로 가로지르는 파동이 관찰됐다. 시각 영역은 뇌 뒤쪽에, 고차 기억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은 앞쪽에 있는데, 파동의 방향은 정보가 흐르는 방향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무언가에 주의를 기울여 기억을 형성할 때는 신호가 뒤에서 앞으로 이동하며, 이는 뇌가 부호화와 회상 기능을 빠르게 전환하는 방식으로 해석됐다. 과거에 단순한 평면파처럼 보였던 이유에 대해, 피츠버그대학의 수리생물학자 바드 어멘트라우트는 전극의 위치와 간격이 맞지 않아 더 큰 패턴을 놓쳤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태풍 속에서는 한 방향의 바람만 느낄 뿐, 눈 근처에 있지 않으면 그것이 회전하고 있다는 걸 모른다"고 비유했다.
여러 종에서 반복되는 증거, 그리고 남은 논쟁
비슷한 결과는 다른 종에서도 확인됐다. 2026년 6월 사이언스에 실린 연구에서 선전의학연구원의 예즈원과 워싱턴대학의 니컬러스 슈타인메츠 연구팀은 생쥐 뇌에서 회전하는 원형 파동을 관찰했는데, 이 파동은 좌우 반구에 걸쳐 대칭적으로 동기화되어 있었다. 감각 정보와 신체 움직임이 통합되는 체성감각 피질에서는 축삭 뉴런이 나선형으로 배선되어 있어 이런 파동을 만들기 쉽게 되어 있었다. 예즈원은 "이 파동을 만들고 매개하는 세포 연결, 즉 회로가 존재한다"며 "중요하지 않다면 뇌가 굳이 이렇게 배선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2026년 9월 뉴런에 실린 리뷰 논문에서 라일 뮬러와 존 레이놀즈는 시각 피질의 진행파가 방금 겪은 것과 지금 겪는 것을 함께 실어 단기 예측을 돕는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다만 모두가 이 가설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뉴욕대학의 죄르지 부자키는 파동이 시냅스 차원에서 벌어지는 일의 반영일 뿐이라고 본다. 뉴런이 많고 동기화될수록 전기장과 진동은 강해지며, 패턴이 하부 회로에 대해 흥미로운 정보를 줄 수는 있어도 계산은 어디까지나 시냅스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밀러는 반대로 이 파동이 발화 직전에 놓인 뉴런의 흥분성을 높이거나 낮추며 인지에 관여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연결 구조가 장기 저장된 정보라면 파동은 그 정보가 사고와 처리로 표현되는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파동의 정체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그것이 인지 기능과 규칙적으로 연동해 조직적이고 예측 가능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증거는 쌓여가고 있다.
실무적 관점에서 이 연구는 뇌 신호 해석의 전제를 바꿀 여지를 남긴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나 신경 신호 분석에서 그동안 노이즈나 단순 배경으로 취급되던 전기장 패턴이 과제 유형을 구분하는 특징일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데이터가 뇌전증 환자의 전극 위치에서만 수집된다는 근본적 한계, 즉 이 패턴이 실제로 얼마나 보편적인지 알기 어렵다는 점도 분명하다. 여러 전극을 적절한 간격으로 함께 봐야 구조가 드러난다는 방법론적 교훈과 함께, 아직 인과가 아닌 상관 단계라는 점을 감안해 해석해야 할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