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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어떻게 스스로 배선되는가: 발생을 알고리즘 문제로 보면

한 개의 수정란에서 출발한 세포가 게놈에 적힌 정보만으로 어떻게 수백억 개의 뉴런을 정확히 연결된 뇌로 만들어낼까. 스탄 케르스텐스(Stan Kerstjens)의 에세이 '컴퓨터 과학자가 뇌를 만들 수 있을까'는 이 오래된 발생학의 질문을 공학 문제로 다시 세운다. 뇌의 완성된 배선도를 컴퓨터 과학자에게 건네주고 '단 하나의 세포가 실행해 이 회로로 자라나는 프로그램을 짜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단, 그 프로그램은 게놈 크기(약 1기가바이트) 안에 들어가야 하고, 길어야 1년 남짓한 발생 기간 안에 끝나야 한다. 흥미로운 지점은, 생물학을 모르는 사람이 순수하게 알고리즘 관점에서 접근해도 결국 실제 생물이 채택한 발생 전략과 닮은 해법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두 개의 하드 제약

이 문제를 규정하는 것은 두 가지 물리적 한계다. 첫째는 정보 제약이다. 인간 게놈은 약 30억 개의 염기쌍으로 이루어져 있고 염기쌍당 2비트이므로 정보량은 대략 60억 비트, 넉넉히 잡아도 10^10비트 수준이다. 이는 모든 염기가 오로지 뇌 배선에만 쓰인다고 가정한 관대한 상한이다. 둘째는 시간 제약이다. 축삭이 자라는 속도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뻗어야 할 축삭의 총 길이가 곧 발생에 걸리는 시간이 된다. 결정적인 사실은 이 예산이 종에 따라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쁜꼬마선충과 인간의 게놈 크기 차이는 두 자릿수 미만인데, 뉴런 수는 302개에서 10^10개로 여덟 자릿수 넘게 벌어진다. 따라서 포유류의 뇌를 배선하는 알고리즘은 뉴런 수에 대해 반드시 준선형(sub-linear)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순진한 전략이 무너지는 방식

첫 번째 시도는 가장 단순하다. 모든 뉴런에 고유한 이름표를 붙이고, 게놈에 각 뉴런의 연결 대상 목록을 저장한 뒤, 성장원뿔이 그 목록을 따라 상대를 찾아가 시냅스를 맺게 하는 것이다. 문제는 지도도 공간 구조도 없는 상태에서 목표 세포를 찾는 일이 정렬되지 않은 도서관에서 책 한 권을 찾는 것과 같다는 데 있다. 평균적으로 서가의 절반을 뒤져야 하므로 탐색 비용은 뉴런 수 n에 비례해 커진다. 인간 뇌에서 세포 간 평균 간격을 약 50마이크로미터로 잡으면, 이런 O(n) 탐색은 목표 하나당 약 500km의 축삭을 요구한다. 발생 기간 동안 실제로 만들 수 있는 양을 몇 자릿수나 초과하는 값이다. 저장 공간도 마찬가지로 파탄난다. 뉴런마다 이웃 목록을 압축해 저장해도 필요한 용량은 약 3×10^15비트로, 게놈의 10^10비트 상한을 한참 넘어선다. 시간과 정보 양쪽에서 동시에 실패하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발생신경과학이 실험을 통해 같은 결론에 이미 도달했다는 사실이다. 각 뉴런이 분자적 정체성을 지니고 이름표 대조로 짝을 찾는다는 스페리의 화학친화 가설이 바로 이 전략의 핵심 아이디어였다. 초파리 Dscam1이 1만 종 이상의 이형체를 만들고 척추동물 프로토카드헤린이 조합적 정체성 코드를 형성하는 등 놀라운 분자 다양성이 발견되긴 했지만, 이 다양성은 전역적 표적 선택이 아니라 국소적 자기회피를 매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분야는 정밀한 열쇠-자물쇠식 대조에서 논리적 인식 규칙으로 이동해 왔고, 이는 확장성 논증이 지지하는 방향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정표를 도입해도 남는 문제

두 번째 전략은 탐색 문제를 겨눈다. 서가를 헤매는 대신 일련의 이정표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성장원뿔은 도착한 위치에서 다음 표지를 읽고 곧장 다음 지점으로 향한다. 맹목적 탐색이 방향이 정해진 걸음으로 바뀌면서, 3차원 공간에 채워진 n개의 뉴런은 세포 폭 기준으로 약 n의 세제곱근만큼만 떨어져 있게 된다. 목표당 축삭 길이가 O(n)에서 O(∛n)으로 극적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그러나 저장 문제는 오히려 악화된다. 방향 지시는 출발점에 따라 달라지므로, 서로 다른 위치에서 출발하는 각 뉴런은 목표마다 고유한 이정표 집합을 필요로 한다. 경로마다 k개의 경유지가 든다면 게놈은 다시 n×m×k 규모의 정보를 저장해야 한다. 한쪽 벽을 넘으면 다른 쪽 벽이 높아지는 구조다.

실무자 관점에서 이 논의가 던지는 함의는 분명하다. 현대 머신러닝은 거대한 기능적 네트워크를 압축된 기술로부터 생성하는 방법을 아직 모른다. 디스크에서 복사한 방대한 가중치 행렬에 의존하거나, 몇 자릿수나 더 큰 학습 데이터에 기대는 식이다. 반면 수정란은 정확히 그런 압축 기술을 담고 있다. 발생 과정을 알고리즘으로 분석하는 일이 인공 시스템을 위한 새로운 설계 원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기대는 여기서 나온다.

다만 이 사고실험의 경계는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다. 저자는 논의를 결정론적이고 신경활동에 무관한 발생 과정으로 한정한다. 즉 잡음과 확률성, 그리고 신경활동에 의존하는 가소성은 일단 논외로 두고, 축삭을 올바른 집단에 도달시키는 문제만 먼저 다룬다. 가소성은 이미 존재하는 연결 위에서 작동하므로, '어디로 뻗을 것인가'라는 첫 단계와는 층위가 다르다는 것이다. 완결된 해법이 아니라 제약이 해의 후보군을 어떻게 좁혀 가는지를 보여주는 논증이라는 점, 그리고 발췌된 원문이 세 번째 전략에 이르러 끊긴다는 점도 감안해 읽어야 한다. 그럼에도 확장 한계에서 도출된 해의 구조가 진화가 실제로 택한 구조와 겹친다는 관찰은, 신경 발생의 여러 특징이 우연이 아니라 계산적 필연에 뿌리를 둘 수 있음을 시사한다. 라디오를 고치거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분해해 이해하려던 앞선 사고실험들이 비관적 결론에 이르렀던 것과 달리, 뇌의 설계는 분해가 아니라 '게놈이 애초에 그것을 어떻게 지정해야 하는가'를 물음으로써 복원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stankerstjens.github.io/could-a-computer-scientist-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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