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온사인을 입는다는 상상
밤거리 간판에서 보던 네온사인 느낌을 티셔츠에 그대로 옮겨놓으면 어떨까요? 손으로 돌리는 햅틱 노브 'SmartKnob'이나 기계식 스플릿 플랩 디스플레이 같은 오픈소스 하드웨어 프로젝트로 알려진 메이커 Scott Bezek이 이번에는 구부러지는 LED 필라멘트로 네온처럼 빛나는 티셔츠를 만들고, 그 과정을 블로그에 정리했어요.
사실 진짜 네온사인은 옷에 쓸 수가 없거든요. 유리관 안에 네온 가스를 넣고 수천 볼트의 고전압을 걸어서 빛을 내는 방식이라 깨지기 쉽고 위험하죠. 그래서 그동안 '네온 느낌'을 내려면 두툼한 실리콘 LED 네온 스트립을 쓰거나, 빛이 약한 EL 와이어로 타협해야 했어요. 이번 프로젝트가 흥미로운 건 최근 쉽게 구할 수 있게 된 유연한 LED 필라멘트라는 부품 하나로 이 오래된 숙제를 꽤 깔끔하게 풀었기 때문이에요.
LED 필라멘트가 뭐냐면
카페 인테리어에서 자주 보는 '에디슨 전구' 기억나시나요? 유리 전구 안에서 가느다란 막대가 노랗게 빛나는 그 전구요. 요즘 나오는 건 대부분 LED인데, 그 안의 가느다란 막대가 바로 LED 필라멘트예요.
구조는 생각보다 단순해요. 쌀알보다 훨씬 작은 LED 칩 수십~수백 개를 길쭉한 기판 위에 한 줄로 촘촘히 붙이고, 그 위를 형광체(phosphor)가 섞인 실리콘으로 덮어요. 형광체는 LED 빛을 받아 다른 색의 빛으로 바꿔주는 물질인데, 빛을 사방으로 퍼뜨려주는 역할도 하거든요. 그래서 LED 하나하나가 점으로 보이지 않고 막대 전체가 하나의 매끈한 선처럼 빛나요. 네온관 느낌이 나는 비결이 여기 있어요.
최근에는 이 기판을 휘어지는 소재로 만든 플렉서블 필라멘트가 여러 색상과 길이로 싸게 팔리고 있어요. 손으로 구부려서 글자나 그림을 만들 수 있으니 메이커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아질 수밖에 없죠.
전기는 어떻게 넣어주나
LED는 '전압'보다 '전류'를 관리해줘야 하는 부품이에요. 전압이 조금만 높아져도 전류가 확 늘어나서 금방 타버릴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항이나 정전류 회로로 흐르는 전류를 제한해주는 게 기본이에요. 다행히 플렉서블 필라멘트 중에는 3V 안팎의 낮은 전압으로 켜지는 제품이 많아서, 작은 리튬 배터리로도 충분히 돌릴 수 있어요.
여러 가닥을 따로 켜고 끄거나 밝기를 바꾸고 싶다면 아두이노나 ESP32 같은 마이크로컨트롤러를 붙이고, 각 가닥을 MOSFET(전기 신호로 여닫는 스위치라고 생각하면 돼요)으로 제어하면 돼요. 밝기는 PWM으로 조절하는데, 이게 뭐냐면 눈이 따라가지 못할 만큼 빠르게 켰다 껐다를 반복하면서 '켜져 있는 시간의 비율'로 평균 밝기를 정하는 방식이에요. 이렇게 하면 글자가 순서대로 켜지거나 숨 쉬듯 깜빡이는 네온 간판 특유의 연출도 코드로 만들 수 있죠. 구체적인 회로 구성과 부품 선택은 원문에 사진과 함께 자세히 나와 있으니, 따라 만들어보실 분은 꼭 확인해보세요.
진짜 어려운 건 '옷'이라는 환경
웨어러블 프로젝트를 해본 분들은 공감하실 텐데요, 회로를 켜는 것보다 옷 위에서 계속 버티게 만드는 것이 훨씬 어려워요. 천은 늘어나고 구겨지고 접히는데 전선과 납땜 부위는 그렇지 않거든요. 같은 자리가 반복해서 휘어지면 금속이 피로해져서 결국 끊어져요. 철사를 여러 번 구부렸다 펴면 똑 부러지는 것과 같은 원리예요.
그래서 납땜 부위에는 스트레인 릴리프(strain relief), 그러니까 충전 케이블 끝에 붙은 고무 부분처럼 꺾이는 힘을 분산시켜주는 처리가 필요해요. 필라멘트를 천에 어떻게 고정할지, 배터리와 컨트롤러를 어디에 둬야 무게와 착용감이 괜찮을지, 땀이나 세탁은 어떻게 할지도 모두 풀어야 할 문제예요. 이런 현실적인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가는 과정이 이 글의 진짜 볼거리예요.
다른 방식과 비교해보면
- EL 와이어: 2000년대 웨어러블의 상징이었죠. 얇고 유연하지만 높은 교류 전압이 필요해서 인버터가 따로 있어야 하고, 밝기가 약하고 수명도 짧은 편이에요.
- 주소 지정형 LED 스트립(WS2812, 일명 네오픽셀): LED 하나하나의 색을 따로 바꿀 수 있어 화려한 애니메이션이 가능해요. 대신 점으로 빛나서 도트가 보이고, 스트립이 넓적해 곡선을 표현하기 어렵고 전력도 많이 먹어요.
- LED 필라멘트: 가닥 안에서 개별 제어는 안 되지만, 얇고 균일한 선으로 빛나고 저전압이라 다루기 쉬워요. '네온 글자'를 표현하기엔 오히려 이게 가장 잘 맞아요.
한국 개발자에게 주는 시사점
이 프로젝트의 좋은 점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도 주말에 도전해볼 만한 수준이라는 거예요. ESP32 하나에 필라멘트 몇 가닥, MOSFET과 배터리 정도면 시작할 수 있고, 부품도 국내 전자부품 쇼핑몰이나 해외 직구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어요. ESP32의 블루투스나 와이파이를 활용하면 스마트폰으로 패턴을 바꾸는 기능까지 붙일 수 있으니, 핼러윈 의상이나 페스티벌, 사내 해커톤 굿즈로도 재밌겠죠.
이런 하드웨어 경험은 생각보다 본업에도 도움이 돼요. 전력 예산, 물리적인 내구성, '현실 세계에는 예외 처리가 없다'는 감각은 IoT나 임베디드 쪽으로 커리어를 넓히고 싶은 분들에게 좋은 출발점이에요. 다만 리튬 배터리는 보호 회로가 들어간 제품을 쓰고, 몸에 닿는 부분이 뜨거워지지 않는지는 꼭 확인하세요.
마무리
쉽게 구할 수 있게 된 부품 하나 덕분에, '입는 네온사인'이라는 오래된 로망이 주말 프로젝트 수준으로 내려왔다는 게 이번 이야기의 핵심이에요.
여러분이라면 티셔츠에 어떤 문구나 그림을 네온으로 새기고 싶으세요?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하드웨어 사이드 프로젝트에 도전해본 적이 있다면, 어디서 가장 크게 막혔는지도 궁금해요!
🔗 출처: Hacker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