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슨 일이 있었나요
2025년 9월, 미국 정부가 H-1B 비자 신규 신청 한 건당 1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억 4천만 원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어요. H-1B가 뭐냐면, 미국 기업이 외국인 전문 인력을 고용할 때 쓰는 대표적인 취업 비자예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같은 빅테크는 물론이고 작은 스타트업까지, 미국 테크 업계는 이 비자로 들어온 엔지니어에게 엄청나게 의존하고 있거든요. 인도 출신 엔지니어가 압도적으로 많고, 한국 개발자들도 이 비자로 미국에서 일하는 경우가 꽤 있어요.
그동안 H-1B 신청 비용은 변호사 비용까지 다 합쳐도 몇천 달러 수준이었어요. 그게 갑자기 10만 달러가 된 거예요. 주니어 엔지니어 한 명 연봉에 맞먹는 돈을 비자 수수료로만 내야 하는 상황이 된 거죠. 이 조치가 시행되고 1년 가까이 지난 지금, IEEE Spectrum이 실제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짚었는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일자리가 미국 밖으로 나가고 있다'예요.
기업들의 계산은 달랐어요
이 수수료의 명분은 '값싼 외국인 대신 미국인을 고용하게 만들자'였어요. 그런데 기업 입장에서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답이 다르게 나오거든요. 사람 한 명을 미국으로 데려오는 데 1억 원 넘게 드는데, 그냥 그 사람이 있는 나라에 팀을 만들면 되잖아요. 미국인을 더 뽑는 게 아니라, 아예 미국 밖에서 뽑는 쪽으로 움직인 거예요.
가장 눈에 띄는 흐름은 인도의 GCC 확장이에요. GCC(Global Capability Center)가 뭐냐면, 글로벌 기업이 인도 같은 곳에 직접 세우는 자회사 형태의 개발 센터예요. 예전의 외주(아웃소싱)와 다른 점은, 외부 업체에 일을 맡기는 게 아니라 본사가 직접 고용해서 핵심 제품 개발까지 시킨다는 거예요. 벵갈루루, 하이데라바드 같은 도시에 이런 센터가 원래도 많았는데, 수수료 이후로 확장 속도가 더 빨라졌어요. 미국에서 H-1B로 뽑으려던 자리를 그냥 인도 센터의 자리로 바꿔버리는 거죠.
또 하나는 캐나다예요. 캐나다는 미국과 시차가 거의 없고, 이민 정책이 상대적으로 열려 있어서 '미국에 못 데려오면 토론토나 밴쿠버에 앉히자'는 선택지가 됐거든요. 대형 테크 기업들이 캐나다 오피스를 키우는 흐름은 이전부터 있었는데, 이번 조치가 그걸 확실히 가속했어요.
누가 제일 아픈가
재밌는 건, 빅테크는 생각보다 덜 아프다는 거예요. 1억 원은 구글이나 메타 입장에서 정말 뛰어난 인재라면 충분히 낼 수 있는 돈이거든요. 그래서 빅테크는 '꼭 필요한 시니어만 미국에 데려오고, 나머지는 해외 센터에서 뽑는다'로 전략을 바꿨어요.
진짜 타격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받아요. 시리즈 A 스타트업이 엔지니어 한 명 채용에 연봉 외에 1억 원을 더 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 그래서 스타트업들은 처음부터 원격 팀을 해외에 꾸리거나, 아예 미국 밖에서 창업하는 경우도 늘고 있어요.
그리고 미국 대학원을 막 졸업한 유학생들이 있어요. 예전에는 OPT(졸업 후 임시 취업 허가) 기간 동안 일하다가 H-1B로 전환하는 게 일반적인 루트였는데, 이 루트가 사실상 막혀버린 거예요. 미국에서 공부시켜 놓고 정작 취업은 못 하게 만드니, 미국 대학원 지원 자체가 줄어드는 부작용까지 나타나고 있어요.
이 수수료가 순탄하게 자리 잡은 것도 아니에요. 미국 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여러 단체가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이런 수수료를 부과할 권한이 없다'며 소송을 걸었거든요. 다만 소송 결과와 별개로, 기업들은 이미 '미국 비자 정책은 언제든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다'는 걸 학습해버렸어요. 이 불확실성 자체가 해외 팀을 만드는 이유가 되고 있는 거죠.
한국 개발자에게 주는 시사점
미국 취업을 꿈꿨다면 루트를 다시 짜야 해요. 유학에서 OPT, H-1B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길이 어려워졌어요. 대신 L-1(주재원 비자: 해외 지사에서 1년 이상 일한 뒤 본사로 옮기는 비자)이나 O-1(특기자 비자) 같은 대안이 주목받고 있어요. 글로벌 기업의 한국 오피스에서 일하다가 옮기는 방식이 오히려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어요.
반대로 한국이 기회를 잡을 수도 있어요. 미국 기업들이 해외 개발 거점을 찾을 때 인도, 캐나다 다음 후보로 한국이 거론될 수 있거든요. 시차는 불리하지만 엔지니어 수준과 인프라는 강점이에요. 실제로 미국 스타트업이 한국 개발자를 원격으로 고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요.
원격 협업 역량이 곧 커리어 자산이에요. 지리적으로 흩어진 팀에서 일하는 게 표준이 되고 있으니, 영어로 설계 문서를 쓰고, 비동기로 소통하고, 시차를 고려해서 일하는 능력이 점점 중요해져요.
마무리
한 줄로 정리하면, 인재를 미국으로 부르는 비용을 올렸더니 일자리가 인재가 있는 곳으로 갔다예요. 여러분은 어떻게 보세요? 한국이 이 흐름에서 미국 기업들의 개발 거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결국 인도와 캐나다가 다 가져갈까요?
🔗 출처: Hacker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