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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가 밝혀낸 '난쟁이 환각' 버섯, 정체불명의 새 환각 물질을 예고하다

DNA가 밝혀낸 '난쟁이 환각' 버섯, 정체불명의 새 환각 물질을 예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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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서로 다른 공동체의 사람들이 똑같은 경험을 이야기한다. 어떤 야생 버섯을 먹은 뒤 손가락만 한 작은 사람들이 눈앞을 걸어 다니고 물건 사이를 오가는 광경을 생생하게 본다는 것이다. 걸리버 여행기 속 6인치 소인국 주민에 빗대 '릴리퍼트 환각(Lilliputian hallucination)'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오랫동안 생물학적 원인보다 문화적 상상의 산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유타대학교 연구진은 DNA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이 환각이 단일 버섯 종에서 비롯된 실체 있는 생물학적 현상임을 확인했다.

유타대 박사과정생 콜린 돔나워와 균학자 브린 덴팅거가 공동 저자로 참여한 이 연구는 2026년 6월 5일 학술지 Mycologia에 실렸다. 연구진은 중국 남서부와 필리핀 북부에서 보고된 환각의 원인이 모두 란마오아 아시아티카(Lanmaoa asiatica)라는 한 종의 버섯임을 밝혀냈다. 흥미롭게도 이 버섯에서는 실로시빈을 포함해 현재까지 과학이 알고 있는 어떤 향정신성 물질도 검출되지 않았다. 즉 이 환각은 알려진 마약과 전혀 다른, 아직 규명되지 않은 새로운 화합물이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

60년 묵은 미스터리

서구 과학계가 이 현상을 처음 접한 것은 1934년 파푸아뉴기니에서였다. 야생 버섯을 먹은 뒤 작은 사람을 본다는 보고가 '버섯 광기(mushroom madness)'라는 이름으로 전해졌다. 1950~60년대 인류학자와 균학자들이 현지 조사에 나서 원인을 그물버섯과(Boletaceae)의 몇몇 종으로 좁혔지만, 화학 분석에서는 활성 성분을 찾지 못했다. 실로시빈을 처음 분리하고 LSD를 발견한 알베르트 호프만에게 시료를 보냈으나 그조차 실패했다. 결국 이 버섯들이 생물학적으로 비활성이며 현상 자체가 사회문화적 산물일 뿐이라는 결론과 함께 연구는 1960년대에 사실상 멈췄다.

실마리는 수십 년 뒤 다시 나타났다. 1990년대 중국 윈난에서 그물버섯을 먹은 사람들이 비슷한 경험을 보고했고, 당시 새로 기재된 L. asiatica가 유력한 후보로 지목됐다. 2024년에는 돔나워가 필리핀 북부 코르디예라 산악지대의 원주민 공동체에서 '세데스뎀(Sedesdem)'이라 불리는 버섯을 먹고 작은 사람을 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파푸아뉴기니의 '논다', 윈난의 '젠서우칭'과 마찬가지로, 문화적으로 중요한 식용 버섯이되 덜 익혀 먹으면 환각을 일으킨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세 문화, 하나의 종

돔나워는 윈난과 필리핀을 직접 찾아 주민들과 이야기하고 란마오아속 표본을 최대한 수집했다. 필리핀 북부 균류에 대한 최초의 과학적 조사였다. 분석 결과 중국의 젠서우칭과 필리핀의 세데스뎀이 모두 동일한 L. asiatica로 확인됐다. 이 종이 중국에만 분포한다고 여겨지던 터라 예상 밖의 결과였다. 파푸아뉴기니 표본은 이례적인 건조 기후로 채집에 실패했지만, 서로 독립적인 세 문화가 같은 유형의 환각을 보고하고 그중 두 사례가 DNA로 검증된 같은 종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은 이 현상이 우연이나 문화적 산물이 아니라 공통의 화학적·신경학적 기반을 가진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한다.

환각의 묘사도 놀랍도록 일관된다. 사람들은 대체로 3~30센티미터 크기의 작은 사람 수십에서 수백 명을 실제처럼 세밀하게 본다고 말한다. 약 90%는 이들을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요정이나 광대 같은 존재로 묘사한다. 특히 이 작은 사람들은 벽을 통과하는 대신 우리와 같은 물리 법칙을 따른다. 탁자 끝에서 떨어지고 물건을 돌아 걷는다. 한 사람은 수프를 먹는 동안 작은 사람들이 숟가락에서 그릇으로 뛰어들어 헤엄쳤고, 한 입 떠먹자 그들이 입안에 남아 있었다고 전했다.

뇌를 이해하는 새로운 열쇠

릴리퍼트 환각 자체는 이 버섯보다 오래됐다. 작은 사람에 관한 신화는 거의 모든 문화의 설화에 존재하며, 알코올 금단, 치매, 황반변성 같은 신경학적 조건에서도 드물게 나타난다. 이는 이 현상이 인간의 뇌와 정신 작동 방식에 근본적으로 얽혀 있음을 암시하지만, 그 원인이나 치료법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L. asiatica가 특별한 이유는 이 효과를 드물게가 아니라 신뢰할 만하게 재현한다는 데 있다. 원인 물질을 분리해낼 수 있다면, 이는 지각과 의식이 형성되는 메커니즘을 들여다보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연구진의 다음 목표도 바로 이 새로운 물질의 분리와 규명이다.

연구진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란마오아속 전체의 진화를 조망하고자 야생과 표본관 소장품에서 53개 표본의 유전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신종 4종을 포함한 17개 종이 확인됐는데, 신종 중 둘은 미국의 기존 소장품에 이미 잠들어 있던 것이었다. 이 속에서 향정신성을 지닌 종은 L. asiatica가 유일했다. 실무적으로 이 대목은 두 가지를 일깨운다. 하나는 DNA 염기서열 분석이 육안으로는 구분되지 않던 '숨은 다양성'을 드러내며, 박물관 수장고 곳곳에 미기재 생물이 잠재해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곰팡이에서 페니실린이 나왔듯, 균류계 탐사가 여전히 예측 불가능한 발견의 영역이라는 점이다. 다만 현시점에서 원인 화합물은 아직 손에 잡히지 않았고, 세 번째 문화권인 파푸아뉴기니와의 직접 비교도 남아 있어 결론을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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