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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 도메인은 왜 계속 비싸지나 — 베리사인·ICANN 독점 소송의 쟁점

".com" 도메인은 왜 계속 비싸지나 — 베리사인·ICANN 독점 소송의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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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웹 주소의 기본값처럼 쓰이는 ".com" 도메인을 둘러싸고 미국에서 대형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원고 측 로펌 하겐스 버먼(Hagens Berman)은 ".com" 레지스트리를 단독 운영하는 베리사인(Verisign)과 도메인 체계를 감독하는 비영리기구 ICANN을 상대로, 이들이 불법적인 독점을 유지해 소비자에게 과도한 비용을 떠넘겼다고 주장하는 소송을 냈다. 전 세계에서 활성화된 ".com" 등록 건수는 1억 6,000만 개를 넘는다. 레지스트리란 모든 ".com" 웹사이트와 이메일 주소가 작동하도록 하는 권위 있는 데이터베이스인데, 이를 대체할 공급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소송의 출발점이다.

도매-소매 2단계 구조의 맹점

도메인 거래는 두 단계로 나뉜다. 베리사인은 도매에 해당하는 레지스트리를 운영하고, 고대디·네임칩·클라우드플레어 같은 수천 개의 등록대행업체(레지스트라)가 소매 단계에서 경쟁하며 소비자에게 도메인을 판매한다. 겉보기에는 등록업체들이 가격 경쟁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소장에 따르면 모든 등록업체는 ".com" 한 건당 동일하고 협상 불가능한 도매 수수료를 베리사인에 지불해야 한다. 이 수수료는 어느 업체를 이용하든 소비자가 내는 가격에 그대로 녹아든다. 결국 등록업체 간 경쟁은 베리사인이 정한 바닥 위에서만 벌어지는 셈이다.

문제는 이 도매 가격의 흐름이다. 소장은 2021년 이후 ".com" 가격이 도메인당 7.85달러에서 10.26달러로 30% 이상 올랐다고 지적한다. 반면 업계 전반의 레지스트리 운영 비용은 오히려 하락하는 추세다. 베리사인의 재무 공시를 근거로 원고 측은 실제 운영 비용이 도메인당 약 3달러 수준이라고 보며, 세계 주요 레지스트리들이 평균 5~6달러를 받는 것과 비교하면 베리사인은 그 두 배가량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영업이익률이 67%를 넘어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보다 높다는 주장이 소장에 담겼다. 2025년 한 해에만 베리사인이 자사주 매입과 배당으로 주주에게 10억 달러를 돌려줬다는 점도 함께 거론됐다.

영구 독점은 어떻게 굳어졌나

원고 측 핵심 논리는 베리사인이 '사실상 영구 독점'을 계약으로 확보했다는 데 있다. 소장에 따르면 베리사인은 경쟁 입찰을 배제하는 '추정적 갱신권(presumptive right of renewal)'을 통해 ".com" 레지스트리 시장의 100%를 사실상 무기한 유지할 권리를 갖는다. 원고 측은 베리사인이 소모적 소송, ICANN의 신뢰도에 대한 공격, 재정적 압박 등을 동원해 원래 ".com" 레지스트리에 적용되던 경쟁 안전장치를 해체했다고 주장한다. 애초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ICANN이 이제는 갱신 때마다 늘어나는 수수료를 받으며 독점 이익을 함께 나눠 갖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 소송의 또 다른 축이다. 실제로 2006년 이후 베리사인은 허용된 해마다 매번 상한까지 가격을 올렸고, 현재 계약대로라면 2030년경 가격은 약 13.44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비교 사례로 소장은 ".org"를 운영하는 비영리기구 퍼블릭 인터레스트 레지스트리(PIR)를 든다. PIR은 경쟁 입찰을 통해 지난 10년간 백엔드 레지스트리 비용을 70% 이상 낮췄다. 같은 기간 비용이 70% 넘게 떨어지는 동안 베리사인은 가격을 30% 넘게 올렸고, 원고 측은 이 격차 자체가 경쟁에 의해 견제받지 않는 독점의 징후라고 본다.

실무자에게 남는 의미와 한계

이 소송에는 제도권의 우호적 신호가 이미 일부 존재한다. 제9연방항소법원은 베리사인과 ICANN을 겨냥한 유사 반독점 주장이 법적으로 성립할 수 있다고 인정한 바 있고, 미국 통신정보관리청(NTIA)은 ".com" 가격 인하가 공익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초당적 의원들도 반독점 조사를 촉구했으며,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제럴드 내들러 하원의원은 베리사인의 가격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하겐스 버먼은 애플을 상대로 전자책 구매자 집단 소송에서 5억 6,800만 달러, iOS 앱 개발자를 대리해 1억 달러 규모의 합의를 끌어낸 이력을 가진 로펌이다.

다만 집단소송이 제기됐다는 사실과 결론이 같지 않다는 점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은 모두 원고 측 주장이며, 운영 비용 추정치나 독점 형성 경위에 대한 베리사인·ICANN의 반박은 아직 법정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국내 IT 실무자에게 당장의 함의는 소송 결과 자체보다 비용 구조에 대한 이해에 가깝다. ".com" 가격은 어느 등록업체를 고르든 도매 단계에서 이미 상당 부분 결정되며, 사업자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등록업체의 부가 서비스나 할인 정책을 비교하는 선, 혹은 용도에 따라 다른 최상위 도메인을 검토하는 정도다. 소송이 성공해 경쟁 입찰 명령이나 가격 인하로 이어진다면 다른 주요 도메인처럼 장기적으로 비용이 내려갈 여지가 생기지만, 그 결과를 전제로 당장의 조달 계획을 세우기에는 아직 이른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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