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매출에서 인텔을 앞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화요일 늦게 발표한 실적에서 AMD는 4분기 매출을 약 170억 달러(오차 범위 ±3%)로 제시했는데, 같은 기간 150억~160억 달러를 예상한 인텔을 중간값 기준 약 15억 달러 앞서는 수치다. 두 회사 가이던스가 그대로 실현된다면 한때 PC용 CPU 시장의 추격자였던 AMD가 외형에서 오랜 경쟁자를 공식적으로 넘어서게 된다. 수십 년간 x86 CPU 시장을 지켜본 입장에서는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라 할 만하다.
이번 전망의 배경에는 분기 사상 최고를 기록한 실적이 있다. AMD의 3분기 매출은 133억7700만 달러로, 1년 전 92억5000만 달러, 직전 분기 115억4000만 달러에서 크게 늘었다. 총이익률은 54%였고 순이익은 95% 증가한 24억3000만 달러, 희석 주당순이익은 전년 동기 0.75달러에서 1.46달러로 뛰었다. 성장을 주도한 것은 데이터센터 부문이다.
AI 가속기와 서버 CPU가 만든 체질 변화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85억5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97%, 전분기 대비 27% 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68% 급증한 28억8000만 달러, 영업이익률은 25%에서 34%로 확대됐다. AMD는 최신 에픽(Epyc) 프로세서 수요와 헬리오스(Helios) 랙 단위 시스템을 구동하는 인스팅트 MI455X AI 가속기 출시를 성장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앤트로픽,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가 이미 첫 헬리오스 시스템에서 워크로드를 돌리고 있다고 밝혀, 주요 하이퍼스케일러를 고객으로 확보했음을 강조했다.
회사는 데이터센터 매출이 4분기에 약 128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본다. 더 주목할 대목은 2027년 전망이다. 리사 수 최고경영자는 실적 발표에서 "2027년 서버 매출이 전년 대비 두 배로 늘고, 데이터센터 AI 매출은 90일 전 전망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며 데이터센터가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비중은 직전 분기 64%, 1년 전 3분기 47%에서 빠르게 올라온 수치로, AMD의 사업 구조가 AI 인프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PC·게이밍은 역풍, 성장의 무게 중심 이동
반면 클라이언트·게이밍 부문은 부진했다. 매출은 37억22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8%, 전분기 대비 3% 줄었다. 클라이언트 CPU는 29억5000만 달러로 전년(27억5000만 달러)보다는 늘었지만 직전 분기(30억6000만 달러)보다 감소했다. 게이밍은 7억7300만 달러로 전년 12억9800만 달러에서 크게 꺾였는데,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의 콘솔용 SoC 구매가 줄고 라데온 RX 외장 GPU 판매도 약했던 탓이다. 통합 부문 영업이익은 34% 감소한 5억7300만 달러, 영업이익률은 15%로 내려왔다.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AMD는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PC 수요가 약해지면서 4분기 클라이언트·게이밍 매출이 전분기 대비 20% 이상 줄 것으로 예상했고, 2027년에는 PC 출하량 자체가 두 자릿수 비율로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리사 수는 이런 환경에서도 기업용·프리미엄 소비자·데스크톱 프로세서에 집중해 시장을 상회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2027년 클라이언트·게이밍 부문의 구체적 매출 전망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임베디드 부문은 항공우주·방산, 자동차, 통신, 산업 수요에 힘입어 매출이 29% 늘어난 11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2026년 180억 달러 이상의 디자인 수주로 3년 연속 최고치를 노리고 있다.
실무자가 눈여겨볼 지점
이번 실적이 한국 IT 실무자에게 주는 함의는 분명하다. AMD와 인텔의 위치가 구조적으로 갈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AMD는 데이터센터 CPU와 AI 가속기를 빠르게 키우는 반면, 인텔은 여전히 메모리 고가와 부품 부족이라는 역풍을 맞는 PC·엔터프라이즈 서버 프로세서 의존도가 높다. 다만 170억 달러라는 숫자는 어디까지나 가이던스이며, 성장의 상당 부분이 소수 하이퍼스케일러의 AI 투자 사이클에 묶여 있다는 점은 짚어둘 필요가 있다. 수요가 특정 고객군에 집중될수록 투자 속도가 꺾일 때의 변동성도 커진다. 서버·AI 인프라 도입을 검토하는 조직이라면 에픽과 인스팅트, 헬리오스 랙 시스템이 현실적 선택지로 올라섰다는 신호로 읽되, PC 클라이언트 라인업의 둔화와 메모리 가격 상승이 2027년 조달 계획에 미칠 영향도 함께 계산에 넣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