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일, 역사학자 벤저민 브린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VOC)의 디지털화된 기록을 AI로 뒤져 도도새에 대한 새로운 목격 기록을 찾아냈다는 글을 공개했다. GLOBALISE라는 프로젝트가 1600년대부터 1790년대까지 회사가 남긴 손글씨 문서 435만 쪽을 검색 가능한 텍스트로 바꿔놓은 덕분이었다. 그는 1615년의 한 항해 일지에서 모리셔스의 선원들이 "거북과 도도를 많이 잡았다"는 구절을 발견했다. 멸종한 도도의 목격담이 400년간 아무도 모르게 문서 더미 속에 그대로 남아 있었던 셈이다.
이 글에 자극받은 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같은 접근을 확장해 보기로 했다. 그는 역사학자가 아니라 AI 에이전트 워크플로를 잘 다루는 개발자였고, 여러 역사적 수수께끼를 병렬로 추적하면서 수작업으로 반복되던 단계를 자동화하는 파이프라인을 짜고자 했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기술적 도전만을 목적으로 삼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사실에 데이터 한 점이라도 보태는 일에 그는 분명한 가치를 뒀다.
검증 가능한 질문부터 고르기
출발점은 "지금 온라인에 이미 존재하는 데이터만으로 풀릴 가능성이 가장 높은 미해결 역사 질문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었다. AI 리서치 도구는 열세 개의 후보를 데이터의 완결성과 접근성, AI의 기여 가능성, 선행 연구 여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기준인 '원본 문서로 답을 확인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추려냈다. 마지막 조건이 핵심이다. AI는 확신에 차서 틀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모든 주장은 실제 스캔본과 누구나 조회할 수 있는 문서 번호로 귀결되어야 했다. 후보에는 VOC 기록 속 동물, 1808년의 정체불명 화산 폭발, 옛 신문 속 지진 기록, 미기록 운석 낙하, 흔적 없이 사라진 배들이 들어 있었다.
데이터는 VOC 기록 435만 쪽, 네덜란드 국립도서관의 디지털 신문, 미국 신문 2세기분, 그리고 일부 선박 항해일지로 구성됐다. 혼자 하루 8시간씩 VOC 쪽만 읽어도 약 70년이 걸릴 분량이지만, 그의 가정용 AI 랩은 하룻밤 12시간 만에 전체를 훑었다. 옛 문서는 철자가 제각각이고 손글씨와 옛 활자는 문자 인식 과정에서 오류투성이가 된다. 17세기 네덜란드어는 '코뿔소'를 열다섯 가지로 적었다. 단순 키워드 검색으로는 대부분을 놓치기에, 그는 VOC 기록에서만 570만 개 구절을 의미의 수학적 지문으로 바꿔 '어떤 단어를 썼는가'가 아니라 '무엇에 관한 내용인가'로 검색할 수 있게 했다.
값싼 1차 판독기와 버린 손목시계
그래도 검색 한 번에 수만 건이 쏟아졌다. 사람은 물론 큰 AI 모델에게 읽히기에도 비용이 과했다. 그래서 1차 판독은 'Jev'라 불리는 작고 빠른 판단 모델에 맡겼다. "실제 동물인가, 야생인가, 어디인가" 같은 좁은 질문에만 답하는 이 모델은 100만 단어당 몇 센트 수준이라, 코끼리 언급 5만 9,000건을 읽히는 데 약 3달러가 들었다. 사람이 후보 구절을 하나씩 읽으며 걸러내던 병목을 값싸고 빠른 심판으로 대체한 것이 이 프로젝트에서 그가 가장 자랑스러워한 부분이다. Jev가 표시한 구절만 더 큰 Claude Haiku가 정독해 번역하고 날짜와 지명을 뽑았고, 마지막으로 Claude Code 에이전트가 원본 손글씨 스캔을 열어 전사 내용과 대조했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규칙이 하나 더 있었다. 아무것도 찾지 못한 검색을 믿으려면, 먼저 이미 존재한다고 아는 것을 찾아낼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찾기 전에 파이프라인은 브린의 도도, 1783년 라키 분화, 1815년 탐보라 등 알려진 사건부터 찾아내야 했다. 금속 탐지기를 시험하려 앞마당에 자기 손목시계를 묻어두는 것과 같다. 탐지기가 그조차 못 찾으면 보물을 찾기 전에 탐지기를 고쳐야 한다. 대조군을 통과한 뒤에야 실제 탐색이 시작됐다.
떨어진 돌과 세 마리의 코뿔소
첫 성과는 뜻밖에도 1812년 바타비아(오늘날 자카르타)에서 인쇄된 신문에서 나왔다. 영국이 자바를 통치하던 1811~1816년 사이, 영어 신문 자바 거버먼트 가제트는 봄베이 가제트의 편지를 재수록했다. 지금의 마하라슈트라주 판다르푸르 인근에 주둔한 영국군 장교가 1812년 8월 6일 코쿠르가움 마을 근처에서 "천둥 구름에서 떨어진 돌"을 묘사한 것이다. 약 4파운드에 철분이 많아 무겁고 얇은 검은 껍질로 덮였으며, 밭에 1피트 깊이로 박혔다. 머스킷 총성 같은 굉음, 철분이 풍부한 무거운 돌, 검은 껍질, 밭의 구덩이—전형적인 운석 낙하다. 그런데 이 돌은 1819년 클라드니의 목록부터 현재의 운석학 회보까지 여섯 개 카탈로그 어디에도 없다. 확정되면 이는 마하라슈트라 최초 기록 운석 낙하가 되며, 현재 최고(最古) 기록을 26년 앞당긴다.
두 번째는 코뿔소였다. 1738년 바타비아 인근 숲에서 VOC 사람들이 자바코뿔소를 산 채로 잡았다. 계피 교역을 유지해 준 스리랑카 칸디 왕국 국왕에게 보낼 선물이었다. 코뿔소는 콜롬보까지 건너갔지만 산 위 칸디에는 닿지 못한 채 '말 마구간'에서 죽어 1740년 장부에 '코뿔소 1마리 부족, 1738년 마구간에서 폐사'로 처리됐다. 1740년 7월 배 로베렌달호가 암수 두 마리를 싣고 다시 출항했으나 사흘 만에 수컷이, 열흘 뒤 암컷이 죽었고 선원들은 선서 진술로 이를 증언했다. 오늘날 자바코뿔소는 자바 서단 우중쿨론 국립공원에만 남아 있다. 사육된 개체의 역사적 기록은 전부 합해 수십 마리에 불과한데, 이 문서들은 날짜와 선박명, 선서 증언이 달린 세 마리를 더한다. 확인한 카탈로그에는 이 스리랑카 수송 기록이 없었다.
실무적으로 눈여겨볼 지점은 성과 그 자체보다 설계에 있다. 임베딩 기반 의미 검색으로 철자 혼란을 넘고, 비용이 저렴한 소형 모델로 대량 1차 선별을 자동화한 뒤, 상위 모델과 에이전트가 원본 대조까지 책임지는 다단계 구조는 비용과 신뢰성을 동시에 잡으려는 전형적 패턴이다. 또한 '이미 아는 답을 먼저 찾게 해 보는' 대조군 설계는 음성 결과를 신뢰하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할 검증 절차다. 다만 저자 스스로 강조하듯 이는 자율 조사가 아니라 AI 보조 연구였다. 어디로 파고들지, 언제 멈출지, 헛짚고 있음을 알아채는 판단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었고, 발견들 역시 아직 전문가 문헌과 대조해 최종 확정해야 할 후보라는 점은 분명히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