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있었나
UC 버클리 학생 신문 The Daily Californian에 이런 기사가 실렸어요. 이 학교의 한 수학 교수가 학생들의 AI 사용 때문에 숙제를 채점하는 데 ‘의미가 없다(no point)’고 보게 됐다는 내용이에요. 제출된 숙제가 학생이 아니라 AI의 실력을 보여준다면 거기에 점수를 매길 이유가 없다는 거죠.
수학 숙제는 오랫동안 단순한 구조였어요. 집에서 문제를 풀어 내면 조교가 채점하고, 그 점수가 성적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이제 AI는 학부 수준 문제를 어렵지 않게 풀어요. 2025년 7월에는 구글 딥마인드와 OpenAI의 실험 모델이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 금메달 수준의 성적을 냈을 정도니까요.
이건 수학과만의 얘기가 아니에요. 코딩 과제, 채용 과제 전형, 부트캠프 프로젝트처럼 결과물로 실력을 평가하던 곳이라면 어디든 같은 질문을 받고 있거든요.
숙제의 두 얼굴: 연습과 평가
숙제에는 원래 두 가지 역할이 섞여 있어요. 하나는 연습, 직접 풀면서 배우는 거예요. 다른 하나는 평가, 얼마나 아는지 재는 거예요.
문제는 점수가 붙는 순간 학생의 목표가 ‘배우기’에서 ‘점수 받기’로 바뀐다는 거예요. 굿하트의 법칙(Goodhart’s law)이 딱 이 상황인데요, “어떤 지표가 목표가 되는 순간 그 지표는 더 이상 좋은 지표가 아니다”라는 말이에요. AI 이전에도 답지 베끼기나 Chegg 같은 숙제 풀이 사이트가 있었지만, AI는 그 비용을 거의 0으로 만들어버렸어요.
그래서 교수의 판단은 이렇게 읽을 수 있어요. 숙제의 평가 기능은 이미 무너졌으니 내려놓고 연습 기능만 남기자는 거죠. 실력 측정은 감독하는 시험처럼 AI가 끼어들 수 없는 자리로 옮기고요.
헬스장에서 로봇이 바벨을 대신 들어준다고 생각해 보세요. 운동 기록표의 숫자는 화려해지는데 내 근육은 하나도 안 늘어요.
연구가 말해주는 것: AI가 배움을 ‘대신’해버릴 수 있어요
막연한 걱정만은 아니에요. 2024년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연구진이 튀르키예 고등학생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수학 수업 실험을 했어요. GPT-4를 마음대로 쓰게 한 그룹은 연습 문제 점수가 48% 올랐는데, AI 없이 본 시험에서는 AI를 안 쓴 그룹보다 17% 낮은 점수를 받았어요. 반면 답을 바로 주지 않고 힌트만 주도록 설계한 ‘AI 튜터’ 그룹은 이런 하락이 거의 없었어요.
학습과학에는 ‘바람직한 어려움(desirable difficulty)’이라는 개념이 있어요. 적당히 낑낑대며 스스로 떠올리려고 애쓸 때 기억이 오래 남는다는 거예요. AI가 이 낑낑대는 과정을 통째로 건너뛰게 해주면 편하긴 한데 남는 게 없어요.
업계 맥락: 계산기, 울프럼 알파, 그리고 AI
새 도구가 교육을 흔든 건 처음이 아니에요. 계산기가 보급될 때도 “이러면 아무도 계산을 못 하게 된다”는 논쟁이 있었어요. 2009년 울프럼 알파가 적분 풀이 과정을 단계별로 보여주기 시작했을 때는 미적분 숙제가 흔들렸고요. 숙제 풀이 서비스 Chegg는 2023년 ChatGPT가 성장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밝힌 뒤 주가가 하루 만에 크게 떨어졌어요.
이번에 다른 점은 범위예요. 계산이나 정해진 유형의 문제를 넘어 증명, 서술형 답안, 코드까지 한꺼번에 대신할 수 있게 됐거든요. 그래서 대학들도 여러 방법을 시도하고 있어요. 감독 시험 비중을 늘리거나 구술 시험을 도입하는 곳도 있고, 반대로 AI를 적극 쓰게 하면서 “AI의 답을 검증하고 틀린 곳을 찾아라” 같은 과제를 내는 곳도 있어요.
개발자에게 주는 시사점
채용 쪽부터 볼게요. 과제 전형과 온라인 코딩 테스트도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어요. 그래서 라이브 코딩, 코드 리뷰형 면접, “왜 이렇게 설계했나요?” 같은 질문 중심으로 옮겨가는 회사가 많아요. 결과물보다 사고 과정을 설명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어요.
주니어 개발자의 공부법도 바뀌어야 해요. AI가 짜준 코드가 돌아가면 끝일까요? 막상 장애가 나면 이해 못 한 코드는 고칠 수가 없어요. 이렇게 해보세요.
- 새로운 문제는 먼저 20~30분 혼자 고민해 보고, 그래도 막히면 AI에게 정답 대신 힌트를 달라고 하세요.
- AI가 준 코드는 한 줄씩 “이게 왜 필요한지” 설명해 보세요. 설명이 막히는 곳이 내가 모르는 곳이에요.
- 가끔은 AI 없이 같은 기능을 다시 짜보세요. 정말 내 것이 됐는지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에요.
마무리
AI가 답을 대신 내주는 시대에 진짜 실력은 답을 설명하고 검증하는 능력이에요.
채용 과제에서 AI 사용을 허용해야 할까요, 막아야 할까요? AI로 공부할 때 스스로 정해둔 규칙이 있다면 같이 나눠주세요.
🔗 출처: Hacker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