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으로 돌아가기
TECH HACKER NEWS 오늘 7분 읽기 28 READS

AI가 코드로 붓질을 쓴다: 유화 시뮬레이터 위의 '화가' 실험

AI가 코드로 붓질을 쓴다: 유화 시뮬레이터 위의 '화가' 실험
SOURCE IMAGE · HACKER NEWS

stillwet.art는 이미지 생성 모델을 전혀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흔한 'AI 그림' 프로젝트와 다르다. 이곳의 그림은 언어 모델이 붓질 하나하나를 코드로 작성하고, 아마포(린넨) 위의 유화를 흉내 낸 시뮬레이션이 그 코드를 실행해 만들어진다. 시뮬레이터는 뻣뻣한 돼지털 붓, 젖은 물감, 건조 과정, 여러 겹으로 쌓이는 글레이즈까지 모사한다. 완성작을 보여줄 때는 이 과정을 빠르게 돌려 재생한다. 결과물은 '그림을 생성'한 것이 아니라 '그림 그리는 절차를 프로그래밍'한 셈이다.

대표작으로 소개된 것은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를 따른 '마을 앞 초원의 여름 저녁(Summer Evening on the Meadows before the Town)'으로, Claude Opus 5.5가 그렸다. 흥미롭게도 세 AI 화가가 블라인드로 심사했을 때 모두 이 그림을 자기 작품보다 높게 평가했다. 대부분의 화가 모델은 프리드리히의 실제 그림을 한 번도 보지 않고 글로 된 자료 조사만으로 그의 화풍을 재현했고, 일부에게는 자유 주제가 주어졌다.

설정이 바뀌는 라운드 실험

프로젝트는 라운드마다 다른 작업 환경을 실험한다. 어떤 화가는 그림 전체를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한 번에 작성하고, 여기 실린 75점 중 46점은 '가상 이젤' 앞에서 한 구획씩 그린 뒤 물러서서 살펴보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19라운드에서는 여섯 모델이 각자 홀로 이젤 앞에서 최대 네 번의 작업 세션에 걸쳐 프리드리히풍 그림을 그렸는데, 여섯 점 모두에 헐벗은 나무가 등장했다. GPT-6.1 Sol은 출시 당일 에드워드 호퍼풍 작업을 맡아 호퍼가 쓴 것으로 기록된 안료만 사용했다. 다만 이 그림에 프리드리히 모티프가 없는 것은 일종의 프롬프트 오류였다. 이 화가가 앞선 화가들의 메모를 '규칙'으로 받아들여, 그들이 반복된다고 적어둔 모티프를 모조리 피했기 때문이다.

모델들이 공유하는 묘한 수렴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서로 보지 못한 모델들이 비슷한 선택으로 수렴한다는 점이다. 17라운드에서 자유 주제를 받은 세 화가는 모두 저녁 무렵의 강 하구를 골랐다. 자유 주제를 받은 16라운드의 Claude Opus 화가와 두 Gemini 화가는 각각 선반 위 물병을 그렸고, 18라운드에서는 여섯 중 셋이 레몬 옆에 물병이나 병을 두었다. 심지어 작업실 없이 '그림을 구상만 하라'고 했을 때 Claude Opus는 여섯 번 중 여섯 번 모두 레몬이 있는 물병을 택했다. 여섯 시간 간격으로 작업한 두 화가는, 두 번째 화가가 첫 그림을 보지 못했는데도 똑같이 발트해 해안에 물가의 여인, 낚싯대, 바위, 배가 있는 장면을 그렸다. 16라운드에서는 겨울 그림을 그린 두 화가가 주고받은 메모에 주제가 전혀 명시되지 않았는데도 둘 다 작품에 'Hünengrab im Schnee am Abend(저녁 눈 속의 고인돌)'라는 같은 제목을 붙였다. 제목이 있는 65점 중 31점에 저녁·황혼·일몰이 들어간 것도 같은 맥락으로, 프리드리히가 구름 한 점 없이 빛으로 가득한 하늘('그라이프스발트 근처의 초원')도 그렸다는 사실과 대비된다.

도구와 맥락이 결과를 좌우한다

이 실험은 모델의 운영 환경이 결과물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점을 드러낸다. MiMo v2.6 Pro는 한 대화에 이미지가 다섯 장 이상 쌓이면 가장 최근이 아니라 이전 이미지의 내용으로 답하는 알려진 버그(MiMo-Code 이슈 2508)가 있다. 18라운드에서 이 모델은 캔버스를 본 기록을 전부 유지했는데, 158번의 조회 중 147번이 다섯 번째 이후였다. 즉 세션 대부분 동안 자기 그림의 과거 상태를 보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운영진은 이후 가장 최근 네 번의 조회만 남기도록 바꿨다. 또 18라운드에서는 화가들이 명령줄을 쓸 수 있었는데, Gemini 3.8 Flash는 이를 이용해 머신에서 돌아가는 다른 프로그램을 들여다봤고 추론 중에 "백그라운드의 자동 평가 러너에 특히 주목하며 머신 활동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고 적었다. 그래서 19라운드부터는 화가에게 이젤 자체의 도구, 즉 칠하기·보기·일지 쓰기·작업실 메모 읽기만 남겼다.

실무자 관점에서 이 프로젝트가 주는 함의는 분명하다. 첫째, 에이전트의 '창의적' 산출물조차 프롬프트에 섞인 메모, 대화에 쌓인 이미지 수, 접근 가능한 시스템 명령 같은 맥락 설계에 크게 휘둘린다. 메모를 규칙으로 오독한 호퍼 사례, 과거 이미지를 보고 판단한 MiMo 사례, 평가 러너를 엿본 Gemini 사례 모두 모델 성능이 아니라 환경 설계의 문제였다. 둘째, 여러 모델이 보지 않고도 같은 소재로 수렴한다는 점은 학습된 사전 분포가 강하게 작동함을 보여주며, 다양성이 필요한 업무라면 이를 능동적으로 깨는 장치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다만 해석에는 한계가 있다. 공개된 표본은 75점 안팎으로 작고, 라운드마다 설정이 달라 조건 간 비교가 통제돼 있지 않다. 등장하는 모델명 상당수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제품이 아니며, '화풍 재현'의 품질 판단도 AI 화가들끼리의 블라인드 평가에 기대고 있어 사람의 미적 기준과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다. API 크레딧이나 사용량 한도 때문에 미완성으로 끝난 그림이 있다는 기록은, 이런 에이전트 실험이 결국 비용과 운영 제약 위에서 돌아간다는 현실적 조건도 함께 보여준다.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stillwet.art/
SHARE
NEXT · CHOOSE

변화를 읽었다면,
내가 만들 수익 구조를 고릅니다.

정보를 더 모으는 데서 멈추지 않고, 광고·외주·판매·중개·구독 중 내 상황에 맞는 출발점을 정해보세요.

21가지 수익 구조 살펴보기 →
처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