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으로 돌아가기
TECH HACKER NEWS 6분 읽기 23 READS

AI가 되살린 테이프: 후지필름, LTO 생산능력 5배 증설 베팅

AI가 되살린 테이프: 후지필름, LTO 생산능력 5배 증설 베팅
SOURCE IMAGE · HACKER NEWS

생성형 AI가 촉발한 데이터 폭증의 수혜자로 클라우드용 GPU나 고대역폭 메모리만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후지필름이 목요일 내놓은 발표는 의외의 승자를 지목한다. 바로 수십 년 전 소비자 시장에서 사라진 자기 테이프다. 회사는 약 100억 엔(약 6,300만 달러)을 투입해 자기 테이프 생산능력을 2025 회계연도 수준 대비 5배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투자 대상은 가나가와 공장 오다와라 사이트이며, 후지필름은 이를 전용 LTO 테이프 설비에 대한 역대 최대 규모 투자라고 설명했다.

후지필름은 이 수요 급증의 배경으로 생성형 AI 확산을 직접 지목했다. AI가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 수요의 기하급수적 증가를 만들어 내고 있으며, 그 데이터를 어딘가에 보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2026~2028 회계연도에 걸쳐 진행되며, 생산 설비 확충과 인력 충원에 자금이 쓰인다. 주력 생산 품목은 2025년 출시된 최신 세대 제품 'FUJIFILM LTO Ultrium10'이다.

소비자는 떠났지만 기업은 남았다

일반 소비자가 테이프를 버린 지는 오래지만 기업 환경은 한 번도 테이프를 놓은 적이 없다.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은 방대한 데이터를 백업하는 수단으로 여전히 테이프에 의존한다. 후지필름의 자기 테이프 저장 매체 역사는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2000년 첫 LTO Ultrium 제품을 내놓았다. 2011년에는 바륨 페라이트 자성 입자를 적용한 테이프를 세계 최초로 상업 생산했고, 2025년 LTO Ultrium10에서는 바륨 페라이트에 스트론튬 페라이트 기술을 결합한 '미세 하이브리드 자성 입자'를 매체 최초로 적용했다. 세대를 거듭할 때마다(현재 10세대) 비압축·압축 저장 용량 한계가 의미 있게 늘어 왔다.

기업이 테이프를 고수하는 1차 이유는 단순하다. 비용이다. 후지필름에 따르면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및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이 테이프 사용을 늘리는 것은 대용량 데이터를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에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시 전력과 냉각이 필요한 디스크·플래시 기반 스토리지와 달리, 테이프 카트리지는 데이터를 기록한 뒤 전원에서 분리해 보관할 수 있다. AI 학습·추론 과정에서 쏟아지는 데이터 가운데 상당수는 자주 꺼내 쓰지 않는 '콜드 데이터'이고, 이런 데이터를 값비싼 온라인 계층에 계속 두는 것은 낭비다. 테이프는 그 최하단 보관 계층에 들어맞는다.

랜섬웨어 시대의 '에어 갭'

두 번째 이유는 보안이다. 후지필름은 테이프 카트리지를 네트워크에서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에어 갭(air gap) 특성을 사용자 데이터의 마지막 방어선으로 내세운다. 백업본을 서랍이나 금고, 별도 시설에 떼어 두면 네트워크를 통해 침투하는 공격의 사정권 밖에 놓이기 때문이다. 회사는 사이버 공격이 정교해지면서 랜섬웨어 같은 위협으로부터 데이터를 지키는 수단으로 자기 테이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에 상시 연결된 백업이 암호화 공격에 함께 당하는 사례가 늘어난 현실을 생각하면, 물리적 단절이라는 테이프의 '약점'이 오히려 강점으로 재평가되는 셈이다.

국내 실무자 입장에서 이 발표는 두 가지 함의를 갖는다. 하나는 스토리지 계층화 전략의 재점검이다. AI 파이프라인에서 생성되는 원본 데이터, 중간 산출물, 학습 체크포인트 등을 모두 고성능 계층에 쌓아 두는 대신, 접근 빈도에 따라 테이프 계층으로 내리는 설계가 비용 측면에서 다시 설득력을 얻는다. 다른 하나는 백업·재해복구(DR) 정책이다. 랜섬웨어 대응의 기본 원칙으로 자주 언급되는 오프라인 또는 불변(immutable) 사본 확보를, 테이프 에어 갭이 비교적 저렴하게 구현해 준다.

다만 한계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테이프는 순차 접근 매체여서 특정 데이터를 즉시 꺼내 쓰는 용도에는 맞지 않는다. 복원에는 카트리지 장착과 탐색에 따른 지연이 따르며, 드라이브와 라이브러리 장비, 세대 호환성 관리라는 운영 부담도 존재한다. 또한 이번 발표는 생산능력 증설 계획과 그 근거일 뿐, 실제 출하량이나 기업별 도입 규모를 보여 주는 지표는 아니다. 그럼에도 매체 소멸이 당연시되던 테이프에 제조사가 역대 최대 규모의 전용 설비 투자를 단행한다는 사실 자체가, AI가 만들어 낸 데이터 홍수의 뒷면을 드러낸다. 가장 화려한 기술이 가장 오래된 저장 수단의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arstechnica.com/gadgets/2026/10/fujifilm-to-boost-ta...
SHARE
NEXT · CHOOSE

변화를 읽었다면,
내가 만들 수익 구조를 고릅니다.

정보를 더 모으는 데서 멈추지 않고, 광고·외주·판매·중개·구독 중 내 상황에 맞는 출발점을 정해보세요.

21가지 수익 구조 살펴보기 →
처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