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봄, 식물 유전체를 연구하는 생물학자 앤드루 윌러비는 노스캐롤라이나주 내그스헤드의 값싼 모텔까지 세 시간 반을 운전해 갔다. 주차장에 도착한 그는 온라인에서만 알던 낯선 사람에게 문자를 보냈다. 잠시 뒤 진화생물학자 줄리아 반 에튼이 나타나 '방해 금지' 팻말이 걸린 80달러짜리 객실로 그를 안내했다. 방 안은 이미 즉석 실험실로 바뀌어 있었다. 벽을 따라 기수(汽水)가 담긴 물통이 늘어서 있었고, 양동이에는 습지 풀 뭉치가 넘쳐났으며, 침대 옆 협탁은 현미경 받침대 노릇을 하고 있었다.
윌러비는 침대 모서리에 자리를 잡고 앉으며 '이 사람들, 진짜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반 에튼이 이끄는 소규모 연구진은 이후 며칠간 물 한 방울 한 방울을 뒤지며 늪지 조류(藻類)를 찾았다. 정식 연구실도, 넉넉한 장비도 없는 상태에서 진행된 이 '허름한' 프로젝트는 뜻밖의 성과로 이어졌다.
수류탄 모양의 단세포 생물
연구진이 학술지 '저널 오브 파이콜로지(Journal of Phycology)'에 보고한 것은 파울리넬라(Paulinella)라는 단세포 생물의 신종 두 종이다. 파울리넬라는 비늘로 덮인 수류탄 모양의 미생물로, 내부에 소시지처럼 생긴 녹색 덩어리를 품고 있다. 이 녹색 덩어리가 광합성을 담당하는 구조다. 이번 발견으로 광합성을 하는 파울리넬라의 알려진 종 수는 전 세계적으로 여섯 종으로 늘었다.
숫자만 보면 두 종의 추가는 소박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파울리넬라는 학계에서 각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원문이 '지구 생명사의 근본적인 전환'을 밝혀 줄 실마리라고 표현한 이유는, 이 미생물이 세포가 광합성 능력을 획득하는 과정을 독립적으로 보여 주는 드문 사례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식물과 조류의 엽록체가 아주 오래전 단 한 번의 세포 내 공생에서 비롯됐다고 여겨지는 것과 달리, 광합성 파울리넬라는 그와 별개의 경로로 광합성 소기관을 갖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새로운 종이 추가될 때마다 이 전환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비교 연구할 표본이 늘어나는 셈이다.
예산이 아니라 방식의 문제
이 연구팀이 모인 배경에는 과학계의 현실적 위기가 있었다. 원문은 이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 과학 연구비 동결로 인한 혼란과 좌절 속에서, 부분적으로는 그 때문에 함께 뭉치게 됐다고 전한다. 안정적인 지원과 시설을 전제로 굴러가던 연구 관행이 흔들리자, 연구자들은 온라인에서 서로를 찾아내고 모텔방을 빌려 현미경을 세우는 방식으로 우회로를 만들어 냈다.
이 대목은 기술 실무자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핵심은 예산의 크기가 아니라 자원을 조합하는 방식이었다. 온라인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이 신뢰를 확인하고, 저렴한 도구로 최소한의 환경을 꾸리고, 각자의 전문성을 한곳에 모아 결과를 낸 과정은 분산된 팀이 제약 아래에서 협업하는 모습과 닮았다. 완벽한 인프라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지금 손에 쥔 것으로 검증 가능한 결과를 먼저 만들어 내는 접근이다.
다만 이 이야기를 낭만적으로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즉석 실험실에서 나온 성과가 값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부실한 연구 지원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이런 방식은 재현성과 지속성 측면에서 분명한 한계를 지니며, 매번 개인의 헌신과 행운에 기대야 한다는 점에서 구조적 해법이 되기 어렵다. 또한 현재 확인 가능한 정보는 논문 한 편과 신종 두 종의 보고에 국한돼 있어, 이 발견이 생명사의 전환을 실제로 얼마나 설명해 줄지는 앞으로의 후속 연구가 답해야 할 몫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