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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짜리 프로그래밍 책이 당신을 바꾸지 못하는 이유

서점의 IT 코너에는 여전히 '21일 만에 배우는', '24시간 완성' 같은 제목의 책이 넘쳐난다. 피터 노빅이 1998년에 쓴 에세이 'Teach Yourself Programming in Ten Years'는 바로 이 현상을 겨냥한다. 그의 질문은 단순하다. 어째서 프로그래밍만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압도적으로 빨리 배울 수 있다고 광고되는가. 노빅은 두 가지 가능성밖에 없다고 본다. 사람들이 프로그래밍 학습에 지나치게 조급하거나, 아니면 프로그래밍이 정말로 다른 무엇보다 배우기 쉽다고 믿거나. 그리고 그는 후자가 착각이라는 쪽에 선다.

노빅은 이 조급함을 비꼬기 위해 펠라이젠 등이 쓴 'How to Design Programs'의 문장을 인용한다. "나쁜 프로그래밍은 쉽다. 멍청이도 21일이면 배운다." 요점은 명확하다. 21일이나 24시간에 배울 수 있는 것은 문법을 더듬거리며 동작하는 코드를 짜내는 수준일 뿐, 그것을 진짜 실력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짧은 책 한 권으로 얻는 것은 특정 언어의 표면적 사용법이지, 프로그래머로서의 전반적 역량이 아니다.

숙련에는 시간이 든다는 오래된 증언

노빅은 '10년'이라는 자신의 기준을 여러 시대의 증언으로 뒷받침한다. 말콤 글래드웰이 대중화한 '1만 시간'도 그중 하나다.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은 "당신의 첫 1만 장은 최악의 사진들"이라고 했고, 새뮤얼 존슨은 "어떤 분야든 탁월함은 평생에 걸친 노고로만 얻을 수 있으며 더 싼값에 살 수 없다"고 했다. 초서는 "인생은 짧고 배워야 할 기예는 길다"고 한탄했으며, 히포크라테스의 "ars longa, vita brevis"는 원래 "삶은 짧고 기예는 길며, 기회는 순식간에 지나가고, 실험은 위험하며, 판단은 어렵다"는 더 긴 문장의 일부다.

다만 노빅은 어떤 단일한 숫자도 최종 답이 될 수 없다고 분명히 선을 긋는다. 프로그래밍과 체스, 체커, 음악 연주가 모두 정확히 같은 시간을 요구한다고 볼 이유가 없고, 모든 사람이 똑같은 속도로 숙달된다고 가정할 근거도 없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K. 안데르스 에릭손 역시 대부분의 영역에서 가장 재능 있는 사람조차 최고 수준에 도달하는 데 놀랄 만큼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1만 시간'이든 '10년'이든 정확한 눈금이라기보다, 진짜 숙련은 근본적으로 오래 걸린다는 사실을 가리키는 이정표에 가깝다.

실무자에게 남는 함의

이 글이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읽히는 이유는, 단순한 '노력 예찬'이 아니라 학습의 구조를 짚기 때문이다. 노빅은 프레드 브룩스가 'No Silver Bullet'에서 뛰어난 소프트웨어 설계자를 길러내기 위해 제시한 세 갈래 계획을 언급한다. 재능은 그냥 시간이 흐른다고 저절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될 만한 사람을 일찍 찾아내고 성장시키려는 의도적 개입이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핵심은 흘려보낸 시간의 양이 아니라, 그 시간이 얼마나 의식적으로 쌓였는가에 있다.

한국의 개발 실무자에게 이 통찰은 조급함에 대한 처방으로 읽힌다. 새 프레임워크나 언어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부트캠프와 속성 강좌가 몇 주 만의 취업을 약속하는 환경에서, 노빅의 메시지는 오히려 마음을 가라앉힌다. 자바든 루비든 자바스크립트든 PHP든 책 한 권을 사서 쓸모를 얻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것이 24시간이나 21일 만에 인생이나 실력을 바꾸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가 제안하는 대안은 소박하지만 정직하다. 24시간이 아니라 24개월에 걸쳐 꾸준히 나아지려 애써보라는 것. 그제야 비로소 무언가가 되기 시작한다.

물론 이 글의 한계도 분명히 짚어둘 필요가 있다. 노빅이 인용하는 브라이언과 하터의 전신(電信) 언어 연구, 체이스와 사이먼의 체스 지각 연구, 블룸의 재능 계발 연구 등은 대부분 20세기의 고전이며, 프로그래밍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 관찰된 숙련 곡선을 프로그래밍에 유추 적용한 것이다. 또 '10년'이라는 숫자는 검증된 상수가 아니라 여러 증언을 엮은 수사에 가깝다. 그럼에도 결론의 방향은 여전히 유효하다. 실력은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의식적으로 축적하는 것이며, 빠른 학습을 약속하는 제목일수록 그 약속이 가리키는 지점을 냉정하게 되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www.norvig.com/21-day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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