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에 1초를 끼워 넣지 않기로 했대요
방금 국제기구 한 곳에서 짧은 공지가 하나 올라왔어요. '2026년 12월 말에 윤초(leap second)를 넣지 않겠다'는 내용인데요. 발표한 곳은 IERS라고 불리는 국제지구자전좌표국이에요. 이름은 거창한데 하는 일은 의외로 단순해요. 지구가 도는 속도를 계속 관측하면서, 우리가 쓰는 시계와 지구의 실제 자전이 얼마나 어긋나는지를 감시하는 곳이거든요. 그리고 6개월마다 'Bulletin C'라는 공지로 '이번엔 1초를 넣을까 말까'를 알려줘요.
윤초가 뭐냐면요. 오늘날 우리가 쓰는 '진짜 정확한 시간'은 원자시계로 재요. 세슘 원자가 진동하는 횟수를 세서 1초를 정의하는데, 몇 억 년에 1초 틀릴까 말까 할 만큼 정확하죠. 그런데 문제는 지구 자전이에요. 우리가 '하루'라고 부르는 건 지구가 한 바퀴 도는 시간인데, 달의 인력이나 지구 내부 변화 때문에 이 자전 속도가 아주 조금씩 불규칙하게 느려지거든요. 그러니까 완벽하게 규칙적인 원자시계와, 야금야금 느려지는 지구 사이에 오차가 쌓여요. 이 오차가 0.9초 넘게 벌어지려 하면 시계에 1초를 슬쩍 끼워 넣어 둘을 맞추는데, 그게 바로 윤초예요.
요즘엔 지구가 오히려 빨라지고 있어요
1972년에 이 제도가 도입된 뒤로 지금까지 27번의 윤초가 추가됐어요. 재밌는 건 지금까지는 전부 '1초를 더하는' 방향이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지구 자전이 살짝 빨라지는 이상한 흐름이 나타났어요. 그래서 학계에선 사상 처음으로 '1초를 빼는' 음의 윤초(negative leap second)까지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죠. 이번 2026년 연말에 윤초가 없는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이에요. 아직 오차가 1초를 넘길 만큼 벌어지지 않았다는 뜻이거든요.
사실 더 큰 그림도 있어요. 2022년 국제도량형총회에서 '2035년까지 윤초 제도 자체를 사실상 폐지하자'고 결정했어요. 윤초가 시스템에 주는 골칫거리가 워낙 크다 보니, 아예 한동안은 오차가 쌓이게 놔뒀다가 나중에 훨씬 큰 단위로 한 번에 조정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튼 거예요.
개발자가 윤초를 무서워하는 진짜 이유
그럼 왜 시간 다루는 개발자들이 윤초라는 말만 들어도 긴장할까요? 유명한 사고가 있었거든요. 2012년 6월 30일 윤초가 들어가던 순간, 리눅스 커널의 타이머 처리 코드에 숨어 있던 버그가 터지면서 전 세계 수많은 서버의 CPU 사용률이 갑자기 100%로 치솟았어요. 그 여파로 레딧, 모질라 같은 큰 서비스들이 줄줄이 멈췄죠. 원인은 '평소엔 존재하지 않는 23시 59분 60초'라는 시각이 갑자기 등장하면서, 이걸 예상 못 한 코드들이 오작동한 거예요.
이게 뭐냐면, 컴퓨터가 쓰는 유닉스 시간(Unix time)은 '하루는 무조건 86400초'라고 가정하고 계산해요. 그런데 윤초가 들어가는 날은 하루가 86401초가 되니까 이 전제가 깨지는 거죠. 그래서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회사들은 '리프 스미어링(leap smearing)'이라는 꾀를 써요. 1초를 그 순간에 확 넣지 않고, 하루 24시간에 걸쳐 아주 잘게 쪼개서 시계를 미세하게 느리게 흘려보내는 방식이에요. 그러면 '60초' 같은 이상한 시각이 안 생기니까 시스템이 놀라지 않죠.
한국 개발자라면 이렇게 알아두세요
다행히 대부분의 개발자는 윤초를 직접 처리할 일이 없어요. AWS, GCP 같은 클라우드나 최신 OS가 리프 스미어링으로 알아서 흡수해주거든요. 그래도 원리를 알아둘 가치는 충분해요. 금융 거래 로그, 분산 시스템의 이벤트 순서, NTP(시간 동기화 프로토콜) 설정처럼 '1초의 정확성'이 중요한 시스템을 다룬다면, 시간이라는 게 우리 생각만큼 단순히 흘러가는 게 아니라는 걸 이해하고 있어야 장애가 나도 원인을 짚을 수 있으니까요. 특히 서로 다른 서버가 leap smearing을 다르게 적용하면 순간적으로 시각이 어긋날 수 있다는 점은 꼭 기억해두면 좋아요.
정리하면, 2026년 연말엔 윤초가 없으니 시간 관련 시스템 담당자는 한숨 돌려도 돼요. 그리고 이 제도는 2035년쯤이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고요. 여러분이 다루는 서비스 중에 '1초의 오차'가 치명적인 곳이 있나요? 시간 처리 때문에 곤란했던 경험, 한번 이야기 나눠봐요.
🔗 출처: Hacker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