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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에 켜진 서버가 2017년까지 돌아간 이유: 무정지 시스템의 교훈

1993년에 켜진 서버가 2017년까지 돌아간 이유: 무정지 시스템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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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은 빌 클린턴이 취임 첫해를 보내고, 윈도우 NT 3.1과 영화 '쥬라기 공원'이 함께 세상에 나오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체결된 해였다. 그해 IT 애플리케이션 아키텍트인 필 호건(Phil Hogan)은 스트라투스 테크놀로지스(Stratus Technologies)의 무정지(fault tolerant) 서버 한 대를 처음 부팅했다. 그리고 24년이 지난 시점까지 그 서버는 미시간주 디어본에 있는 철강 제품 제조사 그레이트 레이크스 웍스 EGL에서 여전히 가동되고 있었다. 호건은 디스크 드라이브, 전원 공급 장치 등 일부 부품이 교체되긴 했지만 시스템의 약 80%가 최초 설치 당시 그대로라고 추정했다.

24년을 버틴 무정지 서버

이 서버가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던 핵심은 '무정지'라는 설계 철학에 있다. 무정지 서버는 하드웨어 구성 요소를 이중화해, 특정 부품이 고장 나도 시스템 전체가 멈추지 않도록 만들어진다. 호건은 이 서버가 처리하지 못한 결함 때문에 스스로 꺼진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며, 계획에 없던 비정상 종료 사례를 떠올리기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스트라투스의 사업 부문 관리 담당 부사장 제이슨 앤더슨(Jason Andersen)은 자사 시스템이 "모든 면에서 완전히 이중화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서버는 업계에서 나름 유명한 존재이기도 하다. 2010년 스트라투스는 자사 서버 중 가장 오래 가동된 장비를 찾는 대회를 열었는데, 당시 17년 된 호건의 서버가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시점에 이 회사의 이름은 더블 이글 스틸 코팅(Double Eagle Steel Coating Co.)이었다. 앤더슨은 2010년 이후 20년 넘게 가동된 다른 시스템들의 존재도 알게 됐지만, 그레이트 레이크스 웍스의 서버가 여전히 가장 오래된 장비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안정성이 곧 관성이 되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이 서버는 스트라투스 독자 운영체제인 VOS의 구버전을 돌리고 있었고, 호건은 이 OS가 2000년대 초 이후로 업데이트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그는 시스템이 "극도로 안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회사는 스트라투스와 유지보수 계약을 맺지 않았고, 부품은 서드파티 업체에서 구입해 왔다. 그런데도 스트라투스 측은 여전히 해당 장비의 부품 재고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오래된 시스템이 계속 살아남은 배경에는 기술적 이유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서버는 여러 해에 걸쳐 교체 대상으로 검토됐지만, 소유권 변경이나 경기 순환 같은 사업적 요인이 계획을 번번이 중단시키거나 무산시켰다. 무엇보다 사용자들이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이 컸다. 옛 그린 스크린 방식과 비슷한 문자 기반 인터페이스를 쓰는 시스템이었지만, 호건에 따르면 사용자들은 오히려 그 신뢰성을 좋아했고 화면 구성도 단순했다.

한국 실무자가 곱씹어 볼 지점

이 사례가 국내 IT 담당자에게 주는 함의는 단순히 '오래 버텼다'는 무용담에 그치지 않는다. 결제 처리, 통신, 신용카드 승인, 제조, 에너지 등 중단이 곧 손실로 직결되는 영역에서 무정지 아키텍처가 왜 채택되는지를 보여주는 실물 증거이기 때문이다. 스트라투스는 VOS뿐 아니라 윈도우, 리눅스, VMware를 지원하는 시스템도 만든다. 결함을 하드웨어 차원에서 흡수하도록 설계하면, 소프트웨어가 오래 방치되더라도 서비스 연속성 자체는 유지될 수 있다는 점이 이 서버의 24년으로 입증된 셈이다.

동시에 이 이야기는 레거시의 명확한 한계도 드러낸다. 유지보수 계약이 없는 상태에서 부품을 서드파티에 의존하고, 20년 가까이 패치되지 않은 독자 OS를 돌린다는 것은 안정성과 보안·확장성 사이의 위험한 거래다. 사용자 불만이 없다는 이유로 교체가 미뤄지는 관성 역시 많은 조직이 겪는 전형적인 함정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장애가 없다는 사실이 시스템이 건강하다는 증거는 아니며, 오히려 문제를 뒤로 미루는 명분이 되기도 한다.

결국 이 서버에도 끝이 다가왔다. 그레이트 레이크스 웍스는 2015년 완료된 거래로 US스틸(United States Steel)의 일부가 됐고, 새 계획에 따라 그해 4월 시스템이 업그레이드되며 스트라투스 서버는 은퇴할 예정이었다. 하드웨어의 전원이 마침내 내려가는 순간, 호건은 오래 타던 충직한 자동차를 떠나보내는 듯한 감정을 느낄지도 모른다. 이 서버가 긴 수명 동안 무엇을 해냈는지 진짜로 아는 사람은, 그것을 24년간 살려 둔 바로 그 사람뿐일 것이다.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www.computerworld.com/article/1673071/booted-up-i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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