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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년 일본이 만든 최초의 로봇 '가쿠텐소쿠', 일하지 않고 사색하는 기계

1928년 일본이 만든 최초의 로봇 '가쿠텐소쿠', 일하지 않고 사색하는 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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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년 일본이 만든 최초의 로봇 '가쿠텐소쿠', 일하지 않고 사색하는 기계

1928년, 일본에서 로봇이 눈을 떴어요

'로봇'이라는 단어가 세상에 나온 게 1920년이에요. 체코 작가 카렐 차페크의 희곡 R.U.R.에서 처음 등장했는데, 여기서 로봇은 인간 대신 노동하다가 결국 반란을 일으키는 인조인간이었거든요. 그런데 그로부터 겨우 8년 뒤인 1928년, 일본에서 전혀 다른 철학을 가진 로봇이 탄생해요. 이름은 가쿠텐소쿠(學天則). '하늘의 법칙, 즉 자연의 이치를 배운다'는 뜻이에요. 일본 최초의 로봇이자 동양 로봇 역사의 출발점으로 꼽히는 작품이죠.

재미있는 건 만든 사람이 공학자가 아니라 생물학자였다는 거예요. 마리모(둥근 녹조류) 연구로 알려진 니시무라 마코토라는 학자인데, 오사카 마이니치 신문의 후원을 받아 히로히토 천황 즉위를 기념하는 교토 박람회 출품작으로 이 로봇을 만들었어요.

압축 공기로 움직이는 3미터의 거인

가쿠텐소쿠는 책상 앞에 앉은 금색 거인의 모습이었는데, 받침대까지 포함하면 높이가 3미터를 넘었어요. 놀라운 건 구동 방식이에요. 전기 모터가 아니라 압축 공기로 움직였거든요. 고무 튜브로 몸 곳곳에 공기압을 전달해 기계를 움직이는 방식인데, 요즘으로 치면 공압 액추에이터(압축 공기의 힘으로 움직이는 구동 장치)의 원시적인 형태예요. 이 선택이 생물학자다운 발상이었던 게, 모터의 딱딱한 움직임 대신 공기압 특유의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을 냈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뭘 할 수 있었냐면요. 눈을 깜빡이고, 미소를 짓고, 고개와 손을 움직였어요. 한 손에는 '영감등'이라 불리는 화살 모양 등불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붓으로 글씨를 썼고요. 머리 위에는 '새벽을 알리는 새'라는 뜻의 새 모양 자동인형이 앉아 있었는데, 이 새가 울면 가쿠텐소쿠가 눈을 감고, 영감등이 빛나면 글씨를 쓰기 시작하는 식으로 연출된 동작이 이어졌어요. 지금 기준으로 보면 정해진 시퀀스를 재생하는 오토마톤(자동인형)이지만, 표정 변화까지 구현한 건 당시로선 대단히 앞선 시도였죠.

'노예'가 아니라 '이상적 존재'로

가쿠텐소쿠가 정말 특별한 지점은 기술이 아니라 철학이에요. 서양의 로봇 개념, 그러니까 R.U.R.의 로봇은 태생부터 '인간 대신 일하는 기계 노예'였잖아요. 니시무라는 이 관점을 정면으로 거부했어요. 그가 만들고 싶었던 건 노동 기계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과 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인 존재였거든요. 그래서 가쿠텐소쿠는 일을 하지 않아요. 대신 사색하고, 영감을 받고, 글을 써요. 로봇을 도구가 아니라 일종의 예술적, 정신적 존재로 바라본 거죠. 일본이 이후 아톰부터 아시모, 페퍼까지 '친구 같은 로봇'의 계보를 만들어온 걸 생각하면, 그 정서의 뿌리가 여기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에요.

안타깝게도 실물은 남아있지 않아요. 1930년대에 해외 순회 전시를 다니다가 독일에서 행방불명됐거든요. 대신 2008년에 오사카 시립과학관이 현대 기술로 작동하는 복제품을 만들어서 지금도 전시하고 있어요.

100년 전 질문이 지금 다시 유효한 이유

이 이야기가 요즘 우리에게 와닿는 이유가 있어요. 지금 우리가 AI를 두고 하는 논쟁이 정확히 100년 전 로봇 논쟁의 반복이거든요. AI를 '인간의 일을 대체하는 노동 기계'로 볼 것인가, 아니면 '인간과 함께하는 다른 종류의 존재'로 볼 것인가. 어떤 관점을 택하느냐에 따라 만들어지는 제품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져요. 에이전트에게 일을 통째로 맡기는 자동화 도구와, 사람의 사고를 확장하는 협업 도구는 같은 기술 위에서도 전혀 다른 설계로 이어지잖아요. 개발자로서 우리가 어떤 은유 위에서 시스템을 설계하고 있는지 한 번쯤 돌아보게 하는 사례예요.

정리하면

가쿠텐소쿠는 '기계를 어떤 존재로 규정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1928년의 대답이에요. 여러분은 지금 만들고 있는 AI 기능을 '대체'와 '조화' 중 어느 쪽 철학으로 설계하고 계신가요?


🔗 출처: Hacker News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en.wikipedia.org/wiki/Gakutenso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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