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에게 먼저 연락을 보내는 일, 이른바 '콜드 아웃리치(cold outreach)'는 대체로 어색하고 부담스럽다. 답이 오지 않을 확률이 높고, 무례하게 비칠까 걱정도 된다. 그럼에도 GitHub 초기 멤버였던 개발자 잭 홀먼(Zach Holman)은 자신의 삶을 바꾼 세 번의 큰 전환이 모두 부분적으로 이 '먼저 연락하기'에서 비롯됐다고 회고한다. 그의 글은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라, 낯선 연락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고 또 어디서 무너지는지를 솔직하게 짚는다는 점에서 실무자에게 읽을 가치가 있다.
세 번의 전환
첫 번째는 대학 진학이었다. 카네기멜런대학에서 대기자 명단(waitlist)에 올랐을 때, 그의 아버지는 당시 그가 만들던 프로젝트에 관한 추가 에세이를 익일 특송으로 보내게 했다. 홀먼은 이미 다 밝힌 내용을 다시 보내는 게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는 뒤늦게야 이 학교가 대기자 중 1~10% 정도만 추가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알았고, 먼저 손을 내민 것이 의미가 있었음을 인정한다.
두 번째는 2010년 GitHub 입사다. 창업자 크리스 완스트래스가 루비와 자바를 아는 주니어 개발자를 찾는다는 트윗을 올렸을 때, 홀먼은 루비는 할 줄 알았고 자바는 '어떻게든 흉내 낼 수 있을 것 같은' 수준이었다. 당시 GitHub은 대부분의 채용을 이미 함께 일해봤거나 오픈소스에서 교류한 사람으로 채우는 폐쇄적인 스타트업이었다. 아무도 그를 몰랐지만 그는 메일을 보냈고, 몇 주 뒤 호텔 유타에서 만나 즉석에서 채용됐다. 홀먼은 자신보다 나은 개발자가 많았을 거라며, 회사가 사실상 매달 적자를 겨우 면하던 상황에서 6만 달러짜리 주니어 채용이 그나마 위험이 낮은 시도였을 거라고 담담하게 분석한다. 세 번째는 6년 전 트위터로 보낸 콜드 DM으로, 이는 축구 클럽 지분 보유와 세리에A 구단 지분, 그리고 스포츠·테크 분야의 여러 투자로 이어져 지금은 그의 삶의 중심이 됐다.
생존자 편향이라는 정직한 반박
여기까지만 보면 전형적인 자기계발 서사다. 홀먼은 이 지점에서 스스로 '생존자 편향(survivor bias)' 비판을 꺼내 든다. 지난 결과를 골라낸다고 미래 성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결정적인 차이는 실패한 연락들도 함께 이야기한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그는 존경하던 사람들, 한 번 스친 사람들, 관심사가 겹칠 법한 사람들에게 수없이 연락했고 대부분은 아무 성과가 없었다. 다만 기억에 남지 않을 뿐이다. 그는 이를 도박과 반대라고 표현한다. 도박꾼은 크게 딴 판은 잊고 뼈아픈 패배만 기억하지만, 콜드 이메일은 어색했던 시도는 잊고 잘 풀린 결과만 남는다는 것이다.
실무적으로 이 대목이 핵심이다. 성공 사례만 강조하는 조언은 위험하지만, '어차피 대부분 실패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깔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복권을 사지 않으면 당첨될 수 없다는 상투적 비유처럼, 시도 자체를 하지 않으면 확률은 0이다. 다만 그는 분명한 단서를 붙인다. 상대에게 진짜로 관심을 갖고 진정성 있게 다가가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도 수많은 콜드 아웃리치를 받는데, 상대가 자신을 이용하려는지 진짜 연결을 원하는지는 대체로 간파된다고 말한다. 목적만 앞선 정형화된 접근은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경고다.
받는 쪽의 책임
글에서 덜 주목받지만 실무자에게 더 유용한 부분은 '받는 사람'의 태도다. 홀먼은 따뜻한 추천(warm referral)이 훌륭한 채용 경로임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회사를 운영한다면 어떤 상황에서든 콜드 이력서와 메일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힌다. 자신이 그렇게 도움받았으니 되갚는다는 것이다. 투자에서도 개인적 연고가 전혀 없는 스타트업에 여러 차례 투자했는데, 이것이 자신의 네트워크를 넓히고 사각지대를 허무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오늘 콜드 이메일을 보내는 사람이 내일은 누군가의 콜드 이메일을 받는 입장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은, 채용·투자·협업을 오가는 IT 업계 종사자에게 특히 와닿는다.
한국의 실무 환경에 대입하면 몇 가지 한계도 분명하다. 홀먼의 사례는 오픈소스 기여와 공개된 개인 프로젝트가 신뢰의 근거로 작동하던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배경으로 한다. 추천과 인맥의 비중이 높은 조직 문화에서는 낯선 연락 하나가 같은 무게를 갖기 어렵고, 받는 쪽 역시 콜드 메일에 열려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개인 포트폴리오와 공개된 결과물이 곧 명함이 되어가는 흐름 속에서, '먼저, 그러나 절제와 진정성을 갖고 손을 내미는 태도'는 시도해볼 만한 전략으로 남는다. 좋은 결과일 수도, 아주 좋은 결과일 수도 있고, 여력이 될 때는 반대로 남을 돕는 쪽이 되면 된다는 것이 그가 남긴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