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저널리즘 매체 The Pudding이 가상의 잔디밭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깎는지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사용자는 격자로 나뉜 잔디밭의 모든 칸을 한 번씩 지나 깎아야 하고, 시스템은 각 이동과 그 사이의 망설임 시간을 기록했다. 분석 대상이 된 시도는 총 13만 2,003건에 달한다. 언뜻 사소해 보이는 이 놀이는 사실 컴퓨터과학에서 오래 다뤄온 난제와 맞닿아 있다.
잔디를 빠짐없이 훑는 경로를 찾는 문제는 '커버리지 경로 계획(Coverage Path Planning)'이라 불리며, 유명한 '외판원 문제(Traveling Salesman Problem)'와 친척 관계다. 외판원 문제는 여러 도시를 한 번씩 방문하고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최단 경로를 찾는 것으로, 피자 배달 동선이나 사탕을 최대한 모으려는 아이의 이동 경로도 같은 구조다. 문제는 계산량이다. 모든 경로를 확인한다고 할 때 도시가 10개면 약 360만 가지, 15개면 1조 3천억 가지, 20개면 240경(2.4 퀸틸리언) 가지로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그래서 최적해를 보장하는 알고리즘 대신, 빠르게 '충분히 좋은' 답을 내는 휴리스틱이 필요해진다. 이 한계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사람은 생각보다 훌륭한 경로를 찾는다
첫 번째 잔디밭은 겨우 49칸이었지만, 3만 954명이 만들어낸 경로는 무려 1만 4,589가지로 갈렸다. 그런데도 결과는 대체로 우수했다. 52%가 최적 경로에서 다섯 수 이내로 접근했고, 16%는 완벽하게 풀었다. 이 작은 잔디밭에는 완벽한 해법이 12가지 존재했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전부 찾아냈다. 중앙값 기준으로도 91%의 효율을 기록했다. 서로 다른 접근을 하면서도 비슷하게 좋은 결과에 수렴한 셈이다.
연구진이 원래 기대한 것은 성적의 하락이었다. 기존 외판원 문제 연구는 방문지가 70곳을 넘어가면 사람의 효율이 최적 대비 11% 낮아지는 등, 규모가 커질수록 성능이 떨어진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험은 잔디밭을 5단계로 키워 마지막에는 14×14, 약 200칸에 이르렀다. 그러나 26수짜리 작은 잔디든 177수짜리 큰 잔디든 효율은 90% 안팎에서 유지됐다. 심지어 가장 큰 잔디밭 성적이 바로 앞 단계보다 조금 더 좋았다. 다만 연구진은 크기와 장애물 배치를 동시에 바꿨기 때문에 둘 중 무엇이 더 중요했는지는 단정할 수 없다고 한계를 명확히 밝혔다.
승부를 가른 건 '결정의 순간'이었다
연구진은 잔디의 '구조'에서 답을 찾는다. 외판원 문제가 노드를 무작위로 흩뿌리는 것과 달리 잔디밭에는 규칙적인 짜임새가 있어, 사람은 두 가지 전략에 기댈 수 있었다. 하나는 넓은 판을 작은 구역으로 쪼개 차례로 해결하는 '분해(decomposition)'이고, 다른 하나는 라운드를 거치며 익힌 패턴을 머릿속 모델로 '압축(compression)'해 다음 판에 적용하는 것이다. 실명 인터뷰에 응한 참가자 '세라(Sarah)'는 가장 큰 잔디밭에서 전체를 한 번에 머리에 담는 건 불가능했기에 구역을 나눠 하나씩 정리했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분해 전략의 교과서적 사례다.
특히 우열을 가른 것은 단 하나의 결정이었다. 잔디밭을 좌우로 나눌 때, 막다른 골목이 있는 구역을 마지막에 남겨두면 되돌아가는 낭비를 피할 수 있다. 최적 근처에 도달한 사람들은 오른쪽을 먼저 밀고 왼쪽에서 끝내며 이 함정을 미리 피했다. 반면 평균적 참가자 '본즈(Bones)'는 별 고민 없이 왼쪽 막다른 구역으로 먼저 들어가 결국 왔던 길을 되짚어야 했고, 최적보다 다섯 수를 더 썼다. 세라는 막다른 구역을 끝까지 아껴둔다는 원칙을 알고 의도적으로 왼쪽에서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오래 고민한다고 잘 깎는 건 아니다
가장 흥미로운 발견은 시간과 성적의 관계다. 상식적으로는 더 오래 생각한 사람이 더 잘 깎을 것 같지만, 모든 단계를 완주한 7,235명을 칸당 소요 시간과 최적 근접도로 놓고 보면 그런 경향이 거의 없었다. 통계적으로 소요 시간이 성적 편차에서 설명하는 몫은 5%도 되지 않았다(R² 4.9%). 즉 누군가가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알아도 얼마나 잘했는지는 맞힐 수 없다.
차이는 '얼마나'가 아니라 '어디서' 생각하느냐에 있었다. 상위 10% 실력자들은 초반과 두 갈래 길이 갈리는 분기점에서 집중적으로 멈춰 생각한 뒤, 막판 구간에서는 거의 망설임 없이 질주했다. 반대로 하위 10%는 시작부터 빠르게 내달리다가 벽이나 막다른 골목에 부딪혀서야 비로소 멈췄다. 계획이 아니라 반응이었던 것이다. 잘 깎는 사람은 남들과 비슷한 속도로 움직였지만 되돌아가는 칸이 훨씬 적었다. 세라의 표현대로 함정이 도사린 구간은 신중히 계획하고 뻥 뚫린 구간은 대충 넘긴 것이다. 좋은 휴리스틱의 본질이 바로 이것이다. 중요한 결정에 주의를 몰아주고 나머지에는 힘을 빼는 것.
실무자 관점에서 이 실험은 경로 최적화나 로봇 청소, 창고 피킹 동선처럼 커버리지 문제를 다루는 이들에게 시사점을 준다. 무작위로 흩어진 문제와 달리 구조가 있는 공간에서는 전체를 완벽히 계산하기보다 분해와 패턴 재사용이라는 인간적 전략이 규모 확장에도 잘 버틴다는 점이다. 다만 이 결과는 통제된 격자 게임에서 나온 것이고, 크기와 배치 변수가 뒤섞였으며, 심층 인터뷰 대상이 단 한 명이라는 한계도 함께 기억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는 2026년 7월 31일 시점의 스냅숏이며 원시 데이터는 공개돼 있다.